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다 : 지역연계형, 5개월

2020-10-15

김가희(호박이넝쿨덩쿨) 

 

 

 

이 글은 마을미디어 4년차이며 지역연계형으로 사업을 하는 <호박이넝쿨덩쿨>의 운영자로서 올해 다른 지역연계형 단체들이 어떻게 지역과 만나고 있는지, 지역과 함께하는 마을미디어의 현재를 그리고 싶은 개인적인 바람에서 출발했다. <호박이넝쿨덩쿨>을 포함해서 지연연계형 단체 세 곳 <강북FM>(김일웅 총괄PD), <줌인네거리>(이은정 운영자), <마을생활전파소>(문대영 대표)의 활동을 중심으로 정리했다. 올해 마을미디어 활성화 사업은 ‘자유형’, ‘커뮤니티형’, ‘지역연계형’, ‘인프라형’이라는 이름으로 단체들을 모집했다. 각 유형의 이름을 보면 마을미디어 단체들이 생겨나고 성장하는 흐름이 보인다. <호박이넝쿨덩쿨>을 보더라도 동네책방에서 모인 주민들이 자신의 글을 모아 책을 내보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하여 지역을 알아가고 네트워크가 쌓이면서 점차 마을미디어 역할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되는 과정을 겪었다. 이렇게 3~4년 마을미디어 활동을 한 단체들은 2020년인 올해부터 지역연계형으로 마을미디어 사업에 지원하였다. 

 

2020년 마을 미디어 활성화 사업 공모를 본 후 지역연계형에 지원하려고 마음을 먹었지만, 콘텐츠에 지역을 더 담아내라는 건지, 지역 내 다른 단체와 함께 공동 작업을 하라는 건지, 지역 이슈나 의제를 더 발굴해야 하는 건지 고민이 되었다. 어쨌든 마을미디어 사업을 지속적으로 해 온 단체들은 ‘지역연계형’이라는 그릇에 담겨 새로운 마음으로 좀 더 지역과 함께하라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호박이넝쿨덩쿨>과 비슷하게 마을미디어 사업을 시작한 <마을생활전파소> 역시 지난 활동에서부터 올해 진행하는 지역연계형 사업까지의 과정을 마을미디어 단체들이 거치는 일련의 수순으로 설명한다.

 

마을미디어의 사회적 가치를 보여줘

  “지역연계형이 생소하긴 했어요. 마을미디어의 특성상 개인의 욕구와 필요에 따라 방송을 만들기 시작해서 점차 관심이 공공성이나 지역의제로 이동하기 때문에 지역연계형으로 가는 게 자연스러운 과정이라 생각해요.  주민들 스스로 지역에 관해 관심을 갖는 과정은 필요하지만, 지역연계형이라는 이름이 들어오니까 책임이나 의무감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에요.” (문대영) 

 

  <강북FM>의 경우는 사업 유형의 변화에 큰 의미를 두지는 않았다. 오래 활동한 단체로서 신규 마을미디어 단체 발굴과 인큐베이팅 등 지역의 마을미디어 생태계를 조성하는 활동을 이미 계획하고 실행해왔기 때문이다. 

 

  “지역에 기반해서 활동하는 마을미디어의 특성상 초창기부터 참여했던 마을미디어 단체들은 이미 지역과 연계한 여러 가지 활동을 해왔습니다. 지역연계형이 신설된 것은 지역성과 공공성으로 대표되는 마을미디어의 사회적 가치를 보다 강조한 것으로 마을미디어가 나아갈 방향과 부합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일웅)

 

 

지역연계형이라는 이름으로 각 단체가 세운 계획을 살펴보면 콘텐츠 기획 단계에서부터 지역 단체들과 협력한다는 점이 눈에 띄는데 이런 현상은 지역사회에 협치가 점차 확산되는 흐름과 연관이 크다. 지역의 시민단체, 주민자치회 및 주민협의체 등의 주민 단체들과 공동 콘텐츠 기획‧제작, 혁신교육 아카이빙, 지역 대학과의 연계 및 아동·청소년 미디어 교육과 제작 등 마을 교육 관련 콘텐츠 제작, 지역의 맹학교, 농학교 등과 연계한 시각/청각 장애인 등 미디어 소외계층을 위한 콘텐츠 제작 등을 구상했다. 

 

 또 다른 계획으로는 같은 구에 있는 미디어 단체들의 협력구조를 만들려는 시도를 들 수 있다. 성북구의 경우 <성북동천>, <능말이야기>, <성북마을방송 와보숑>, <호박이넝쿨덩쿨>이 공동으로 기후위기 관련 공론장을 기획하였다. 강서구는 <마을생활전파소>, <강서FM>, <라임방송국> 세 개의 미디어 단체들이 교류를 통해 협업구조를 만들며 강서구 마을미디어 조례 준비와 주민들을 위한 공개방송(11월 예정)을 준비하자는 의제를 도출했다. 

 

[사진1] 강서구 네트워킹 모임

▲[사진1] 강서구 네트워킹 모임▲

 

 

지역연계는 발로 하는 것이다. 많이 만나고 관계를 다져야 사업이 구체화된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물리적 거리를 둘 수밖에 없어 활동하기에 어려움이 따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연계형 단체들은 책임감을 갖고 지역연계에 대한 방법을 계속 모색 중이다.      

 

  “<줌인네거리>는 그동안 『양천의 소리(링크)』 를 공동제작하고 시민단체인 양천마을과의 사업이나 청소년 유튜브, 정회원의 팟캐스트 제작은 무난하게 진행했어요. 하지만 유치원 및 지역아동센터와 계획했던 프로그램과 시민들을 위한 강의 프로그램은 진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하반기에는 오프라인 프로그램을 온라인으로 전환하여 진행할 예정이에요.” (이은정)  

 

 

 

▲[사진2] 양천구 함께 배움ing 중계 현장1▲

 

 

▲[사진3] 양천구 함께 배움ing 중계 현장2▲

 

 

 “혁신교육과 연계한 방송 및 프로젝트, 문화예술인들과 함께하는 방구석 랜선 콘서트는 진행하였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빨래골 라디오 방송 제작 활동 지원은 중단된 상태입니다. 전반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해 대면해서 연계 콘텐츠를 제작하는 활동은 잘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반면에 온라인 교육, 토론회, 각종 공론장 등 비대면 라이브 콘텐츠 제작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김일웅)  

  

 

마을 ‘뉴노멀’ 활동을 모색하며 마을미디어 중요성 강조

 코로나19로 인해 랜선으로의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며 영상 제작을 하는 마을미디어들은 지역에서 꼭 필요한 파트너가 되었다. 비대면이라는 조건 속에서 이런 상황은 마을미디어 단체들의 지역과의 연계를 자연스럽게 활성화했다. <마을생활전파소> 역시 강서 시민협력플랫폼과 랜선으로 전환하며 협력할 수 있는 것들을 논의하고 있다. 코로나 시대에 수요가 급증한 랜선을 활용한 교육 및 다양한 콘텐츠 제작이 활발하다.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상황을 맞이해 영상 교육 수요가 급증한 지역의 상황에 발 빠르게 적응하고 있습니다.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고 랜선 콘서트와 각종 라이브 콘텐츠 제작에 참여하고 지원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국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시의적절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이른바 마을 활동의 '뉴노멀' 방식을 모색하며 활동합니다.” (김일웅) 

 

▲[사진 4] 강북FM 스마트폰 영상 교육▲

 

 

마을미디어 단체들은 코로나 시대에 빠르게 자신의 역할을 찾아 나갔다. 코로나 시대에도 불구하고 아니 역설적으로 코로나 시대가 호재로 작용한 단체가 있는데 바로 <마을생활전파소>이다. <마을생활전파소> 방송국 채널이 급속하게 성장했다고 한다. 올해 초만 해도 이백 명이 안 되던 채널 구독자 수가 883명으로(10월 5일 기준) 늘었다. 이런 추세면 시월 안에 천 명 구독을 돌파할 것이다. 유튜브 채널의 활성화로 수익에 대한 기대도 커진다. 지속적인 콘텐츠 생산 때문일까? 올해는 교육생들도 잘 묶어내서 멤버십도 강화되었다. 그 결과 <마을생활전파소>는 올해 서울공동체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사진 5] 마을생활전파소 2020 마을공동체상 수상▲

 

 

아직 평가하기는 이르지만, 현재까지 각 단체의 주요 활동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줌인네거리>가 꼽은 지역성, 공공성을 살린 대표 사업으로는 “양천구청과 함께하는 청소년 직업 탐구 수업 영상 제작, 청소년이 직접 제작하는 ‘YCN뉴스’, 양천 시민들이 만드는 ‘양천뉴스’, 양천마을과 함께한 택배 노동자들을 위한 꾸러미사업, 제21대 총선방송 진행, 청년들과 함께하는 주택상식 생방송”이 있다. 

<강북FM>은 “강북혁신교육지구사업단과 연계해 지난 6년의 혁신교육 활동을 분과별, 사업팀별로 정리하는 아카이빙 방송인 ‘오!강혁’ 및 혁신교육 사업계획 수립을 위한 프로젝트(비대면), 여러 지역 단체들과 함께 기획한 코로나19 대응을 통해 본 지역사회의 과제 포럼(줌, 유튜브 라이브), 한신대 캠퍼스 타운과 연계한 ‘스타트업을 위한 시장조사 입문교육’(온라인 생중계), 문화예술인들과 함께한 방구석 랜선 콘서트”를 소개했다. 

 

 

▲[사진 6] 강북FM 방구석 랜선콘서트 생중계 현장 ▲          

 

 

<마을생활전파소>가 뽑은 지역연계 대표 사업은 강서구 단체들이 함께 추진하고 있는 조례 제정 사업이다. 

 

   “미디어 단체들이 지역에서 위상과 역할을 갖고 제도적 보호 아래 활동을 인정받는 것이 중요해요. 조례가 통과되어 행정에서도 미디어 단체를 함께하는 조직으로 인정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문대영) 

   

그동안 진행한 지역연계 사업과 더불어 각 단체들의 소망을 들어봤다. <줌인네거리>는 앞으로 지역의 청년, 청소년들과 더 많은 활동을 하고 싶고 <강북FM>은 다양한 주민들의 재능을 온라인 교육 콘텐츠로 제작해 제공하는 '서로 배움터' 프로젝트를 기획 중이다. <마을생활전파소>는 의제나 공공성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비즈니스 모델로도 성공하고 싶다. 

 

   지역 언론으로서 감시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위해 유튜브라는 조건은 과거에 비해 유리한 점이 분명히 있다. “작은 변화들을 조금씩 쌓아가는 게 필요할 것 같다”라는 문대영 대표의 말처럼 마을미디어 사업에서 지역연계형으로의 첫 출발은 지역에서 작은 변화들을 만들어냈다. 코로나 국면이라는 어려운 시기에 영상이라는 매체의 장점과 그동안 쌓아온 방송 제작 노하우를 활용해 각 단체들이 진행한 온라인 콘텐츠 제작이 보여주듯 마을미디어 단체들은 ‘뉴노멀’ 시대에 필요한 변화들을 선도하며 지역 언론으로서의 역할을 고민한다. 

 

    지역연계형 단체들은 지역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지역의 변화를 이끌기 위해 각 지역 단체들과 협력 수준을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 이 모든 일은 마을미디어 활동가들에게 또 하나의 도전이다. 이미 나 있는 길을 편안하게 걸어가는 게 아니라 저 멀리 있는 목표를 향해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과정이 바로 마을미디어의 길이다. 그 과정에서 “미디어를 통해 새로운 문화와 변화, 공동체 의식과 행복”(이은정)을 느끼기에 힘을 내서 가고자 한다. 

 

  다시 한번 지역연계형 5개월을 돌아보니 시민협력플랫폼이나 주민자치회 등 지역 의제를 실행하며 공공성을 띠는 지역 조직들과의 협력과 지역 미디어 단체들과의 협력, 그리고 유치원에서 대학까지 교육 기관과 연계하는 마을 교육이나 문화예술인들과 함께 하는 사업 등이 주를 이루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세 개 단체를 중심으로 정리한 내용이지만 대부분의 지역연계형 단체들도 비슷한 상황이라 짐작된다. 지역연계형 단체들은 물론 다른 유형의 단체와 마을미디어에 관심 있는 분들이 2020년 사업 전반기를 돌아보는 의미로 이 글을 읽어주면 좋을 것 같다. <호박이넝쿨덩쿨>은 잡지가 주 매체이기 때문에 영상 중심의 단체들과 처한 상황은 다르다. 하지만 세 단체가 보여준 지역과 만나온 다양한 경험들은 <호박이넝쿨덩쿨> 뿐 아니라 지역연계를 고민하는 단체들에게 하나의 이정표가 되어 주리라 믿는다. 인터뷰에 응해 주신 세 분께 다시 한 번 감사 인사를 전한다. □


 


 

*강북FM : 강북FM은 주민들이 직접 만드는 팟캐스트 형식의 공동체라디오 입니다.

- 페이스북 페이지

- 팟캐스트

- 유튜브

 

*줌인네거리 : 나<우리<동주민<양천구민<서울시민의 소리를 담고 있는 방송 줌인네거리입니다.

- 페이스북

- 팟캐스트

- 유튜브

 

*마을생활전파소 

팟캐스트 

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