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 인터뷰]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9회 – 창신동라디오덤 조은형 국장 <2부>

By | 2018-05-08T12:49:25+00:00 11월 29th, 2017|카테고리: 3_인터뷰, 블로그|Tags: , , , |0 Comments

[편집자 주] 2017 마을미디어 성과모델 만들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정기적으로 콘텐츠를 생산하는 매체 형태의 마을미디어 성장과정을 정리해본다. 1회 강북FM, 2회 강서FM, 3회 와보숑, 4회 동작FM, 5회 성북동천, 6회 용산FM, 7회 마을미디어 뻔, 8회 은행나루마을방송국에 이어 9회 인터뷰 대상은 이 프로젝트의 인터뷰어를 맡아온 창신동라디오 덤이다. 창신동라디오덤편의 인터뷰어는 용산FM 황혜원 국장이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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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신동라디오 덤 팟캐스트
http://www.podbbang.com/ch/4565?e=22459343

1부에 이어>>

 

▲ 조은형 국장

 

봉제인 문화제, 음반제작 등 왕성한 활동… 간절히 바라면 길이 열린다!

황혜원 (용산FM 국장, 이하 황) : 조직 운영에 대해 고민이 특히 많으셨네요. 그렇다면 이후 부흥할 수 있었던 요인은 뭘까요?

조은형 (창신동라디오덤 국장, 이하 조) : 이전엔 개인의 자기표현에 초점을 맞춰 멍석 까는 일에 집중했고, 2014년부터는 지역 문화 활동에 집중했어요. 봉제인 음악회 같은 문화 활동을 했던 시기인데요, 이 일에 관심 있는 사람과 필요성을 명확히 인식하고 사업을 추진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마을현안을 다루기 위해 2014년 주민자치위원회에 들어갔고, ‘봉제마을 살길 찾기’라는 간담회도 열었어요.

음반제작은 4년째 진행하는데 반응이 좋아요. 2013년 공개방송 때 노래를 부르신 반찬가게 사장님의 평생소원이 음반제작이라는 얘기를 듣고 사업을 기획했습니다. 당시 <예술은 아무나 한다>는 방송을 하고 있었고, 욕구를 가진 주민을 만났으니까요. 때맞춰 지역아동센터에서 만난 친구가 성인이 되어 작곡가를 꿈꾸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음반제작자로 섭외했어요. 이 친구가 없었으면 제작까지 갈 순 없었을 거예요. 음반제작이 이렇게 어려운 줄 몰랐거든요. 처음엔 세 곡을 담았고, 이젠 능숙해져서 네 곡+α로 제작 가능합니다(웃음). 참여자분들이 일 끝나고 새벽까지 녹음하고 가셔요. 매해 음반을 모아 콘서트나 행사를 하고, 심혈을 기울이는 프로젝트입니다.

황: 지역아동센터에서 가르치던 청년을 만난 게 신기하네요. 혜성처럼 나타났네요(웃음).

조: 공간도 기적처럼 마련되었고 음반제작도 기적처럼 가능했어요. 논리적으로 설명이 안 되는 신비한 일인 거 같아요. 난관을 소문내다 보면 곳곳에 자원이 있어요. 예측하지 못한 길이 열리는 게 마을활동의 묘미지요.

▲ 산증인 음악회 현수막

 

직장 그만두고 상근활동가로 전향… 끝없이 운영자의 역할 고민

황: 창신동 라디오 덤은 어떤 고비가 있었나요? 핵심 활동가들이 열성적으로 활동하고 결과물을 만들어내기도 했지만, 내부적인 고민이 많았을 거 같아요. 갈등의 시기를 어떻게 해결하셨나요?

조: 매스컴을 많이 탔지만, 사실 콘텐츠 제작 숫자는 적어요. 동단위 마을미디어고 서민동네라 참여자가 많지 않고요. 결과적인 수치가 참 아프게 다가왔어요. 우린 동단위라는 걸 절감했고 동네 특징과 맞는 활동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건 고민이고,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취미로 하긴 벅찬 활동을 애써 해온 게 고비였죠. 다들 벅차니까 서운함도 쌓이고 갈등으로 이어졌던 거 같아요. 상근활동가가 있어야겠다는 생각에 제가 직장 그만두는 거로 해결했어요. 그리고 모든 정보를 공유하는 게 우리 동네상황에선 피로할 수도 있겠다는 걸 깨닫고 선별적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거로 타협을 봤어요. 작은 규모의 직접민주주의가 실현되길 바랐는데, 불가능성을 받아들일 때 진통이 있었죠.

두 번째 고비는 2015년 청년활동가와의 갈등입니다. 그저 뜻을 같이하는 활동가라고 생각했는데, 이 친구들 입장에선 일터이기 때문에 제가 고용주로 느껴진 거죠. 운영자로서 경험이 없어 미숙했고, 모두 열심히 일했지만 큰 상처를 남겼어요. 운영자의 역할에 대해 진지하고 무겁게 고민했고, 누가 와도 우리 방송국을 설명할 수 있게 하자는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 왼쪽부터 조은형, 박준만(창신동라디오덤)

끊임없는 고민과 공부… 건강한 운영자가 되기 위해 우뚝 서는 중

황: 2015년을 아프게 마무리하셨는데, 체계를 갖추는 데 기여했네요. 2016년은 모색의 시기라고 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활발한 활동이 이어진 핵심은 뭔가요?

조: 청년활동가들과 아프게 마무리되면서 운영자로서 자신감을 잃었죠. 그리고 2014년엔 지역현안에 관심을 가지고 간담회를 진행했는데, 해결책이 안 나오는 게 고민이었어요. 문제는 정리가 되는데 해결책은 누구도 내놓지 못하더라고요. 다시 간담회를 열어도 동어반복밖에 안 될 거 같고. 생산적으로 결론을 도출하는 건 내공이 필요한 일이라 공부를 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마포FM에서 진행한 조직운영교육을 받고 지역 현안을 잘 다루고 싶어서 민주시민교육도 받았어요. 방송국 활동 방향을 설정하기 위한 고민을 얘기하고 다녔더니 철학세미나를 제안해주셔서 작년부터 지금까지 매주 공부 하고 있어요. 올해 방송통신대학원 평생교육학과에 입학했고요. 제가 꽤 많이 탄탄해진 거 같습니다.

황: 고민 끝에 해결 방안이 나오는 거 같아요.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중요하고요. 이렇게 많은 시도를 한 게 특이하고 부럽네요. 분명 조직운영능력이 향상되셨을 거 같아요. 저도 차분하게 교육을 받아보고 싶네요. 이런 문제는 언제든 부딪힐 수 있으니까요.

▲ 조은형 국장

 

방송제작자 발굴 어려운 동단위 마을미디어, 참여자가 부담 없도록 시스템 조정!

조: 공부 이외 방송국 차원의 모색도 있었죠. 방송을 어떤 시스템으로 짤 것인가 고민이 많았어요. 구단위 마을미디어에 비해 동단위는 규모도 작고 한계가 많아요. 봉제인 방송을 개인이 아닌 방송국의 대표방송으로 끌어안은 것이 큰 변화였어요. 사실 김종임씨가 봉제인방송을 마무리한 뒤, 계속 그 뒤를 이를 봉제인을 기다렸어요. 당사자가 방송을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여유시간이 없는 봉제인이 스스로 방송을 제작한다는 건 초인적인 일이잖아요(웃음). 비현실적인 열망이라 재조정한거죠. 그래서 봉제인 방송을 대표방송으로 하고 상근자들이 인터뷰하는 등 새로운 체계를 마련했어요. 게스트가 부담 없이 참여하는 게 우리 동네에 적합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황: 많은 주민과 만나는 일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거 같아요.

조: SNS 이용 빈도가 낮은 지역이라 오프라인 접점이 많지 않으면 한계가 크거든요. 외부에 알려진 거에 비해 지역주민은 활동에 공감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어요. 대외 활동을 줄이고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밝은 에너지를 가진 봉제인 파파야와 김종인씨의 결단이 중요했죠. 창신동의 연예인 파파야는 긍정적이고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 분인데, 방송하면서 그렇게 되었다더라고요. 봉제인이면서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수용적으로 외부인을 맞이하셔요. 새로운 시도를 계속하는 분들로 자리매김해주신 게 감사하죠.

오프라인 행사, 창신동에 딱! 지역 상황에 맞는 기획이 최고의 기획

황: 창신동라디오 덤은 라디오방송뿐 아니라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고민하고 계신 데, 앞으로도 이렇게 활동하실 거 같아요. 오프라인 행사가 많은 이유가 있나요?

조: 창신동은 문화가 다양하지 못해요. 봉제인의 근로 현실이 다양한 문화 활동을 누릴 수 있는 조건이 아니니까요. 그래서 동네에서 큰 시간과 비용을 들이지 않고 즐길 수 있는 문화 활동을 고민했어요.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활동이 필요하다고 봤고요. 무엇보다 창신동라디오 덤은 동단위 마을방송국이고 서민동네니까 방송제작에 참여할 사람을 찾기가 어려워요. 공적인 발언을 부담스러워 하시기도 하고요. 그래서 일회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문화행사에 가까운 공개방송을 구상하게 되었어요. 가랑비에 옷 젖듯, 멍석이 익숙해지는 ‘가랑비 문화작전’이죠(웃음). 방송국이면 방송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잣대는 우리 현실에 적합하지 않아요. 우리 지역 현실에 맞는 세팅이 최고의 세팅이라고 생각합니다.

▲ 박준만(창신동라디오덤)

주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마을미디어

황: 마을미디어 하면서 좋았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계속 활동하게 되는 동력이 되는 기억이 궁금합니다.

조: 1기 라디오 교실에서 멍석 효과를 온몸으로 느꼈어요. 알던 사람인데 한 번도 본 적 없는 빛을 발하더라고요. 눈을 반짝이고 볼이 발개지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데, 내가 주인이라는 걸 실감하는 모습을 목격했어요. ‘이걸 본 나는 평생 빚을 진 사람’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강렬한 순간이에요. 콘텐츠보단 참여자의 변화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전 운영자로서 공동체성에 방점을 찍고 ‘살맛나게 살게 되었나? 내 삶에 주인으로 우뚝 서게 되었나?’를 기준으로 활동을 평가하므로, 그 순간을 목격했을 때 힘을 받아요.

또, 덤으로 인해 인생이 바뀌었다는 이웃을 만날 때가 있어요. 제가 사연 소개를 하며 글에 대한 느낌을 말했는데, 그게 그렇게 용기가 되었다며 꿈을 위한 공부를 시작한다고 하신 분이 기억나네요. 기쁜 순간이죠. 방송진행자였던 파파야와 김종인 씨는 주민자치위원회에서 활약하고 계셔요. 방송국 활동이 공익적으로 연결된 거라고 판단합니다. 무엇보다 우리 이웃인 봉제인분들의 삶이 풍요로워지는 게 좋아요. 신나게 이것저것 도전하는 모습을 보면 기쁘고, 이 활동이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드는 과정이길 바랍니다.

 

건강한 마을미디어를 위해 상근활동가 인건비는 필수

황: 현 단계 창신동라디오 덤에 필요한 변화가 무엇일까요? 참여자, 단체, 그리고 지역사회 차원에서의 요구가 각각 다를 거 같습니다.

조: 참여자는 입장에선 일단 재밌어야 해요. 재밌고 아기자기하고 편안한 만남의 자리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단체차원에선 안정적인 공간을 마련하는 게 숙제고, 후원자 확보가 중요해요. 프로젝트 중심으로 운영되어선 안 되고, 필요한 활동을 해갈 수 있어야 합니다. 동네 차원에선 문화를 수동적으로 소비하는 게 아닌, 주체적 참여에 대한 요구가 있어요. 덤이 그런 역할을 하면 좋겠고, 멍석 까는 이들이 지치지 않았으면 해요. 무엇보다 마을미디어는 지역사회에서 매개자 역할을 해야 해요. 지역에서 활동하는 단체 간 소통이 부재한 상태에선 오해와 소문이 무성하잖아요. 덤은 직능단체, 도시재생 주민협의체, 마을공동체 활동단체 모두 소속되어 있는데, 방송을 통해 다양한 활동을 드러내고 서로 오해가 생기지 않게 매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황: 서울시 마을미디어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 필요한 추가적인 지원은 뭘까요? 위 요구를 실현하기 위해서 지원도 필수적일 텐데.

조: 기승전-상근활동가 인건비죠. 물론 공간도 중요하고 장비도 있으면 좋아요. 그런데 상근활동가 인건비는 필수에요. 공간이나 장비 마련엔 지원이나 후원이 들어오는데, 인건비를 지원하거나 후원하는 경우는 드물어요. 활동가가 비굴하지 않게 소신껏 활동하려면 인건비가 꼭 필요합니다. 무리한 행사 위주의 사업이 아닌 건강한 활동을 위해서 필수적인 지원이에요.

황: 무척 공감해요. 저희도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오늘 이야기 나눠주셔서 고맙습니다. 마을미디어가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치열하게 고민하게 되네요. 창신동라디오 덤 활동을 하시며 성장통도 겪으셨지만, 돌파구를 적극적으로 모색하신 거 같습니다. 앞으로 마을미디어 동료로서, 더 깊은 이야기 나눌 수 있길 바랍니다.

– 끝 –


정리: 김푸른
사진: 박재경
녹음·편집: 박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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