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이라는 공간이 있어 가능한 일들 : 주민, 지역단체 와의 네트워크

2021-01-06

[편집자 주] 지난 12월 1일~4일 간 열린 2020 마을공동체미디어컨퍼런스는 마을미디어 단체들의 활동 공유와 제안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총 19단체의 발표 내용을 글로 갈무리하여 전합니다.

 


 

 

 

 

 

발표/ 김가희(호박이넝쿨덩쿨)

 

 

호박이넝쿨덩쿨 김가희입니다. 호박이넝쿨덩쿨은 정릉 아리랑시장 동네책방에서 모인 주민모임으로 2017년부터 잡지 정릉야책을 만들기 시작해서 2020년에는 유튜브 방송까지 함께 만드는 마을미디어 단체입니다. 

 

오늘은 책방에서의 활동이 마을미디어가 되고 마을 안에서 네트워크가 쌓이면서 마을이나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미디어의 역할까지 하게 된 과정을 여러분들과 나누고자 합니다. 

 

동네책방 호박이넝쿨책은 김정훈, 김가희 부부가 2016년 책이 좋아서 만든 책방입니다. 책방 문을 열고 사람들을 오게 하기 위해 매주 금요일 파티라는 이름으로 예술하는 지인들 다 불러모아 공연을 했습니다. 우연히 책방 문 여는 날 인연을 맺은 해금 연주하시는 오숙현 씨와 클래식 기타 연주하시는 광식형님(책방에선 다들 그렇게 부릅니다) 은 언제나 시간되시면 오셔서 연주를 해주셨습니다. 신기하게도 전혀 모르던 이웃들이 하나둘 책방에 모여 음악을 듣고 이야기나누다 즉석에서 시낭송도 하고 자신이 써 둔 글을 낭독하기도 하면서 새로운 놀이 문화를 형성하였습니다. 

 

 

 

 

책방 문을 열 때 저는 마을온예술이라는 협동조합 활동을 하면서 시민예술대학 문학학교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거기서 만난 참여자들이 책방에 자주 찾아와주었습니다. 그 때 성북동에 살던 홍차부부는 지금 둘 다 야책 편집위원으로 활동하는데, 한 분은 잡지 디자인과 편집까지 하고 다른 한 명은 영상 편집까지 하는 다재다능한 친구들입니다. 홍차부부의 스완은 싱어송 라이터로 책방 행사 때마다 공연까지 하는 책방의 능력자입니다.  

 

처음에는 그냥 모여서 아무 목적 없이 놀았습니다. 공연을 보고 영화도 같이 보고 돌아가며 자기가 잘 알거나 하고 싶은 이야기도 하면서, 예를 들어 여행 갔던 이야기, 맥주이야기, 미술 이야기, 4차 산업시대에 어떻게 될까 등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러다 같이 책을 읽어볼까? 잡지를 만들어볼까? 그렇게 하나둘 씩 모임이 생겨났습니다.

 

 

 

 

책방 모임 중에 가장 활발한 모임으로 낭독모임을 들 수 있는데 동네에서 낭독공연을 하기 시작하다가 극장 빌려서 공연도 했고, 올해는 라디오극장 낭독극을 하면서 놀았습니다. 올해 평가를 해보니 그냥 노는 것 보다 좀 더 성취감을 느끼는 활동에 대한 욕구가 크다는 것을 알게 되어 내년 활동은 더 활발해질 것 같습니다. 낭독 팀이니까 공연에 대한 욕구가 컸습니다. 

 

책방에서 놀이는 예술이기도 합니다. 놀이와 예술의 경계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책방은 어른들의 놀이터입니다. 놀이터가 있으니 창작 욕구, 예술 욕구를, 부족하지만 맘껏 펼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고 “이렇게 우리 놀아요”를 보여주는 것이 바로 미디어가 되는 현장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우연한 만남과 약간의 기획이 합쳐지면서 마을 주민들이 예술가로 성장하는 일이 책방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책방의 특징이 뭔지 책방 회원들에게 물으면 단연코 “다양한 세대가 잘 어루러진다”라고 답합니다. 지나가다 궁금해서 들어오신 분들이 인연이 되기도 하고 회원들 소개로 오셔서 회원이 되기도 하면서 점차 회원들이 늘어났는데요. 20~50대까지 다양한 세대가 함께 있는 낭독모임은 뒤풀이를 자주 하는데 세대가 달라도 서로 너무 재밌게 어울리면서 사는 이야기를 많이 나눕니다. 

 

초반에 책방의 주측은 30대와 50대 였는데 여기에 이제 20대 들이 함께 하게되었습니다. 정릉야책 읽어주는 지원 씨가 책방에서 친구들과 철학 모임을 하고 싶다고 해서 책방은 청년들에게 공간을 자유롭게 쓰도록 지원했습니다. 같이 밥도 해먹고 그들이 편하게 왔다갔다 하게 지켜보는 입장에 있다가 잡지에 글을 써볼래? 철학을 주제로 좌담회를 해볼래? 이렇게 하나씩 연결을 시도하다가 얼마 전 기후위기 관련 북토크 패널로 참가하기도 하면서 청년들이 세상과 만나는 다리 역할도 하게 되었습니다. ‘아무, 헤아림’ 이라는 이름의 이 친구들은 좌담회 실시간 라이브 방송을 해보고 나서 내년에는 자신들의 모임을 라이브 방송으로 공유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책방을 열 때부터 주민 분들 뿐 아니라 마을의 네트워크에서 관심을 많이 가져주시고 다양한 모임에 초대해주셨습니다. 다 참여할 수 없고 처음에 낯설어 다가가지 못한 곳도 많은데 현재 협력이 잘 되는 곳으로는 정릉종합사회복지관을 들 수 있습니다. 정릉도서관, 청수도서관 관장님들도 책방에 직접 찾아와서 모임에 참석해주셨습니다. 마을에서 먼저 손을 내밀어주셔서 책방도 자연스럽게 마을 일에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정릉에선 매년 봄에 더하기 축제를 하는데요, 마을이 놀이터란 컨셉으로 정릉복지관을 중심으로 마을활동가, 정릉마을기록당. 도서관, 마을, 예술가, 주민 모임 등 다양한 기관과 주민들이 몇 달에 걸쳐 회의를 하면서 준비하는 축제로 축제 당일의 행사보다 과정에서의 마을 네트워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축제 준비위원회가 있습니다. 축제준비를 같이 하면서 마을을 알게 되고 네트워크가 쌓이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마을 일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올해 책방이 아리랑시장 상인회와 함께 시도한 용기있는 시장 프로젝트에서도 상인교육과 현수막 제작 등 함께 프로젝트를 한 곳도 정릉종합사회복지관입니다.

 

마을에는 이미 많은 공동체와 네트워크가 있고 서로 연결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자신들의 자리에서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하면 누군가가 손을 내밀 것이고 그 때 그 손을 잡으면 될 것입니다. 망설이지 말고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그것이 사회에 가치 있는 일이라면 더더군다나 작게라도 시작하는 게 좋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책방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궁금하다는 질문을 받아서 설명드리겠습니다. 개인 사업자로 시작한 책방인데 지금은 책방을 좋아하는 분들이 운영위원회를 만들어 함께 운영하는 단계로 나아갔습니다. 곧 단체 등록을 앞두고 있습니다. 회비를 내시는 운영위원들이 계시고,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내년에는 더 성취감을 맛볼 수 있는 활동들을 펼쳐나가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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