저는 지금 마을미디어 온라인 상영회에 갑니다

#마을미디어축제 #네트워크파티

2020-12-15

김은제 (동작MOM 모여라)

 

매년 이맘때쯤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는 서울마을미디어 축제가 열렸다. 지난 2년간 아이를 데리고 참석해 후끈 달아오른 열기에 현수막들을 흔들며 나도 모르게 더 목청껏 응원했고 다른 동네를 보며 자극을 받곤 했다. 올해는 코로나로 축제가 없는 연말을 보내겠거니 생각하던 중에 최초로 개최되는 랜선 마을미디어 축제 초대장을 받게 되었다.

모두가 어려웠던 올 한 해, 이웃의 안부를 묻고 서로를 위로하며 마을미디어가 할 수 있는 일을 확인하는 온라인 축제에 함께해주세요.”라는 초대 문자에 마음이 어찌나 찡하던지. 코로나 팬데믹 속에 고군분투했을 활동가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 모습을 하나도 놓칠 수 없어 온라인 상영회를 모두 신청해버렸다. 평소 팟캐스트와 잡지로만 활동해왔고 엄마가 아닌 다른 시선에서 바라본 마을의 모습을 영상으로, 그것도 한자리에서 접할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었다.

 

 

처음인 듯 아닌 듯, 마을미디어 온라인 상영회

이번에 최초로 시도한 마을미디어 온라인상영회는 121일부터 4일까지 유튜브 생중계로 진행되었다. 1023일부터 1111일까지 출품작 약 100여 편을 접수하여 그 중 총 31편의 콘텐츠를 형식과 주제에 따라 나누어 소개했다. 1일 차에는 마을 X 사람들, 마을 X 이슈를 주제로 마을미디어의 역할을 조명하고 2일 차에는 마을미디어 콘텐츠 제작지원 사업이었던 대소문(대중과 소통하는 문제적 미디어) 프로젝트로 만들어진 작품들로 대소문 특별전상영회가 있었다. 3일 차에는 마을 안에 있는 다양한 커뮤니티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마을 X 커뮤니티, 귀로 보는 마을미디어로 팟캐스트 작품들이 주로 소개되었고 마지막 날은 마을미디어를 처음 시작한 단체들의 콘텐츠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따뜻한 커피와 노트북, 이어폰만으로 떠난 4일간의 이야기를 펼쳐봤다.

 

 

 

 

 

주민과 소통하고 지역과 함께하는 마을미디어

 

[사진1] 주민자치회 삼원생중계를 완성하라! - 종로구/ 창신동 라디오덤, 성북마을방송 와보숑, 마을미디어 뻔

 

 

첫 상영작이었던 <마을미디어, 마을을 잇다>는 종로구 주민자치회 온라인 의제공유회 삼원 생중계 프로젝트 과정을 그린 다큐멘터리였다. 팬데믹 상황으로 불가능해진 창신3, 평창동, 혜화동 간의 주민자치회 의제 공유회를 온라인으로 진행하기 위해 창신동라디오 덤’, ‘성북마을방송 와보숑’, ‘마을미디어 뻔이 노력했던 과정을 기록했다. 서로 소통하는 모습까지 담아낸 영상이 현장감을 더하며 축제가 시작됐다.

상영회 전 상영회 첫째 날의 기대작으로 관심을 받았던 <동네예술, 영상을 채우다-생활예술인 이옥노미>. 어린 시절 라디오를 통해 들었던 가야금 소리가 좋아서 30여 년 전 가야금을 배우기 시작한 성북구 생활예술인 이옥노미 님의 인생이 가야금 소리에 진하게 담겨있었다. 채팅창 반응이 폭발적이었던 ‘GMB 관악마을방송<너와 나, 우리 온라인 합창>이 나왔을 때는 랜선 하모니를 만들어 낸 관악마을자치센터에 어느새 손뼉을 치고 있었다.

 

[사진2] 관악톡톡 관악마을자치센터 너와 나, 우리 온라인 합창” - 관악구/ GMB관악마을방송

 

 

[사진3] 총선 특집 방송 나는 주권자다양천구 청년을 만나다. - 양천구/줌인네거리

 

주제를 바꿔 마을의 다양한 이슈를 다룬 상영작들이 이어졌다. ‘줌인네거리<’나는 주권자다양천구 청년을 만나다>는 코로나 위기에서 양천구 주민이 바라보는 21대 총선이라는 주제로 정부와 국회의원들에게 바라는 청년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공감대를 형성했다. 찰진 연기가 인상 깊었던 아시아미디어컬쳐팩토리<이주민 만남설명서>는 내 주변 이주민들과 더 자연스럽고 편하게 만날 수 있는 방법들을 재미있게 풀어냈고 비닐과 플라스틱 포장없이 장보기에 도전한 호박이넝쿨덩쿨<용기있는 시장 프로젝트>로 첫날 상영회가 마무리되었다.

 

 

마을미디어 온라인상영회 1일차 다시보기

 

 

 

누군가에게 다른 의미의 생존과 공간, 그리고 연결을 고민하는 청년들

고통스러울 줄만 알았던 치매 환자 가족들의 삶을 채소와 사람의 공생으로 풀어낸 치매가족멘토링클럽 아같사<마음을 열고 보면 혼자가 아니랍니다>과 기대작이었던 <치매 가족, 집콕 고수의 생존비법-이뿌다 이뿌다 하면서 살아야제>로 생중계가 시작됐다.

[사진4] 치매 가족, 집콕 고수의 생존비법 <마음을 열고 보면 혼자가 아니랍니다. - 용산구/ 치매가족멘토링클럽 아같사

 

계단을 평등과 배려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그 생각을 공간으로 확장해 장애인, 이주민, 이주노동자들의 사회 참여와 기회를 다룬 포란희 프로젝트의 작품은 강요 없는 깨달음을 주었다. 이 깨달음은 ‘IUT 이웃커뮤니티<7900원 친구의 행복 저희의 친구(이웃)가 되어주실래요?>로 이어지며 이주민이란 개념이 사라졌다. 참치 김치찌개를 먹으며 즐겁게 대화하는 모습과 연애 취향을 이야기하는 평범한 대화를 보며 정말 이웃이 되었다고나 할까?

축제는 청년문화예술단체 아야어여<오지콘:오리지널 콘서트>로 분위기가 무르익어 갔다. 센스있는 자막과 감성 조명, 귀가 힐링되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에 대한 찬사와 무대를 잃은 청년 인디뮤지션들을 향한 응원글이 채팅창에 가득했다.

이날은 유독 질문들이 많았는데 질문들은 휴식 시간 이후 이어진 GV에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좋았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남편의 마지막을 함께하지 못한 홍 여사를 향한 전화 속 남편의 사랑 고백은 영원히 잊히지 않을 것 같다.

 

 

마을미디어 온라인상영회 2일차 다시보기

 

 

 

 

같이 한다는 것, 귀를 기울인다는 것에 대하여

파란 배경에 빨간색 수트, 갖은 재료가 들어간 여리 고추 멸치볶음. 셋째 날은 오감을 자극하는 영상으로 시작되었다. ‘월곡1동 밤골경로당어르신들의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하는 요리 수업 영상 때문이다' “통깨 넣어요? 통깨 넣어요?” 할아버지의 다급한 목소리와 어르신들의 다소 경직된 표정과 시선 처리가 멋지다고 느껴 보긴 처음이다. 치매 어머님을 모시면서 요리를 하게 되었다는 정성기 고수의 <동시뽕 달걀찜> 요리 영상에서 느껴지는 정성스러운 손길은 보는 사람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어릴 적 밥솥 안에 노란 양재기로 달걀찜을 해주시던 어머님 생각에 눈물이 핑 돈다.’는 시청자도 있었다.

영상이 아닌 듣는 오디오 작품들이 이어졌다. 길을 걸으며 듣다가 영상이 넘어갔나?’라는 착각이 들게 한 강북FM’<라디오 극장-개미여 눈을 뜨세요>, 발달장애인 아이를 키우는 것에 대해 용기 내어 참여해주신 엄마들의 이야기, <목동에서 발달장애인 부모로 산다는 것>, 딸이 나에게 직접 말하는 것 같았던 구로FM<나무와 하루>까지. 영상에서 넘어와 목소리에만 집중해야 하는 작품들로 연결된 구성으로 더욱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

 

[사진5] 문화예술인 특집-한국에서 예술인으로 살아가기 / 용산FM

| 때로는 위트있게, 는 울분을 토하는 그들의 대화에서 마을에서 활동하는 각양각색 문화예술인의 애환을 느낄 수 있었다.

 

 

내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문화예술인들의 진솔한 이야기에서 와 같은 우리를 발견했고 지난 총선의 대혼란을 떠올리게 했던 산뜻한 415 총선 가이드를 통해 정치는 더 이상 기성세대의 전유물이 아님을 깨닫게 해주었다.

 

 

마을미디어 온라인상영회 3일차 다시보기 

 

 

 

 

처음 같지 않은 익숙함

마지막 날은 올해 처음 마을미디어에 참여하게 된 단체들의 작품으로 시작했다. 순수한 마음을 가진 청년 예술가 예레미아 씨의 주민들과의 고군분투기 <잘나가는 예술가였던 내가 마을에선 민원제조기?!-쓰레기 제발 그만!>, 청년과 시니어의 꿈을 말하는 함께누리<선아의 꿈>, 한 편의 소설 같은 밥 할머니 이야기 <불후의 은평, 전설을 말하다>, 이집트로 당장 여행을 떠나고 싶었던 <알아봐요 이 나라, 만나봐요 이 사람>까지. 처음이어서 신선했고 처음 같지 않아서 인상 깊었던 마을미디어 온라인 상영회에 신선함을 더했다.

 

 

마을미디어 온라인상영회 4일차 다시보기

 

 

 

 

안녕하지 못하지만, 안녕을 위해 안녕합니다

4일간의 상영회가 어느덧 끝나간다. 첫날 라디오 금천<뉴스라인 초대석-마을을 닮아가는 잡지 닮다 - 코로나19시대 어떻게 지내시나요.>에서 직접적으로 코로나에 대해 다뤘을 뿐 나흘 동안 출연자들의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 외에는 상영회 내내 코로나의 우울함이나 막연한 불안은 느낄 수 없었다. 하지만 코로나 없이 올해를 이야기할 수 없었기에 오히려 마을 X 코로나에서 소개될 작품들이 궁금했다. 은평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열린 주민들이 만든 발코니 음악회는 한국인에게 불가능이 없다는 걸 증명했고 <협치 도봉 은미가 간다!>의 김은미 위원의 재치 있는 입담 속에서 코로나와 싸워 이기겠다는 의지를 일깨웠다. ‘이주민방송’ <다들 어떻게 지내시나요?>의 미유와 유키에의 노랫말처럼 힘을 내서 내년 축제를 기다려봐야겠다. 일주일에 한편 온라인 상영회 작품들을 보며 기다린다면 1년은 금방 흘러갈 것 같다.

 

지금 힘든 일이 있어도 우리 미래를 믿어요. 하루하루가 지나가면 스스로 행복이 올 거예요~”

- 이주민 라디오 Me You

 

 

 

아듀 2020! 제발 가라 코로나!

[사진6] 이창민의 걸어서 서대문 속으로 4회 걸어서 연세대 속으로 가봤습니다 서대문공동체라디오

 

 

첫날에 봤던 연세대 노동자들의 투쟁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복도에 서로 마주 보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앉아있는 모습. 단 한 명의 노동자도 같이 살아야 한다는 문장이 마음에 아직 꽂혀있다. 끝에서 반대편까지 차로 2시간이 채 안 걸리는 서울이지만 올해는 코로나로 나에게 가까운 동네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같이 살아야 하지만 떨어져야 자신을 지킬 수 있었던 올 한 해. ‘같이해야 가치가 더해지는 마을미디어에게는 너무나 힘들었다. 하지만 랜선 마을미디어 축제라는 플랫폼을 통하여 서울 곳곳에서 고군분투하는 마을의 모습도 보고 지난 4일간 이웃 주민과 활동가들을 만날 수 있어 반가웠다.

처음이지만 마지막이 아니었으면 온라인 상영회. 서울시청에서 진행 되었더라도 아이를 데리고 가기 부담스러운 나에게, 29개의 계단을 오르듯 축제를 접할 수 있는 주민들에게 더 나은 접근성을 가져다준 마을미디어로 풀어낸 코로나 처방전이었다. 호박이넝쿨책-야책에서 채팅창에 남긴 글을 인용해 본다.

 

오늘도 마을미디어의 역할은 무엇인지 계속 생각하게 되네요. 물론 큰 미디어들에서도 비슷한 콘텐츠로 방송을 만들 수도, 심지어는 더 세련되게 만들 수야 있겠으나, 우리 동네의 작은 불빛과 작은 소리를 담아내는 것. 큰 미디어와는 다른 마을미디어에서만 낼 수 있는 울림이 있는 것 같아요,”

 

좋아하는 것만 보고 좋아하는 음식만 먹는 내게 환경, 정치, 일자리, 이주민, 예술 등 여러 콘텐츠를 날마다 적절히 녹여내어 볼 수 있게 멋진 밥상을 차려준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 고마워요!

오늘의 마을을 담는 마을 미디어, 서울마을미디어 채널 구독좋아요는 필수입니다!

온라인상영회 출품된 모든 콘텐츠는 위드마을미디어(with.maeulmedia.org) 온라인상영관에서 언제든지 다시 볼 수 있습니다. :>

 

 

김은제 | 동작맘 모여라 환경을 배려하고 성평등을 지향하며 코로나 시대에 최적화된 삶을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