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 고인의 흔적, 남겨진 이들의 몫 – 故 배정학 활동가 추모사

By | 2018-01-05T18:13:39+00:00 12월 13th, 2017|카테고리: 1_기획, 블로그, 이슈|Tags: , , , |0 Comments

김기민(성북동천)

 안녕하세요. 성북동 마을잡지 「성북동 사람들의 마을 이야기」를 만들고 있는 주민모임 성북동천의 김기민 입니다. 故 배정학 활동가와는 제가 지난 2013년 성북에서 지역활동을 시작하며 알게 되었고, 이후 성북구 지역활동가 모임인 성북마을살이연구회 활동을 함께 하며 가까운 동료가 되었습니다. 고인이 올해 진행했던 마을미디어 활성화사업 장수마을 팟캐스트 진행에 도움 드리기도 했고, 성북 지역에서 마을미디어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주민 및 활동가 가운데 가장 가까운 사람이었던 인연으로 추모사를 제안받게 되었습니다. 주어진 시간은 1분이지만 쓰다 보니 1분을 훌쩍 넘기게 되었습니다. 부족한 글이지만 고인을 추모하는 마음을 조금이나마 더 나누기 위해 추모사 원문을 마중에 기고하게 되었습니다.

▲ 김기민 활동가와 故 배정학 활동가

 고인께서는 주민이 지역에 정주하는 사람으로서의 주민을 넘어 지역사회를 구성하는 책임있는 주체, 즉 시민으로서 존재하고 그 시민들의 자율적인 참여와 활동으로 움직이는 사회를 꿈꿨습니다. 나이나 직업유무 혹은 형태, 소득격차, 노동·생활환경 차이 등에 따른 주민간 정보 불균형을 해소하고, 나아가 주민-활동가 간에 현안과 의제에 대한 치열한 토론과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는 장의 필요성을 절감하셨고 마을공동체미디어 활동을 통해 그 답을 찾고자 했습니다.

 장수마을 재개발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해 모였던 대안개발연구모임이 중심이 되어 발행했던 마을 소식지나, 올해 마을미디어 활성화사업으로 제작한 팟캐스트 방송은 그러한 활동의 일환이었습니다. 제가 참여했던 방송은 지난 5년여간 서울시 그리고 저희 자치구인 성북구에서 지속되어온 마을만들기 공모사업을 진단하고, 지역공동체 활성화 정책의 수단으로서 공모사업이 앞으로도 유효한지, 나아가 마을활동가 노동권에 대해 활동가들이 대담을 나누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그 외에도 동네 마을버스 도입, 골목사랑방 어르신들과 나눈 화합과 친목의 의미, 마을사랑방에서 듣는 동네 어르신들의 이야기, 새로 이주한 주민들과의 이야기, 마을기업 동네목수 이야기, 마을연구 사업으로 다녀온 일본 해외연수 경험 공유, 활동의 시작이었던 대안개발연구모임을 돌아보는 이야기 등 지역의 오늘과 내일을 고민하는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다뤄진 주제들만 봐도 고인께서 어떤 마을공동체미디어를 지향했는지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1)

 

▲ 성북 장수마을 팟캐스트 ‘장수안팟’ 녹음 당시 모습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할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해서 어느 천년에 마을을 바꾸고 지역을 바꾸겠냐고, 그렇게 해서 세상이 바뀌겠냐고 말입니다. 지역활동이라는 영역 밖으로 나가면 그런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널리고 널렸겠지요. 어쩌면 아예 무관심한 사람들이 더 많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척박한 환경, 녹록치 않은 여건에서도 고인께서 활동의 끈을 놓지 않았던 이유가 무엇일지, 그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동료로서 곰곰이 생각해봅니다.

 우리는 마을과 공동체, 지역을 논하지만 일상을 살아가는 시민 개개인의 삶에서 마을을 체감하지 못하고 공동체를 인식하기 어렵습니다. 일상이 지치고 힘들며 불행한 시민들이 어떻게 자신이 거주하거나 생활하는 주변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이웃의 일에 관심 가질 수 있을까요?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 당면한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수 있을까요? 당장의 삶이 힘겨운 사람들이 세상이 더 나아져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있을까요? 그런 고민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고인께서는 부단히 활동하셨던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동료로서 그 고민의 실마리를 찾기 위한 여정을 계속해나가야겠습니다. 제가 있는 자리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고인을 추모하고 고인이 풀지 못한 숙제를 이어가고자 합니다. 마을공동체미디어 활동에 몸담고 계신 분들과도 그 여정 함께 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다시 한 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주1) 팟빵에서 성북 장수마을 팟캐스트 ‘장수안팟’을 검색하시면 청취하실 수 있습니다. http://www.podbbang.com/ch/14584


[필자소개] 김기민

성북동천 총무, 잡지 간행에 대해선 1도 몰랐지만 동네 이웃들과 어울리며 어쩌다 보니 총 10권의 마을잡지를 만드는 과정에 일원으로 참여했다. 성북에서 마을공동체미디어 활동 5년차를 마무리하는 요즘, 마을미디어가 지역에서 어떤 역할을 자임해야 하는지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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