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_세계] 전쟁과 평화를 보도하는 여성들 : 시리아 시민저널리스트

By | 2018-01-05T18:14:23+00:00 10월 23rd, 2017|카테고리: 2_기획, 월드와이드 마중|Tags: , , |0 Comments

[세계의 커뮤니티 미디어 (1)]

전쟁과 평화를 보도하는 여성들 : 시리아 시민저널리스트

박채은(미디어 활동가)

 

나는 종군기자가 되기 위해 다시 시리아로 돌아온 것이 아니다. 이곳은 나의 고향이고, 나는 전쟁에 저항하는 사람들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라디오를 통해 들려오는 여성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슬픔이 묻어났다. 전쟁의 일상을 상상할 수 있는가. 폭격에 산산히 부서진 집 창문을 플라스틱으로 수선하며 삶을 이어가는 시리아 사람들의 일상을 다큐멘터리로 기록한 저널리스트이자, 내전의 한 복판에서 시민들에게 미디어를 교육하는 그녀의 이름은 제이나 에르하임이다.

 

제이나 에르하임(Jaina Erhaim). 시리아 이들리브에서 태어나고,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수학한 에르하임은 런던에서 국제 저널리즘 학위를 마쳤다. 북부 시리아로 되돌아오기 전까지 BBC에서 방송 저널리스트로 2년 동안 일했다.

 

시리아 내전으로 지금까지 30만명 이상이 사망했다는 외신보도 이후에도 죽음의 행렬은 계속되고 있다. 우리가 뉴스로 접하는 시리아는 정부군과 IS(이슬람국가)의 격렬한 대치와 공습, 폭격으로 파괴된 도시와 희생된 사람들의 모습들로 간혹 세상에 비춰질 뿐이다.

 

나는 어떤 것도 할 수 없다. 왜냐하면 시리아에서 죽음은 피할 수 있는 무언가가 아니다. 공습의 타겟은 대부분 시민들이다.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죽지 않기를 바라는 것 뿐이다.”

 

대학살과 전쟁의 고통 속에서도 에르하임은 다큐멘터리 <시리아의 저항하는 여성들>을 완성한다. 18개월 동안 시리아 북부 알레포에서 기록한 이 다큐는 시리아 정부의 공습 위협에 끊임없이 직면함과 동시에 IS라는 이중의 위협, 그리고 전쟁으로 인해 더욱 심화된 남성중심의 보수적인 전통과도 싸워야만 하는 시리아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가족의 반대, 의복과 행동의 제약 속에서도 이 영화 속 여성들은 전쟁의 참상을 기록하고, 시민들에게 구호품을 전달하고,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며 무너져가는 도시 공동체의 삶을 지탱하고 있다.

 

시리아의 저항하는 여성들 Syria’s Rebellious Women 트레일러 보기
https://youtu.be/F0HDV4QHtQM (링크 주소)

 

시리아 내전이 발발했을 때, 제이나 에르하임은 영국 BBC에서 일하고 있었다. 많은 시리아인들이 전쟁을 피해 자국을 떠나는 동안 그녀는 전쟁의 한 가운데서 살아가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담기 위해 고국으로 되돌아간다. 인터뷰에서 에르하임은 시리아로 돌아가야 한다는 의무감과 책임을 느꼈지만 동시에 부담도 컸음을 고백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시리아 여성들의 이야기가 사라지지 않도록 기록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인식하고 있었다.

 

전쟁에서 싸우는 것은 남성들만이 아니다. 여성들도 있다. 하지만 여성들의 역사는 잊혀져버린다. 내가 이 영화를 만든 진짜 이유는 바로 내가 시리아인이고 여성이기 때문이다.”

 

제이나 에르하임은 저널리스트이기도 하지만, 시민 저널리스트들을 양성하는 활동에도 힘을 쏟았다. 100여명이 넘는 시리아 시민들에게 시민 저널리스트로서 필요한 기술과 전략을 가르쳐왔다. 교육을 받은 이들 중 3분의 1이 여성들이다. 내전 중인 시리아에서 저널리스트가 되는 것은 전쟁터의 종군기자와는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닌다. 보도하거나 기사를 써야하는 대상이 바로 자신들의 가족이자 소중한 친구들이기 때문이다.

 

교육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지역주민들이다. 교육 후에 이들은 시민 저널리스트가 된다. 왜냐하면 전문적인 저널리스트들은 시리아에서 버텨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시민들에게 주요하게 가르치는 내용은 실제 저널리스트가 되기 위한 실습 뉴스 작성, 특집 기획, 리포팅, 그리고 객관성과 같은 일반적인 저널리즘 가치들이다.”

 

현재 시리아에는 전통적 의미의 전문 저널리스트가 없다. 공습으로 거의 매일 폭탄이 터지는 알레포와 같은 지역에서는 특히 그렇다. 저널리스트들에게 있어 시리아는 전쟁지역이며, 가장 위험한 곳 중에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국제언론단체 저널리스트보호위원회(CPJ, Committee to Protect Journalists)는 시리아가 전세계에서 세 번째로 저널리스트들에게 위험한 국가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실제로 많은 저널리스트들이 고문당하고, 납치되고, 살해되고 있다. 다른 누군가가 기록해줄 수 없기에 시민들 스스로 자신들이 겪고, 보고, 들은 이야기를 기록하고 알려나가야 한다.

 

“IS(이슬람국가)가 여전히 알레포를 차지하고 있을 때 교육을 진행한 적이 있었는데, 내가 해본 교육 중 가장 힘든 교육이었다. 당시, IS는 알레포에서 활동하는 시민 저널리스트들을 납치하기 시작했다. IS에 의해 자행되는 일들을 외부로 알리는 유일한 자원이 시민 저널리스트였기 때문에 우리는 알레포의 시민 기자들이 빠져나갈 수 있도록 도와야만 했다. 교육이 있기 바로 전날 밤, 사람들에게 개별적으로 계획을 이야기했고 그들에게 어떤 카메라도 가져오지 말 것과 납치되는 경우를 대비해서 절대로 혼자 오지 말 것을 당부했다.”

 

전쟁의 공포와 일상의 어려움 속에서도 시리아 주민들은 교육을 통해 시민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의 활동은 <시리아 스토리>(https://syriastories.net/)라는 독립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세상과 만난다. 전쟁과평화보도연구소(Institute for War and Peace Reporting, IWPR)는 2007년부터 시리아의 저널리스트, 시민사회, 인권단체, 청년, 여성 활동가들을 지원해왔다. 이 독립 미디어 플랫폼은 시리아 사람들이 직접 쓰는 뉴스, 논평, 르포를 공유하는 온라인 공간이다. 2015년 2월부터는 ‘여성들의 블로그(Women’s Blog)’를 새롭게 시작했다. 전문적인 저널리스트 출신들이 아닌 교육을 통해 양성된 여성 시민 저널리스트들의 진솔한 목소리들이 담긴다. IWPR의 시리아 프로젝트 코디네이터이기도 한 제이나 에르하임은 이러한 이야기들이 세상에 나오게 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IWPR이 지원하는 시리아 독립저널리스트를 위한 플랫폼 <시리아 스토리>.
여성들의 블로그/시민사회감시/일상/포토블로그 등의 메뉴로 구성되어 있다.
https://syriastories.net/(링크 주소)


전쟁과평화보도연구소(Institute for War and Peace Reporting, IWPR)

IWPR은 전세계의 전쟁과 위기에 처해 있는 30여개국의 지역 기자, 시민 저널리스트, 시민사회 활동가들을 지원한다. 시민들의 미디어 능력을 강화하고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확대하는 것을 통해 평화와 올바른 거버넌스에 기여한다. 우리는 전문기자와 시민기자를 위한 교육, 멘토링, 플랫폼을 제공함으로써, 미디어 및 시민그룹의 제도적 역량을 향상시키며, 표현의 자유와 공공 토론, 그리고 시민 참여를 위한 장애를 해소하기 위해 독립적인 공식 파트너들과 함께 일한다. IWPR은 평화와 사회정의를 증진시키기 위한 도구로서 저널리즘을 활용한다. https://iwpr.net/


표현의 자유와 인권, 민주주의를 위하여 IWPR은 시리아의 시민저널리스트, 블로거, 활동가들과 함께 활동하고 있다. IWPR은 에르하임과 같은 지역 프로젝트 코디네이터와 협력하며 극한의 환경속에서도 미디어 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시리아에 대한 이야기는 전쟁만의 이야기어서는 안된다. 전쟁을 반대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저항에 대해서도, 전쟁과 인습에 맞서 싸우고 있는 여성들에 대해서도, 그리고 학살의 희생자들과 그 가족과 친구들의 목소리도 함께 기록되어야 한다.

 

역사가 쓰여질 때 당신은 잊혀질지도 모른다. 나는 당신이 그곳에 있었다는 것을 반드시 증명하고 싶다.”

 

여성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수동적이고 도움을 필요로 하는 희생자’라는 가정을 단호히 거부하려는 에르하임의 목소리는 이제 다음 세대의 미래를 위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에르하임은 친구들로부터 아이들이 폭격 소리를 들으면 웃는다는 슬픈 이야기를 전해듣는다. 아이들에게 폭탄소리를 기억하게 하고 싶지 않다는 그녀의 바람이 뱃속의 아이가 자랄 세상에서는 이루어질 수 있을까?(CBC 라디오 인터뷰 당시 그녀는 임신중이었다).

반드시 기억해야 할 역사와 기억하지 않아도 될 전쟁의 아픔, 시리아 시민 저널리스트들은 지금 전쟁의 현장에서 그 모두를 기록하고 있다.

 


참고자료

– 캐나다 공영방송 CBC 라디오 <The Current> 제이나 에르하임 인터뷰 (2015.12.17.)

– 국제저널리스트네트워크(IJNET), “Q&A with Zaina Erhaim : Teaching citizen journalists to survive in Syria” (2015.11.02.)

https://ijnet.org/en/blog/qa-zaina-erhaim-teaching-citizen-journalists-survive-syria

– 알자지라, Rachel Shabi, “Syria’s rebellious women” (2015.11.18.)

http://www.aljazeera.com/indepth/opinion/2015/11/syria-rebellious-women-151116084518785.html

– 전쟁과평화보도연구소 https://iwpr.net/

– 시리아 스토리 https://syriastorie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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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104호 리뷰] 전쟁 속에 꽃을 피운 공동체 미디어 : <유령의 도시>(매튜 하인만, 2017)

보러가기>> http://actmediact.tistory.com/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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