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위기 속 주목할 목소리, 마을미디어에서 찾다

코로나 위기 속 주목할 목소리, 마을미디어에서 찾다

작성자 최고관리자 기획 조회 514 작성일 2020.04.14

※ 위 글은 진보적미디어운동연구저널 ACT! 119호에 공동 게재되었습니다.


코로나 위기 속 주목할 목소리, 마을미디어에서 찾다 

 - 서울 마을미디어 코로나19 관련 콘텐츠 소개 

이세린 (미디액트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


 재난은 좀처럼 쉽게 끝나지 않을 것같이 보인다. 코로나19의 위험에 대비하는 것은 어느덧 우리 일상의 한 모습으로 자리 잡았다. 좋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사람을 만나지 못하는 것, 가까운 사람의 안위를 걱정하는 것, 날마다 착용하는 마스크의 불편함이 힘들지만, 이것만이 우리를 지치게 하지는 않는다. 앞으로 몇 번이고 찾아올 팬더믹을 피할 수 없다는 것, 이러한 사실에 대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 것이 우리를 무력하게 만드는 것 같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난에 맞서려는 시도를 하는 이들이 있다. 의료현장 일선이 아닐지라도 자신의 삶터에서 그렇다. 과연 이러한 작은 시도들이 변화를 만들 수 있을까? 이번 글에서는 마을미디어의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마을미디어란 지역 주민들의 풀뿌리 공동체가 직접 운영하고 또 소유하는 미디어를 말한다. 지역적으로는 넓게는 구 단위에서부터 좁게는 동 단위의 범위로 활동한다. 기성 방송 뿐 아니라 마을미디어에서도 재난은 중요하다. 서울 곳곳의 마을미디어는 지역사회의 확진자 정보를 전하고, 방역당국의 지침을 보다 촘촘히 전하는 콘텐츠를 제작해왔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우리 사회의 주목할 만한 목소리를 담은 서울 마을미디어의 콘텐츠를 몇 개의 키워드로 묶어 소개한다.


 재난 속 차별받는 당사자, 마을미디어에서 말하다

 재난은 평등하게 닥치지 않는다. 지난 폭염이 독거 노인과 건설 노동자들의 생명을 위협했던 것처럼, 재난은 사회적 약자에게 더욱 가혹하다. 코로나19 또한 사회의 ‘약한 고리’를 드러내고 있다. 코로나 초기 주목받았던 청도 대남병원 사태도 그러할 것이다. 당시 폐쇄 병동의 환자 전원이 감염되어 한국에서 발견된 최초의 코로나19 집단 감염 사례로 주목받았지만, 언론은 주로 방역의 관점에서만 사태를 다루었다. 강서구의 마을미디어 방화마을방송국의 <들리는 고바우>는 사태를 조금 다르게 다룬다. 정신장애인 당사자가 진행하는 이 프로그램은 당시 ‘그들이 폐쇄병동을 알기를 바라며’라는 제목으로 청도대남병원 사태를 다루었다. 진행자는 정신병동에 강제로 격리되어 있다 바이러스로 인해 코호트 격리에 처한 청도대남병원 환자의 심정이 어떠할지를 같은 정신장애인의 입장에서 호소한다. 방송에서 직접적으로 열악했던 폐쇄 병동의 실태를 자세히 다루는 것은 아니지만, 듣는 이로 하여금 환자의 관점에서 생각해보도록 하는 기회를 준다. 최근 언론을 통해 2015년 메르스 유행 당시 한국에서의 마지막 환자 유가족 인터뷰가 진행되어, 당시의 언론 보도가 메르스의 피해자인 유가족에게 어떤 트라우마를 안겼는지를 알 수 있었다. (“남편을 ‘바이러스’ 취급 했다”, 한겨레21, 2020.02.27.) 우리 사회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전염병 확산 시 놓치기 쉬운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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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2.25. 들리는 고바우 2회 청도대남병원 그들이 폐쇄병동을 알기를 바라며 녹음방송 (방화마을방송국) 


 코로나19가 ‘우한 폐렴’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유행 초기, 한국에 거주하는 중국 동포들 또한 혐오의 대상이었다. 영등포의 마을미디어 KCNTV한중방송은 재한 중국동포들이 운영하는 미디어로, 중국 동포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대림동이 실제로는 안전한 공간임을 전했다. 한편으로는 중국 동포의 차별에 대해 전하기도 했다. 서울 마을미디어가 진행자, 출연자로 참여하고 있는 TBS <우리동네라디오>에 출연한 KCNTV한중방송 정명선 앵커는 당시 간병인, 가사도우미 등으로 일하고 있는 중국 동포들이 최근 중국에 방문하지 않았음에도 혐오 정서로 인해 해고당하거나 병원에서 진료를 거부당하는 사례를 전했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누군가는 마주하고 있었던 차별을 방송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KCNTV한중방송 유튜브

2020.02.19. TBS 우리동네라디오 코로나19로 피해를 보는 중국동포 - KCNTV한중방송 정명선 


 농인과 지역 공동체, 방송으로 연결되다

 ‘코로나19에 대한 너무 많은 정보가 쏟아지고 있다’는 말을 흔히 하곤 하는 요즘이지만, 과연 누구에게나 그러할까. 일상적으로 정보의 소외를 겪는 장애인에게는 그렇지 않을지 모른다. 금천구의 마을미디어 라디오금천에서는 3월 2일부터 코로나19 관련 지역 뉴스를 수어 방송으로 전해왔다. 수어를 사용하는 이들 중에는 문자 정보를 접하기 어려운 ‘무학 농인’들도 있는 만큼 수어를 통한 정보전달은 중요하다. 방송에서는 금천구 확진자 현황, 올바른 마스크 사용법 및 배포처 안내 등을 진행했다. 공공 시설인 통역센터가 휴관에 들어갔지만 영상을 통한 소통은 이어질 수 있었다. 

 라디오금천의 수어 방송은 사실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제작되고 있었다. <금천수어방송>은 금천구수어통역센터와의 연계로 금천구 뉴스를 수어로 전해 왔다. 실제 센터를 이용하는 지역 주민들이 이 방송의 소비자다. 주민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어통역 센터와 지역 기반의 마을미디어 제작자, 그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농인들이 방송 제작과 수용 과정에서 온·오프라인으로 연결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콘텐츠 제작이 거듭 이루어지면서 보다 농인에게 친화적인 생활공간을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라디오금천은 방송 제작에 그치지 않고 금천구 내에서 수어 캠페인을 진행하는 등 연대를 확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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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3.2. 금천수어방송 코로나19 뉴스 1 (라디오금천) 


 재난 속 서로의 안부를 묻는 공동체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가 있다. 코로나로 인해 생긴 변화에 따르는 우울한 감정을 표현하는 말이다. 누구든 정서적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시기지만 이는 사회적 약자에게 특히 심각한 문제다. 일상 생활에서 차별이나 소외감을 겪는 소수자들은 안전감을 느낄 수 있는 공동체를 형성해 연대하고 스스로를 회복하기도 하는데, 코로나로 인해 모임이 취소되고 거점 공간이 문을 닫으면서 개개인이 고립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2001년 고베 대지진 당시 재난 방송을 진행했던 공동체라디오 FM와이와이 역시 이러한 소수자 개인의 위기에 주목하여, 재난 시 트라우마 치유를 위해 뉴스 뿐 아니라 오락 방송을 큰 비중으로 편성하고 일본어 뿐이 아닌 다양한 언어의 방송을 제공했다. 당시 한국인을 위해 ‘아리랑’을 틀기도 했다고 한다. (지금이 재난이다! - ‘지역 재난방송과 공동체 라디오’ 국제 토론회를 마치고, 박채은, ACT!, 2011.9.30.)

 

 마찬가지로 마을미디어도 공동체의 연결감을 유지하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이주민방송 한지희 활동가의 영상 <JiHee's VOM 다들 어떻게 지내시나요?>는 그런 의미에서 새롭다. 영상에서는 이주민방송에서 활동했던 다양한 언어와 문화권의 이주민들이 자신이 겪고 있는 상황을 전하고, 모국어로 안부를 묻는다. 영상의 말미에는 웹캠을 통해 녹화된 두 참여자의 연주와 노래가 화면을 가득 메운다. 이주민방송이 어떤 이들과 연결되어 있는지, 그들의 안부는 어떠한지를 알려주며 동시에 코로나 사태를 이겨낼 에너지를 전달한다. 강북FM도 최근 <전화로 말해요> 라는 정규 프로그램을 편성했다. 대면 인터뷰를 진행할 수 없는 상황에서 지역 주민과 전화 인터뷰를 진행하며 안부를 묻고, 지역 기반의 피해 상황을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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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3.19. JiHee's VOM 다들 어떻게 지내시나요? (이주민방송)

▶ 2020.03.19. 전화로 말해요 1회 (강북FM) 


 이 외에도 마을미디어는 코로나로 인한 지역 소상공인의 피해를 알리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 천마스크 기부 등의 노력을 하는 공동체의 사례를 전하기도 한다. 쉽게 끝나지 않을 팬더믹과의 전쟁, 마을미디어 또한 여러 어려움과 당혹스러운 상황 속에서 활발한 활동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마을미디어가 앞으로 어떤 ‘다른’ 목소리를 전할지에 대해서도 주목이 필요하다. 코로나 사태 이후 무엇이든 말하고 싶어 답답한 이가 있다면, 그 사람이 찾아갈 가까운 장소가 마을미디어였으면 한다. 기성 언론과 상업 미디어가 다루지 않는 이야기를 다루는 것을 역할로 여겨온, 사회의 고통 앞에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 온 마을미디어는 그 목소리의 소중함을 알 것이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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