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_이슈] 서울마을미디어, 갈등은 변화의 징후다.- 마을공동체미디어 활성화방안 세미나 참여 후기

서울마을미디어, 갈등은 변화의 징후다.

마을공동체미디어 활성화방안 세미나 참여 후기

 

이희랑(공동체미디어 활동가, 서울시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지역지원실)       

 

 

  마을공동체미디어는 어쩌면 조용하게 정체되어 있는 마을에, 지역에 분란의 씨앗이 될지도 모르겠다. 떠들지 말아야 할 사람들이 떠들기 시작하고, 몰라도 될 일들을 같이 알게 되며 사건이 생길 것이다. 우리는 분노하다 못해 따지고 들게 될 것이다. 평화로운 마을에 갈등을 불러올 것이다. 조용히 사라져 가는 우리 마을의 나무와 산처럼 이름이 없던 우리들은 이제 나무 이름을 만들어 부르고 산 이름을 자꾸 부르며 사라져 가는 것들을 다시 소환하거나 또는 생기지 말아야 하는 것들에 대한 것들에 대해서 성찰하기 위해 미리 시간을 불러들여 멈추어 놓고 들여다보게 될 것이다. 평화롭던 마을은 시끄럽게 떠들고 분란과 갈등을 만들어내는 사람들과 그들의 마이크로 골치가 아플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마을공동체미디어는 발화하여 갈등하고, 갈등함으로써 변화를 만들어 낼 것이다.
  그러나 언제나 그랬듯이 이미 현장은 필자의 상상보다 더 치열한 현실을 경유하고 있다.


▲ 2017.3.22(수) 국회도서관 소회의실
생활정치 자치분권의 시대, 마을공동체미디어 활성화 방안 세미나

 

 

  지난 3월 23일(목)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개최된 ‘생활정치 자치분권의 시대, 마을공동체미디어 활성화 방안 세미나’는 사고와 현실의 실천들을 다시 한 번 가로지르며 매듭짓기 하는 중요한 담론의 장이었다.
  세미나에서는 풀뿌리 정치와 지역 자치 그리고 마을공동체미디어의 관계를 구성하는 개념적 담론과 실제 사례들이 발표되었고 이어서 마을공동체미디어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공공 정책적 과제와 지원체계에 대한 제안이 이루어졌다.

 

  공동체미디어는 참여하는 주체들이 위치하고 있는 정치 사회적 환경에 따라서, 그리고 주체들의 기대가치와 공동체의 요구에 따라서 다양한 방식으로 작동한다. 세계의 국가별, 지역별, 정치사회적 특징을 반영하는 공동체미디어의 다양한 실천과 마찬가지로, 한국의 마을공동체미디어 역시 국내의 정치사회적 조건 속에 위치하며 또한 변화를 촉진한다.
  커뮤니티(community) 앞에 ‘마을’이라는 수식을 달아 강조하고 있는 것은 한국사회에서 공동체미디어가 정치사회적 패러다임에서 어떻게 함께 작동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마을공동체미디어 활동은 한국사회의 정치를 바꾸어내는 중요한 과정이다.

 

  우리는 항상 소수의 엘리트와 중앙에 집중되어 온 국가의 통치 권력 체계를 벗어나는, 자유로운 인간들의 공동체를 상상해왔다. 그리고 다양한 방식의 실천들이 겹겹이 이루어져왔다. ‘마을’은 풀뿌리 정치나 지역분권 그리고 공동체미디어의 실천을 연결시키는 매듭이다. ‘마을’은 행정단위나 물리적 경계를 넘어서는 정치적 지향을 담고 있는 개념이다. 시장과 국가적 통치의 오래된 적폐 속에서 해결되지 않는 삶의 문제, 정치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삶을 모색하기 위한 오래된 그러나 새로운 영토이다. “실재 계급의 배치는 소비자가 살아가는 곳, 농부가 곡식을 키우고 생산자가 공장을 가동시키는 곳 그리고 노동자가 일을 하는 그 곳에 있다. 이러한 고정된 지대(stationary islands) 주위에서 우리가 공동체라고 일컫는, 사람, 예술, 음악, 기술, 종교 그리고 정치의 네트워크가 생긴다.”(Shuman, 2000, p.8). 즉 마을은 인식가능한 사람들이 함께 대면하며 사건을 만나고 해결함으로써 정치적 주체로 드러나는 본격적인 무대이다. 마을이라는 일상은 존재가 위치한 시간과 공간의 펼쳐짐이며 실천적 시공간을 형성한다(Lefèbvre, 1974/2011). 일상은 가장 해결되지 않는 욕망들, 결핍 등이 반복되는 처참한 곳이지만, 땅에 뿌리를 내린 채 삶을 지속시키는 위대한 곳이다. 이러한 일상이 펼쳐지는 공간에서 다양한 존재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관계 맺기를 하며 살아가는 영토가 마을이다.(이희랑, 2013)

 

  마을신문 또는 마을방송국이라는 형태로 마을공동체미디어가 한국사회에서 활동을 시작한지 이미 수 십 년의 세월이 지났다. 이제 풀뿌리 정치와 지방분권, 자치를 본격화하면서 이러한 새로운 정치패러다임의 결에서 함께 가며 시민들의 변화와 사회적 변화를 촉진하는 마을공동체미디어에 대한 ‘제도화’에 대한 담론 역시 이제 본격 궤도에 올랐다.
  세미나에서 정책적 과제를 발표한 최성은 전국미디어센터협의회 이사장은 주요한 정책 개편의 방향으로 공동체미디어 활성화를 막는 적폐 청산을 전제로 1) 국가 차원의 명확한 정책 체계 수립, 2) 공공적 서비스의 영역으로서 공동체미디어의 정책 위상 정립, 3) 지역자치와 자치분권으로의 지향, 4) 전국적 중간지원기관 역할 재정립을 제시했다. 제시된 방향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마을공동체미디어의 본격화는 결코 몇 개 정부 부처가 합의만으로 가능하지 않으며 그 이상의 과정을 상정한다.

 

▲ 2017.3.22(수) 국회도서관 소회의실
생활정치 자치분권의 시대, 마을공동체미디어 활성화 방안 세미나

 

  세미나에 참석한 다양한 분야에서 함께한 토론자들의 이야기를 모아, 정책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민사회 영역, 마을공동체미디어 활동 영역에서 풀어내야 할 과제를 몇 가지로 모아보자.

 

  첫째, 공공적 서비스의 위상으로 제시되는 마을공동체미디어에 대한 제도화의 문제는 정치 패러다임과 함께 공공성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문제이다. 90년대 시민사회 운동, 사회의 다양한 부문 운동이 본격화되면서 국가의 권위로 소위 ‘퉁’치는 방식의 공공성 담론에는 균열이 시작되었다. 국가의 행정체계에서 결정되는 모든 것이 공공적이라고 생각하는 방식에 문제제기가 시작되며,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조직 형태가 제도화되기 시작했고 공적 서비스를 위한 시민사회 움직임, 공공서비스를 지원하기 위한 중간기관들이 생겨났다. 마을공동체미디어는 국가의 책임과 권한으로 이루어져 있는 ‘공영미디어’만이 공공적이라는 기존의 사고를 본격적으로 전환하는 과정이다. 커뮤니케이션의 사회적 자원들을 국가가 틀어쥐고 있었던 방식을 벗어나 시민사회의 새로운 공공적 영역을 구축하는 과정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국가주도적 공공성을 시민사회 주도적 공공성으로 전환시켜 낼 수 있는 이론 지형을 구축해야 한다.

 

  둘째, 공공적 활동으로서 마을공동체미디어를 제도화하는데 있어서 우리가 지금 선언하고 장전해야 하는 권리 개념은 무엇인가. 시민권, 문화적 권리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권리 등이 제출되고 있다. 마을공동체미디어는 다양한 사회문화적 분야들이 가로지르며 구축되는 교차로적 활동이기도 하다. 이 모든 것들을 포괄하면서도 인권의 근원과 통할 수 있는 것을 고려하되, 법제화되는 되는 과정과 환경을 고려한 전략적 선택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시청자 주권’ 정도로 협소하게 정의되어 온 시민 커뮤니케이션 권리를 전면화하기 위해서는 미디어생태계에 대한 전면적인 재편을 구상한 그림을 과감하게 제출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깃발을 꽂기 위해 우리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가? 깃발을 꽂는다는 것은 함께 모일 수 있는 장소와 같이 바라볼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 방향을 함께 바라보고자 한다면 모이자, 그리고 토론하고 그 길이 맞다면 같이 가자라는 과감한 제안이며 세력화를 위한 기본 행위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깃발을 꽂을 준비가 되어 있나, 어떤 깃발을 만들어 가지고 있는가.

 이미 마을공동체미디어는 한 몸처럼 보이지만 여러 몸이 함께 붙어 어우러져 만들어지고 있는 과정적 결과물이다. 세미나에 함께 참여한 우리는 마을운동가이기도 하고 공동체 활동가이기도 하며, FM주파수를 가지고 활동하는 공동체미디어 상근자이기도 하고 팟캐스팅을 하는 온라인 마을공동체미디어 활동가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냥 마을 주민이기도 하다.
문화운동의 관점에서 미디어를 정의하기도 하며 지역 정치와 협치 공론장이라는 시스템으로 미디어를 사고하기도 한다. 우리는 이미 여러 가지 몸과 마음으로 ‘마을공동체미디어’라는 하나의 깃발 아래 모인 것이다.
  국가 권력과 정부의 권한을 이항받기 위해서는 우리는 먼저 우리 안에서의 연대와 협력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미 우리의 실천은 그렇게 연대와 협력으로 이루어져 왔음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끼고 있는 팔짱을 보다 단단하게 하고 공감의 영역을 확장하기 위한 과정이 우리에겐 다시 필요하다. 지금부터 그것이 시작되어야 한다. 갈등은 변화를 만들어내는 징후가 될 것이다. 

 

〇 마을공동체활성화방안 세미나 – 사후 자료집 다운받기

 

※ 본 기사는 진보적 미디어운동 연구 저널 ACT! 103호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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