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미디어리뷰단] 이것은 문집인가 잡지인가

[마을미디어리뷰단] 이것은 문집인가 잡지인가

작성자 admin 주목! 이 콘텐츠 조회 64 작성일 2019.11.30 13:09

- 마을 이야기를 담아 마을을 닮아가는 잡지 『닮다』 리뷰


 

  • ‘마을미디어 리뷰단’은 마을미디어 콘텐츠의 지형을 들여다보고, 마을미디어를 소개하는 작업을 합니다.

 

김기민 (성북동천 총무)


 

『닮다』는 금천구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마을잡지이자 일종의 문집입니다. 매호 하나의 주제에 대한 글이 실리는데 2017년 여름호에는 밥, 겨울호에는 공간, 그리고 2019년 여름호에는 놀이를 주제로 한 다양한 글들이 실렸습니다.

미디어로서의 공공성을 고민할 때 지역의 현안이나 의제, 이슈에 대한 주목과 공론장 형성이 마을미디어의 주요한 역할 중 하나라는 생각을 갖고 있던 필자에게 『닮다』의 기획과 구성은 그동안 상상해본 적 없는, 마을미디어가 맡을 수 있는 새로운 역할에 대한 상상의 나래를 열어주었습니다. 이 문집(文集, 개인 또는 여러 사람의 시나 문장을 한데 모아 엮은 책)은 동시대의 한 지역에서 거주하거나 생활하지만 제각기 다른 삶을 살아가는 주민들의 다양한 생각과 삶의 모음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다양성이 질서를 갖고 모일 수 있는 것은 ‘하나의 주제’라는 단서가 확고한 구심점으로서 기능하는 까닭입니다.

하나의 주제에 대한 동시대 지역 주민들의 생각을 글로 담아내고 모아내는 과정은 현안과 의제, 이슈를 통해 지역에 주목하는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지역, 그리고 주민들의 삶을 조망하며 이를 통해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을 확장시킬 수 있습니다.

 

닮다 2017 여름호 표지

 

▲ 2017 여름호 "밥"


 

닮다 2017 겨울호 표지

▲ 2017 겨울호 "공간"


 

닮다 2019 여름호 표지

▲ 2019 여름호 "놀이"


 

[2017 여름호]

밥이란 무엇인가. 일상적이지만 질문으로 던져지는 순간 전혀 일상적이지 않은, 근원적이고 철학적인 질문이 되는 주제입니다. 지역, 마을공동체 영역에서 ‘밥’이란 화두는 정말 중요하지요. 식사 시간에 회의를 잡는 것은 불가피할지라도 가급적 피해야 할 일이고, 만약 잡는다면 - 회의 구성원들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 적절한 먹거리를 준비해두는 것을 당연한 인지상정으로 여깁니다. 각기 다른 입장에 놓여 있는 주민들의 입(인터뷰), 혹은 직접 쓴 기고글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밥에 대한 이야기는 비록 한 부분일지언정 2017년 현재 금천구 지역사회 구성원들의 단면을 들여다보게 합니다.

“제각각 생각하는 것도, 사는 모양새도, 생김새도, 나이도 다 다른 사람들이 모여서” 밥을 먹으며 무슨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직장, 취미동호회, 여러 인간관계망 안에서 다양한 모임과 관계가 만들어지지만 공유할만한 확실한 키워드 없이는 만나지지 않고 설령 만난다 해도 이어지기 어렵습니다. ‘지역’이란 키워드는 어떠한가요? 걸어서 5분 거리 이내, 편한 복장으로 약속 없이 만나 맥주 한 잔 기울일 수 있는 동네 친구와 같은 근린관계망은 로망으론 존재할지언정 실재여부에 대해선 여전히 고개를 갸웃하게 됩니다. 적어도 21세기 서울에선 말이지요. 그런데 그것이 서울 금천구 어느 지역에서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물론 서울 곳곳을 뒤져보면 어딘가에는 로망과 같은 근린관계망이 실제 존재함을 확인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경험담으로 공유되고, 심지어 활자로 기록되고 정리되어 읽혀지는 사례는 드물 것입니다. 밥이라는 키워드로 모인 닮다 2017년 여름호가 갖는 의미는 이와 같습니다.

 

닮다2017여름-내지-3차_page-0027
동네사람들은 왜 요즘 밥상모임을 많이 하게 됐을까? 요즘 요리프로그램이 대세인 이유는 뭔가? 등등을 두고 갸웃하며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여전히 불안하고 걱정되는 작업은 잠시 옆에 놔두고” / 6월 어느 저녁을 함께 보내다(김유선), <응원 밥상모임>, p.53

 

[2017 겨울호]

지역, 마을공동체에 주목함에 있어 ‘공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주제입니다. 공간이란 키워드를 다룬 2017년 겨울호는 특히 더 인상적이었던 건 아마도 그런 까닭일텐데요. 지역에서 살아가는 한 사람이 갖는 공간에 대한 철학적인 사유, 시장과 같이 공유하는 공간에서의 경험, 개인적으로 애정하는 공간에 대한 소개, 도시재생사업에서 주민 커뮤니티의 거점 역할을 수행하는 사랑방에 대한 관찰, 개인적으로 의미있는 공간과 거기에 얽힌 에피소드까지 흥미로운 이야기와 글들을 많이 접할 수 있습니다. 특히 공간에 얽힌 개인의 경험과 에피소드를 다룬 「시흥4동 3번지 언덕」과 「동네 놀이터」에서는 한 편의 수필을 읽는 듯 충만한 문학적 감수성을 엿볼 수 있습니다. 문집과도 같은 마을잡지의 매력을 한껏 느껴볼 수 있는 글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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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이라는 공간 (김환이) <이름이 공간>,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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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시장 (김산복), <노부부의 같은 공간 다른 이야기>, p.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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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쉬어가는 곳, 카페 마레 (배진희), 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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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산2동 사랑방을 다녀와서 도시재생을 생각하다 (김유선),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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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흥4동 3번지 언덕 (베누),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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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네 놀이터, p.73


 
부른다는 말은 내 안에 당신을 초대한다는 느낌처럼 전해진다. 우리는 누군가가 자신의 이름에 머무르고 갈 수 있도록 공간을 가꾸어야 하지 않을까” / 당신이라는 공간

현대시장이 비록 골몫장이긴 하지만 활력이 넘치고 언제나 사람들로 붐빈다. (중략)
주위에 대형 마트가 들어서고, 상권이 분산 되어가도 현대 시장은 항상 시장특유의 열기로 넘쳐난다” / 현대시장


우리나라에서 카페가 성행하는 이유는 사람과 소통하던 대청마루가 사라지면서 커피가 목적이 아니라 소소히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현대인에게 필요한데.. (생략)” / 내가 쉬어가는 곳, 카페 마레

독립적인 1인 가구가 이렇게 소외의 문제를 안고 있으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점차 내 가족이, 내 친구가, 내 이웃이 1인 가족의 형태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위기도 드러났다” / 독산2동 사랑방을 다녀와서 도시재생을 생각하다

언덕 위의 풍경들은 달라졌지만 매일 같은 모습으로 우직한 언덕은 오늘도 3번지 사람들의 귀가를 기다린다” / 시흥4동 3번지 언덕

이곳에서 만나고 이별하고 입을 맞추고 눈물도 흘렸다. 이곳에서 나는 수많은 추억과 비밀을 쌓았다” / 동네 놀이터

 

[2019 여름호]

‘놀이’에 대한 지역 사람들의 생각을 모아본 2019년 여름호는 하나의 주제에 대해 주민들이 갖고 있는 여러 생각들을 두루, 그리고 깊이 있게 보여줍니다. 한국 사회에서 ‘놀이’에 대해 갖고 있는 부정적 이미지와 선입견에 대한 고찰부터 동네에서 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생각해본 적 없었던 우리 삶속의 ‘놀이’에 대해 주의를 환기하며 생각해볼 계기를 제공합니다.
생각할수록 나는 논다는 것이 정말 어려운 것처럼 느껴진다. 왜 나만 제대로 못 노는 것 같은지, 잘 노는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그렇게 놀 수 있는지 말이다. (중략) ‘여러분들은 잘 놀고 있습니까?’” / 뭐가 노는 겁니까?(김환이), p.7

 

지금까지 이런 마을잡지는 없었다! 이것은 문집인가 잡지인가

이번 리뷰를 통해 저는 문집인듯 잡지인듯 문집같은 잡지, 잡지같은 문집의 매력에 대해 경험해볼 수 있었습니다. 세상 모든 마을잡지를 두루 섭렵하진 못했지만 적어도 리뷰단 활동을 통해 서울에서 만들어지는 다양한 마을잡지들을 좀 더 많이 살펴볼 수 이는 기회를 얻은 저조차도 『닮다』와 같은 콘셉트의 마을잡지는 만나본 적 없었습니다. 지금 마을잡지를 만들고 계신 지역 주민이나 마을미디어 단체 및 활동가들에게, 나아가 앞으로 지역에서 마을잡지를 만들고자 하는 분들께 『닮다』는 마을잡지가 표방할 수 있는 다양한 콘셉트를 보여주는 중요한 용례이자 예시로서 의미있는 참고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꼭 참고가 아니더라도 동네 주민들의 생각과 이야기가 정리된 문집을 읽는 재미를 느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을 것입니다. □

 




 

김기민은 성북동천 총무, 2019 마을미디어 활성화사업 <성북동 마을잡지, 지역사회와 함께> 사업운영 보조담당자로, 「성북동 사람들의 마을 이야기」가 주민모임 성북동천을 넘어 성북동 지역사회가 함께 만들고 공동의 문화유산을 남을 수 있기를 소망한다. 2018~2019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와 마을미디어 활동가들이 함께 구성한 마을미디어 콘텐츠 리뷰단에 참여하여 활자형 매체들에 대한 리뷰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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