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쓰레기부터 기후위기까지 지역공론장으로서의 마을미디어

재활용쓰레기부터 기후위기까지 지역공론장으로서의 마을미디어

작성자 최고관리자 센터 소식 조회 453 작성일 2020.07.17

재활용쓰레기부터 기후위기까지 지역공론장으로서의 마을미디어

2020 <마을미디어 성과측정 사업> 사전간담회 시리즈① - 지역연계형 



“마을미디어 사업의 성과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어떻게 답할 수 있을까? 지난 2012년 마을미디어 사업이 시작된 이래로, 마을미디어는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 공동체의 문화를 바꾸는 역할을 자처했다. 그렇지만 마을미디어에 대한 낮은 인지도, 취약한 재정 구조 등으로 마을미디어의 전망은 불확실했고, 활동의 확장도 한계가 있었다.


서울시 마을미디어 활성화 사업을 시작한 지 어느덧 9년, 사업의 성과를 체계적이고 객관적으로 증명하라는 요구를 마주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무엇보다 이는 마을미디어 사업의 발전을 위한 과정이며,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도모하는 길일 것이다.


그렇다면 마을미디어의 성과는 어떻게 측정하고, 평가할 수 있을까? 콘텐츠 조회수와 참여자 숫자로 드러나지 않는 성과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마을미디어가 지속가능하고 자율적으로, 공공의 역할을 다할 수 있으려면 어떤 지원이 필요할까? 마을미디어의 성과를 객관적으로 정리하고, 지원 방향을 어떻게 개선할지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2020년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에서는 성과측정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사업 진행에 앞서 센터에서는 마을미디어 참여단체들과 함께 유형별로 간담회를 진행하고 그 내용을 <웹진 마중>을 통해 공유하고자 한다. 


그 첫 번째 간담회는 지난 7월 1일 ‘지역연계형’ 단체 활동가들과 함께했다. ‘지역연계형’은 정기적인 콘텐츠 제작은 물론 지역 내 공론장을 형성하고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미션을 안고 있다. 라디오금천 김진숙 PD, 와보숑 이경숙 PD, 은평시민신문 박은미 편집장이 참여한 간담회 전문을 1, 2부로 나누어 싣는다.

- 편집자주



지역 내 연대·협력을 활성화하는 ‘지역연계형’ 참여 단체


Q. 라디오금천, 와보숑, 은평시민신문은 각각 서울시 마을미디어 사업에 어떤 목적과 사업 내용을 가지고 참여하였나요?


김진숙(라디오금천) : 가장 큰 이유는 단체 유지를 위해서죠. 이 사업이 없으면 단체가 유지되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계속 활동을 확대하고, 다른 단체들과 협업하고 싶은 갈증도 있고요. 라디오금천은 지역연계형 참여단체로, 마을에 공론장을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작년 <금천 수어 방송>을 시작하면서 금천구 마을공동체 지원센터, 금천 수어센터 등 여러 단체와 협업도 하고요. 이제 금천구에서 뭔가를 할 땐 자연스럽게 라디오금천을 떠올려줄 정도로 네트워크가 잘 구축되어있어요. 올해 그 네트워크를 더 탄탄하고 하고 싶었는데, 코로나19로 좀 주춤했어요. 이런 위기를 돌파하고자 주민 총회를 방송으로 내보내는 등 새로운 시도도 하고 있습니다.


이경숙(와보숑) : 와보숑도 올해 민간단체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여러 단체와 협업하고자 지역연계형으로 참여하고 있어요. 물론 이 전에도 다른 단체들과 협업하여 콘텐츠를 제작했고요. 올해 교육과 소모임을 활성화해서 활동가를 확대하려고 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쉽진 않아요. 그래도 콘텐츠는 정기적으로 나오고 있어요. 매체 영향력이 충분히 강화되었는지 확신은 없지만, 이런저런 소식을 올려달라는 문의가 종종 오긴 해요. 현재 성북구 작은 도서관 네트워크, 그리고 주민자치회와 콘텐츠를 만들기로 예정되어 있어요. 기존 콘텐츠인 <직구 인터뷰>도 계속 진행하고요. 다만 미디어 교육은 코로나19로 중단된 상황이에요. 미디어 교육은 실습이 중요한데, 과연 비대면으로 가능할지…비대면으로 진행했을 때 참여자들이 내용을 충분히 습득을 할 수 있을지 고민이에요. 빨리 교육을 재개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논의 중에 있습니다.


박은미(은평시민신문) : 은평시민신문이 사업에 참여하는 이유는 초지일관, 신문을 만들기 위해서죠. 은평시민신문은 2004년에 만들어졌고, 단체 운영 중간에 사업에 참여한 경우에요. 마을미디어 사업이 아니었으면 벌써 문을 받았을 거예요.

연차가 쌓이니 활동 목적도 많이 변하는 거 같아요. 초기엔 인쇄비라도 지원받으려고 참여했고, 그건 지금도 유효한 목적이지만 이젠 ‘마을미디어 활동가 간의 연대’가 중요한 사업 목적이에요. 지금 지역 단위 미디어가 미약한 상황이잖아요. 중앙 언론이 뭔가를 터뜨리면 나라 전체가 딸려가죠. 그 중앙집중화의 반사작용으로 나오는 문제도 분명 있는데, 지역 단위 소식은 중요성에 비해 잘 노출되지 않아요. 그래서 지역에서 미디어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연대하고, 콘텐츠를 공유하는 게 이 시점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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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생각하는 마을미디어…

취약한 재정구조는 늘 고민거리


Q. 각자 어떻게 마을미디어 활동을 시작하셨는지도 궁금한데요. 그리고 마을미디어 활동에 참여하면서 개인적으로 경험한 변화가 있다면요?


김진숙(라디오금천) : 처음엔 돈을 벌기 위해 시작한 게 맞아요. 서울시 뉴딜 일자리 활동 기간이 끝나고 마을미디어 활동은 취미로 삼으려 했는데, 다시 기회가 되어서 일을 하게 되었어요. 사실 일 자체는 재밌었지만, 취미와 생업의 경계에서 고민하고 있었거든요. 그때 저희 아이들이 용기를 많이 줬어요. 저희 큰아들이 엄마 너무 멋지고 자랑스럽다고, 엄마 하고 싶은 거 하라고 하더라고요. 그 말에 다시 일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웃음). 일은 좋지만 단체 재정문제는 늘 고민이에요. 소수의 인원이 계속 돈을 벌어야 하는 구조니까 힘들죠. 그래도 계속 도전하고 싶은 욕구가 생겨요. 제가 사는 동네에서 계속 뭔가를 하고 싶기도 하고요.


이경숙(와보숑) : 저는 지인이 보조강사 제의를 해서 마을미디어 활동을 시작했어요. 처음 활동을 시작한 2014년엔 마을미디어나 와보숑에 대해 잘 알진 못했어요. 개인적으로도 정말 많이 변했어요. 활동을 하면 아무래도 다양한 사람을 많이 만나게 되잖아요. 제가 내성적인 편이라 사람 만나는 걸 어려워하는데, 지역에서 새로운 사람을 많이 만나게 되니까 이웃을 좀 더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내 입장이 아닌 우리의 입장을 생각할 줄 알게 된 것, 그게 저의 가장 큰 변화에요.


박은미(은평시민신문) : 양극적인 두 가지 생각이 왔다 갔다 해요. 일단 이 일이 갖는 밝고 희망적인 측면인데, 지역에서 여론을 형성하는 게 무엇인지 알아가고 있어요. 지역 내 이슈를 기사화하고, 토론하고, 압박하는 과정이 반복되잖아요. 최근 의회 내에서 내분이 일어나고 다양한 문제 제기가 나오면서, 굉장히 오랜만에 지역 단체들이 논평을 냈어요. 그걸 또 기사화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이야기들을 꺼내놓고 이야기하고 비판하는데, ‘카더라’가 아닌 공식 매체를 통해 이야기하는 거니까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부정적인 생각도 많이 들죠. 수익 모델을 만들기 어려운 상황이라서 매일 지속가능성과 재정문제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어요. 은평시민신문 상근활동가는 두 명이에요. 급여가 높은 것도 아니고, 인쇄 매체다 보니 제작비가 꽤 나가는데, 요새 종이신문을 사서 보는 사람도 별로 없잖아요. 그렇다고 광고가 많이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구청과 사이가 좋은 것도 아니거든요. 저희 퇴근 시간이 보통 밤 11시, 12시에요. 주말도 대부분 일을 하고요. 이 정도로 일해야 일이 되는 구조인데, 이걸 어떻게 해야 할지 밤마다 고민해요. 그리고 신문사에 다양한 기자가 있어야 좋은 기사를 쓸 수 있는데, 한계가 많아요. 기사를 쓰는 건 전문적인 작업이기 때문에 시민기자를 모집하는 것도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에요. 그리고 시민기자가 활동하더라도 원고료를 지급해야 하죠. 그런데 마을미디어 사업에 측정된 원고료는 주는 게 더 민망한 액수에요.

저 개인적으로 큰 변화를 맞이한 건 분명해요. 처음엔 활동비를 받을 수 있는 게 큰 동기였어요. 임금도 받지 못하는 가사노동과 육아를 하던 중이었는데, 아이들 키우면서 한 달에 몇십만 원이라도 버는 게 소원이었거든요. 저는 육아를 하면서 직장을 그만두었는데, 가만히 있긴 뭐해서 가정폭력 피해 여성을 상담하는 자원 활동을 했어요. 그러다 마을미디어 활동까지 하게 되었죠. 제가 신문을 만나지 않았으면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을까 싶어요. 기사를 쓰고 신문을 발간하는 건 책임이 많이 따르는 일이고, 다양한 자극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다만 안정적인 임금을 받고 싶다는 거(웃음).


애 엄마들이 할 일 없으니 하는 거 아니냐’고? 

이웃의 변화부터 의회의 변화까지 도모하는 마을미디어

 

Q. 그렇다면 마을공동체와 이웃의 변화도 체감하시나요?


김진숙(라디오금천) : 대부분 매년 교육에 참여하시며 활동을 시작하시는데, 마을미디어 활동으로 시작해 주민자치회에 들어가는 분도 계시고, 그렇지 않더라도 마을에 관심을 많이 갖게 되시죠. 몇십 년 이 마을에 살았는데 마을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는 게 많다고 하시고요. 그게 참 감사하고 뿌듯해요. 그리고 1년 이상 방송을 진행하신 분들은 제작에도 관심을 가지고 배우시는데, 이렇게 자기 것을 찾아가는 과정을 볼 때도 감사하죠. 참여자 중 전업주부로만 몇십 년을 사시고 자신은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생각하는 분이 계셨는데, 자기 목소리로 처음 방송을 하시고 제작 기술까지 배우셔서 이제 프로그램을 혼자 진행하실 수 있어요. 그분 나이가 60대인데, 노력의 아이콘으로 감동을 많이 주시죠.

다른 단체에서 활동하시는 분들과 연결되면서 활동 반경과 시야도 넓어지죠. 마을미디어 참여자 중 주부가 가장 많은데, ‘애 엄마들이 할 일 없으니까 하는 거 아니냐’는 시선도 많이 받아요. 그렇지만 주부들이 마을 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우리 마을에서 아이들이 안전하게 잘 클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 때문이에요. 처음엔 취미활동으로, 혹은 개인적인 동기에서 활동을 시작하지만, 점점 시야를 넓혀가는 거죠. 저 역시 마찬가지고요.


이경숙(와보숑) : 와보숑은 작년에 재활용 쓰레기 캠페인 영상을 제작하고 정류장에 현수막을 걸어서 홍보했어요. 그걸 보고 아파트 단지에서 연락이 오기도 하고, 스티커를 받아서 자신이 거주하는 빌라에 붙이고 싶다고 연락하신 분도 계셔요. 성북구는 특히 협치가 잘 되는 편인 거 같아요. 성북구 주민자치 공론장에서 많은 사람이 이야기하고 토론하는 모습을 보면 이웃 간에 소통을 많이 하는구나 싶고, 덕분에 마을공동체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퍼져 있는 거 같습니다.


박은미(은평시민신문) : 저희는 제보를 통한 참여가 있다는 게 특이한 부분이라고 봐요. 주민분들이 지역 신문이 있다는 걸 아니까,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벽에 부딪히면 연락이 오는 경우가 많아요. 그걸 출발점으로 기사를 쓰는 경우가 많고요. 

또 하나 유의미하게 바라봐야 할 게, 은평시민신문 시민기자들의 자녀가 커서 나중에 시민기자로 성장하기도 하는 거예요. 잘 드러나진 않는 부분이지만, 은평시민신문이 올해로 16년이 되었으니까 목격할 수 있는 광경이죠. 그래서 요즘 학교에서 청소년들과 만나는 것도 의미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회 시간에 국회에 대해선 배우지만 지방의회에 대해 배울 기회는 잘 없잖아요. 우리 동네 구의원이 누구고, 어떤 조례를 만들고 있는지 보여줄 수 있을 거 같아요.

가시적인 변화로는, 의회의 변화를 많이 일으켰다고 생각해요. 서울시 자치구별로 의회 생방송을 하는 곳이 있고 안 하는 곳도 있는데, 은평구의회는 올해 생방송을 시작했어요. 작년과 재작년엔 저희가 직접 장비를 가져가서 라이브방송을 했는데 그게 압박이 되었죠. 그리고 영상으로 기록을 남기니까 의원들의 실언이나 막말이 드러나고, 시민들이 그 부분을 편집해서 올리기도 했어요. 한 의원이 시민들 항의 문자를 스팸 처리 해버리라고 한 적이 있거든요. 그리고 의회 회의록이 두 달 후에나 올라올 때가 있는데, 그 전에 임시회의록을 올리라고 요구해서 이젠 꼬박꼬박 올려요. 정보공개도 당연히 공개해야 하는데 하지 않는 것에 대해 적극 항의해서 이제 잘 공개하고요. 이런 변화는 셀 수 없이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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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탄해진 네트워크 토대로 지역의제 발굴


Q. 각자 활동하시는 단체는 마을공동체와 관련해 어떤 변화를 겪으셨나요?


김진숙(라디오금천) : 라디오금천은 주로 게스트를 초대해서 인터뷰해요. 저희 사무실 바로 앞이 재활용 정거장이라 도시 광부를 초청해 인터뷰하기도 했죠. 그리고 특히 장애 관련 이슈에 꾸준히 관심을 갖고 방송을 제작하고 있어요. 그 중 <금천 수어 방송>이 잘 확산되었다고 보고요. 전엔 도시재생사업 관련해서 <독산 아모르파티>라는 방송을 진행했는데, 도시재생을 알리고 지역에 공론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봐요. 주민, 상인, 그리고 특히 산업체에서 일하는 분들까지 다양하게 만나봤어요. 저희가 사업 기록에 참여한 것이고, 관련자들이 성과 보고를 할 때 저희 방송을 참고하기도 했다고 하더라고요. 라디오금천이 이렇게 지역 내 네트워크를 탄탄히 구축하고, 지역 의제를 발굴하고 있는 게 큰 변화입니다.


이경숙(와보숑) : 와보숑은 성북구 주민자치 공론장을 시작으로, 최근엔 성북동천, 능말이야기, 정릉야책과 함께 ‘코로나19와 기후위기’를 주제로 회의하고 있어요. 지역 네트워크를 탄탄히 구축하고 지역 의제에 좀 더 접근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박은미(은평시민신문) : 은평시민신문의 경우, 뭐니 뭐니 해도 문 닫을 뻔했던 신문사가 문을 닫지 않고 유지되고 게 큰 변화죠(웃음). 2012년, 처음 서울시 마을미디어 활성화 사업에 참여할 당시엔 문을 닫자고 할 정도로 단체가 열악한 상황이었어요. 활동가 한두 명이 소진될 대로 소진된 상태였는데, 이 정도로 소진되는 게 바람직하지도 않고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걸 알았죠. 협동조합으로서 2차 창간을 선언한 건 2014년도의 일이고요. 원래 신문을 월 1회 발간했지만, 지금은 격주로 꼬박꼬박 발행하고 있어요.


>>2부에서 계속 



진행 : 정은경

사진 : 이세린

속기 및 정리 : 김푸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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