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_리뷰] 2017년, 더 많은 ‘공동체 라디오’ 방송국을 꿈꾸며, 리뷰

By | 2018-05-08T12:51:05+00:00 10월 5th, 2017|카테고리: 4_알아두면모음, 리뷰, 블로그|0 Comments

2017년, 더 많은 ‘공동체 라디오’ 방송국을 꿈꾸며

 <공동체 라디오 만들기> 리뷰

이세린

 

이 책을 리뷰하게 되어 기쁘다. <공동체라디오 만들기 : 영국공동체라디오핸드북>은 공동체라디오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후로 여러 번 읽으려고 했던 책이었다. 읽겠다는 다짐을 했던 순간들마다 이 책이 내게 주는 의미는 달랐다. 이 책을 읽으려는 당신에게도 이 책은 다양한 의미가 되리라 생각한다. 아마도 당신은 주파수가 있는 ‘공동체 라디오’ 방송국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일 수도 있고, 그보다는 규모가 작으면서 팟캐스트로 방송을 내보내고 있는 마을 라디오 활동가일 수도 있다. 혹은 지금은 관련한 활동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공동체라디오를 알고 싶은 사람일 수도  있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이유에 따라 이 책은 다르게 읽히겠지만, 그럼에도 지금 우리가 이 책을 읽으며 얻어갈 수 있는 공통의 이해가 있을 것이다.

 

 

 2017년, 마을미디어 활동가가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우선, 본격적으로 이 책을 읽기 전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무슨 기대를 했건, 이 책은 어느 정도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이 핸드북은 라디오 리젠이 2005년 펴낸 것이며, 2009년 미디액트가 번역하여 출간되었다. 2005년부터 공동체라디오 방송국에서 활동을 해오던 이들과 2012년부터 ‘마을미디어’라는 이름의 활동을 시작하려던 활동가들에게 이 책이 교과서처럼 읽혔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다. 공동체 라디오에 대한 책 자체가 많이 없던 시기에 출간된 책이니, 다들 절실한 마음으로 책을 읽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이미 이 책을 읽은 몇몇 사람들에게 이 책에 대해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사실 “영국 사례라서……. 그렇게 큰 도움은 안 될 수 있어요.” 였다. 그렇다. 이 책은 영국에서 공동체라디오 설립을 지원하는 단체인 라디오 리젠이 발행한 핸드북을 번역한 책이다. 영국에서 공동체라디오 방송국을 설립하고 운영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조언을 영국의 법과 제도, 실제 사례들에 기반하여 담아냈다. 우리의 현실은? 영국에 비해서는 참담하다. 공동체라디오가 방송법 상에 명시되어 있고, 주파수를 가진 공동체라디오 방송국이 존재하지만, 방송국의 신규 허가도 이루어지지 않을뿐더러 설립된 공동체라디오에 대한 지원 또한 2009년 이후 끊긴 상황이다. 공동체라디오방송진흥법안이 2012년 국회에 발의되었으나 통과되지 못했다. 그렇기에 현실의 차이를 느낄 수 밖에 없다. 실무적인 내용을 상당히 다루는 책이기 때문에, 공동체 라디오가 가지는 가치나 비전에 대한 내용만을 기대한 사람에게는 예상치 못한 내용 또한 상당히 많을 것이다. 공동체 라디오 방송국의 설립과 운영에 대한 책이어서 그만한 규모가 되지 않는 마을 라디오 방송국에는 적용하기 어려운 내용도 상당수 존재한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을 읽기를 서둘러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차이들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 우리는 마을미디어를, 한국의 공동체라디오를 발견할 수 있다. 분명 방송국의 스케일이 다른데, 전혀 다른 제도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예상치 못하게 너무도 공감이 되는 내용을 발견하게 된다. 활동가들 사이에서 자주 오가는, 혹은 몇 안되는 공동체라디오 교본에서 발견할 수 있는 어떤 ‘팁’들의 출처가 이 책에 있었다는 것을 발견하면서 무척 반갑고 즐거웠다. 무엇보다 책을 읽으며 잊고 있었던 꿈이 떠올랐다. 마을미디어 활동을 하다 보면 거듭해서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한계에 부딪히다 보면 생각의 사이즈가 달라진다. 할 수 있는 것들만을 해내느라 아등바등하다보니 앞으로의 전망을 그려 가기가 어려웠다. 불안정한 지원이나 법과 제도, 사회적 인식 또한 달라질 수 있는 것임에도 그 가능성을 자꾸만 잊게 되었다. 작은 규모의 마을라디오 방송국 활동가들의 입장에서, 상근활동가를 여럿 두고 자원활동가를 수십 수백명 관리하는 이 책의 이야기가 멀게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언젠가는 이룰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면서, 그렇다면 지금은 왜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지를 고민하면서, 지금 우리의 활동을 다시 낯설게 바라보기 위해 이 책을 읽어보자.

 

 

 방송사업자가 되지 못하는 우리, 면허 한번 따 보자!

책은 13장에 거쳐 공동체라디오 방송국의 설립과 운영의 전반을 다루고 있다. 가장 먼저 언급되는 이야기는 ‘공동체라디오가 재밌다’는 사실이다. (고생하시느라 다들 잊고 계시지는 않았는지?) 스스로 라디오를 만들고, 공동체가 변화하는 것을 목격하는 것은 재밌는 일이다! 책은 1장에서 공동체라디오가 주류 미디어와는 달리 발언권을 갖지 못한 계층의 것이자 공동체의 발전에 기여하는 것임을 못박는다. 다행히 이들은 현실에서 그게 왜 어려운지도 알고 있다. 다른 매체와의 경쟁 때문에도 그렇지만, 다양한 사람들을 방송에 참여시키는 것과 공동체에 대한 기여라는 두 목표 자체도 서로 부딪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려운 상황 속에서 목표를 잃게 되면 활동의 의미도 없어질 것이다. 한편, 라디오 리젠은 이해 공동체가 아닌 지역 공동체에 기반한 라디오를 권유한다. 전파 배분의 한계 때문이기도 하지만, 배타적이지 않은 포용적인 공동체의 필요를 느끼기 때문이다. SNS와 팟캐스트가 존재하는 세상에서 주파수를 가진 공동체라디오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생각해보게 되는 지점이다. 원칙들을 잘 숙지했다면 이제 면허를 따야 한다. 방송 면허를 따는 것에는 상당한 책임성이 필요하고, 공무원이 아닌 ‘활동가’인 우리의 신념을 흔들 수도 있지만, 그래도 책은 면허를 따 볼 것을 권유한다. (정말이지 우리도 면허를 따고 싶다!)

이 책의 가장 유명한 문구는 아마도 공동체라디오에 대해 “공동체 90%, 라디오 10%”라고 말한 부분일 것이다. 이 문구를 놓고 활동가들 사이에 몇 번이고 설왕설래가 오가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어쨌든 이 책은 그만큼이나 공동체라디오가 속한 ‘공동체’ 그 자체에 공을 쏟을 것을 요청한다. 2장에서, 공동체라디오를 만들기 위해서는 지역의 공동체가 어느 정도 탄탄해야 하며, 그 공동체의 각종 파트너들과 상당히 관계 맺어야 함을 이야기한다. 파트너는 마을 모임이나 시민단체 뿐 아니라 관공서, 병원, 학교, 의회, 기업까지 포함한다. 자체 운영도 불안정한 상황에서 이렇게 넓은 파트너에 공을 쏟으라는 것은 마을 라디오 방송국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그들은 대체로 공동체라디오의 핵심 가치가 무엇인지 모를 것임을 책도 알고 있다. 공동체에 ‘대한’ 소식을 보도했나, 공동체에서 ‘보내 준’ 소식을 보도했나, 스스로 공동체가 ‘되어’ 보도했나?” 라고 묻는 질문은, 우리의 파트너들 뿐 아니라 방송국 스스로에게도 쓰라린 질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것을 해내야 아직 면허를 따지 않은 상태에서 그 공동체라디오 방송국의 사회적 효용을 증명할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묻고 싶어진다. 영국에서는 임시 면허를 따서 그런 효용을 증명할 수 있다면, 그런 기회도 열려있지 않은 우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을미디어라는 이름으로 애써오지 않았나? 우리 사회는 마을미디어를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고, 그 효용을 인정하고 있는가? 이상과 다른 현실을 우리 스스로 반성하기에 앞서, 정말로 사회는 마을미디어가 ‘스스로 공동체가 되기’를 요청하고 있나? (우리에게도 면허를 따기 위해 어려운 것을 증명할 기회를 달라!)

 

 

공동체라디오를 ‘공동체’라디오로 만드는 것들

이제 면허를 땄다고 생각하고, 앞의 원칙들을 기본으로 하여 공동체라디오 방송국을 어떻게 구성할지를 3~5장에서 다루게 된다. 상근자와 자원활동가, 이사회 등으로 조직 구조가 세워지고 이들이 각각 무엇을 맡아야 하는지, 어떻게 하면 소진되지 않을 수 있는지를 짚는다.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활동가가 소진되는 방식은 어느 나라나 비슷한 듯 보인다. 각자의 역할을 확실하게 규정하는 것, 구성원들이 합의하는 규칙과 협약을 흔들림 없이 일관되게 적용하는 것은 우리에게도 충분히 중요하고 또 가능한 일이다. 조금 먼 이상처럼 느껴지지만, 차별받고 소외받는 이들까지 포함한 모든 공동체를 충분히 대변할 수 있도록 방송국을 구성해야 한다고 책은 말한다. 책은 장애인 접근성 문제에 한 챕터를 할애하고 있는데, 방송국 뿐 아니라 지역에서 펼치는 다양한 활동에도 참고할만한 내용이 많다. 단순히 의무적으로 우리는 소수자를 포용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소외된 이들과 미디어가 만났을 때 만들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계속해서 상상하는 것이 공동체라디오의 활로라는 것을 책은 이야기하는 듯 하다.

6장은 방송의 편성, 7장은 공동체 아웃리치를 중점으로 다룬다. 편성에서 중요한 것은 공동체라디오 방송이 협송(내로우캐스팅)이 아니라 방송(브로드캐스팅)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면 배타적이지 않은 공동체를 활성화하는 것이 공동체라디오의 목표이니까! 주파수가 없는 마을 라디오에게 쉽지는 않은 이야기다. 편성 전략에서는 내용적인 고려 외에는 참고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방송의 품질을 높이는 방법들, 프로그램 유형 별로 방송을 구성하는 방법, 방송국 브랜드를 형성하는 방법은 충분히 참고할 만 하다. 품질에 대한 고려를 자꾸 잊는 사람들이 생기는 문제와 질 높은 방송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참여의 중요성을 놓치게 되는 문제를 라디오 리젠은 이미 알고 있다. 우리도 그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야 할 것이다.

공동체 아웃리치는 공동체 단체와 계층에 직접 찾아가 공동체 라디오를 알리고 피드백을 얻으며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다. 공동체의 협력 속에 있어야만 라디오가 생존할 수 있다는 강한 의식이 느껴졌다. 우리는 이만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을까? 소수 인종이나 청소년과 함께할 수 있는 방법 또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시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8장은 ‘시골 라디오’를 다루고 있는데,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서의 라디오나 도시 내에서도 어느 지역이냐에 따라 달라지는 변수들을 이 챕터에서 체크해 볼 수 있다. 시골이 아님에도 이상적인 인적 자원을 갖추지 못한 많은 마을라디오 방송국이, 1W밖에 되지 않는 출력을 내는 공동체라디오 방송국이 공감할 이야기가 많다.

 

 

단체 운영, 재정 관리, 우리도 할 수 있다!

이제 9~10장은 자원활동가들에 대한 지원, 11장~12장은 재정 관리와 기금 마련, 13장은 기술적 문제들을 다룬다. 13장의 내용은 우리나라와는 기술적 여건이 다른 만큼 참고하기가 어려운 면이 많다. 자원활동가 관리나 재정 문제는 사실 공동체라디오가 아닌 모든 지역 단체 운영에 필요한 수칙에 가깝다. 그렇기에 이미 지역 기반의 단체 활동을 해 본 이에게는 익숙한 이야기일 수 있다. 하지만 지역 활동과 단체 운영이라는 뜻밖의 문제에서 난관을 겪고 있는 마을라디오 방송국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분명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이다.

이 책이 자원활동가들을 대하는 태도를 볼 때, 세상에 이렇게까지? 하는 생각이 든다. 라디오 리젠이 보는 공동체라디오 방송국은 ‘공동체 센터’이다. 자원활동가를 만나는 것은 사회적 소수자를 대면하는 기회와 다르지 않다. 방송 제작은 상근자와 자원활동가의 공통의 목표지만, 책은 그저 방송만 해 내기에 필요한 관계 이상을 이야기한다. 자원활동가의 주거, 정신건강, 보육, 영주권, 가정폭력……. 이 문제들을 전적으로 해결해주라는 의미는 아니지만, 우리 스스로 공동체가 되기 위해서는 자원활동가라는 이름의 공동체 구성원들과 삶을 나눌 수 있어야 한다고 책은 이야기하는 듯 하다. 그들과 방송을 통해 함께 발전해나가는 것이 공동체에서 가지는 공동체라디오 방송국의 미션일 것이다. 한편 재정 관리에 있어서는, 물론 해외 사례이나 생각보다 유용한 팁들을 발견할 수 있다. 예컨대 이런 것들이다. 방송국이 제공할 수 있는 것에 비용을 청구하고, 돈을 받지 않기로 한다면 다음에 부탁을 들어달라고 하자. 돈을 어디에 썼는지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하고, 생각보다 정해진 기간 내에 돈을 쓰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일년 예산을 확보한 채로 해당 연도가 시작되는 일은 드물다는 것을 인정하자. 프로젝트를 딸 시에는 가능한 운영예산을 확보하는 것으로 하고, 사업이 과도하게 추가될 시에는 과감하게 포기하자……. 비록 영국에는 공동체라디오 방송국이 확보 가능한 보다 많은 지원이 있고, 우리나라의 공동체라디오는 광고 수입을 벌어들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1W의 출력과 법적 제한들을 가지고 있지만 말이다.

 

 

2017년, 공동체라디오에 대한 새 정부의 정책의지에 마을라디오 활동가들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런 시기에 <공동체 라디오 만들기>라는 책을 읽으면서, 팟캐스트로 구현할 수밖에 없었던 마을미디어의 꿈이 주파수를 가진 공동체라디오로 확장되기를 더없이 바라게 된다. 우리는 이미 2012년부터 마을미디어라는 이름으로 보여온 성과가 있다. 2005년부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굳건히 자리를 지켜온 7개 공동체라디오 방송국이 있음도 물론이다. 우리는 이 책으로부터 배우고 더 성장할 수 있지만, 지금의 현실 속에서 구현할 수 있는 공동체라디오의 가치에는 한계가 있다. 공동체미디어에 대한 사회적 이해가 확산되고, 일상 속의 평등과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수단으로서 공동체라디오에 대한 신규 허가와 지원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이 책에 나온 많은 조언들을 실제로 구현할 수 있는 기회가 곧 찾아오기를 기대한다.

저자 소개 : 이세린

학교 수업에서 미디어운동을 접한 이후 공동체미디어에 푹 빠지게 되었다. 지난 2016년까지 구로공동체라디오 구로FM에서 활동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