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_기획기사] 부산MBC ‘라디오 시민세상’을 소개합니다!

By | 2018-05-11T17:08:46+00:00 9월 7th, 2017|카테고리: 2_기획, 마중 전국구, 블로그|0 Comments

매주 시민들의 목소리를 전하는 

부산MBC <라디오 시민세상>

복성경(미디어 활동가)

 

퍼블릭액세스.

우리나라에 도입된 지 20년 가까이 되었지만 외래어다 보니 익숙치 않은 단어입니다. 처음 들어본다는 분들이 여전히 많고요. 국민의 권리와 민주주의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퍼블릭액세스는 전국으로 퍼져나갔습니다. 퍼블릭액세스는 시민들이 직접 기획하고 제작한 콘텐츠를 방송하는 그 자체 또는 권리를 말하는데요, 더 많은 시민에게 쉽게 다가가기 위해 시청자(청취자)참여프로그램 또는 시청자(청취자)제작방송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저는 어쩌다 보니 퍼블릭액세스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일만 10년 넘게 해 온 미디어 활동가 복성경인데요, 매주 시민들과 라디오 방송을 만들고 있는 만큼 오늘은 라디오 방송을 준비하듯 편안하게 <라디오 시민세상>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부산에서는 2005년 10월 부산MBC와 지역 시민사회가 <라디오 시민세상>이라는 라디오 방송을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퍼블릭액세스 시대로 접어 들었습니다. 이어 2007년 봄 부산MBC <TV시민세상>과 KBS부산총국의 <열린채널 부산>이 나란히 편성되면서 방송을 통해 자기 표현을 하고 싶었던 시민들이 직접 방송에 참여할 길이 열렸지요. 또 지역 민영방송사 KNN과 케이블 TV에서도 시청자 참여를 지향하는 프로그램을 잇따라 개설했고, 시민들은 여러 채널을 이용해 자기 목소리를 전달할 기회를 가지게 됐습니다. 어쩌면 2000대 중반은 시민참여방송, 퍼블릭액세스가 하나의 시대정신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런 시대적 상황이 <라디오 시민세상>을 부산지역 퍼블릭액세스 프로그램의 맏형 역할을 하게 만들었고요. 아, <라디오 시민세상>은 매주 토요일 오전 8시 30분 부산MBC 95.9를 통해 방송되고 부산MBC 홈페이지나 팟빵을 통해서도 들을 수 있습니다. 정말 잘나가던 시절엔 금요일 저녁 퇴근시간대에 편성돼 인기를 누리기도 했지요.

 

<라디오 시민세상>은 매월 ‘퍼블릭액세스 운영협의회(운영협의회)’를 열어 지난 방송을 평가하고 앞으로 한 달 동안 제작할 방송 아이템을 의논해 만들어집니다. 현재 운영협의회는 부산MBC를 대표해 보직 인사와 송출 담당 피디가 참여하고 비MBC 인사로 언론학계, 시청자단체, 미디어활동가, 부산시청자미디어센터의 대표 1인 참여하고 있습니다. 방송 방향과 아이템 결정은 운영협의회에서 최종 하지만 기획안은 미디어활동가와 시민 제작자 모임인 ‘제작지원팀’이 마련합니다. 지역 사회 이슈와 각자 관심사, 방송신청자의 제안을 풀어놓고 토의해 시의성, 지역성, 다양성을 기준으로 가편성합니다. 가편성 결과물은 운영협의회에서 검토해 최종 확정합니다. 방송 편성의 기준은 운영협의회와 제작지원팀이 다르지 않습니다. 물론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정권 비판적인 아이템이 올라오면 열띤 토론이 있었고 종종 의견 대립으로 몸살을 앓았던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화와 타협으로 결론을 도출해 <라디오 시민세상>은 시민들 곁을 떠난 적이 없습니다. 위기는 있었으나 불방은 없었다고 정리할 수 있겠어요.

운영협의회가 <라디오 시민세상> 운영 전반을 책임진다면 제작지원팀은 실질적인 동력입니다. 제작지원팀은 부산MBC <라디오 시민세상>에만 있는 운영 방식으로 퍼블릭액세스를 구현하는 강력한 힘입니다. 사실 시민들이 방송에 참여한다는 게 체험 활동하듯 쉬운 일이 아니기에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방송을 하는데 각자 알아서 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죠. 그래서 초창기부터 운영협의회는 ‘제작지원팀’ 구성에 동의했고 부산MBC도 자체 예산으로 활동비를 지급하는 등 적극 지원했습니다. 초기 제작지원팀은 영상제작 경험이 있는 미디어활동가나 시민사회단체 회원 중 미디어에 관심있는 분들로 구성됐습니다. 주류 방송 경험은 거의 없으나 미디어로 세상의 변화를 일구고 싶은 활동가가 방송 신청하는 시민제작자를 도와 지원했던 것이지요. 10년을 넘어선 최근엔 미디어 활동가와 미디어 제작에 관심있는 대학생의 참여가 눈에 띕니다. 미디어 환경 변화와 언론 관련 학과의 증가, 부산시청자미디어센터 설립이 이런 변화를 일궈왔다고 생각합니다. 제작지원팀은 때로는 본인이 시민기자나 시민리포터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방송에 담고, 때로는 무경험 시민들을 도와 방송을 가능하게 합니다. 전성기엔 15명, 보리고개엔 7~8명 정도가 제작지원팀으로 활동했습니다. 이들 중 현업 방송인이 나오기도 했고, 각자의 위치에서 건강한 시청자(청취자)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흔히 주류언론, 지상파 방송은 크고 영향력 있는 사건과 사람을 다룹니다. 평범한 시민이나 노동자의 이야기보다 경제권력이나 정치권력 또는 대중적으로 인기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지요. 지역 방송에서조차 전국 단위의 사건이나 지방정부의 이야기는 방송의 소재가 되나 우리 동네, 우리 이웃의 이야기는 그다지 환영받지 못합니다. 아주 특이하거나 아주 처참하거나 아주아주 감동적인 이야기들이 TV나 라디오를 채우고 있지요. 그래서 우리가 일상에서 궁금해하는 것, 내 삶의 터전인 우리 마을에서 벌어지는 일, 내 이웃의 이야기는 별것도 아닌 것이 되어 덮히고 묻힙니다. 방송으로 선택되지 못합니다. 그래서 <라디오 시민세상>은 ‘시민의 라디오’를 표방하며 시민들의 이야기, 시민들의 시선에서 본 세상을 방송합니다.

 

퍼블릭액세스 프로그램 <라디오 시민세상>은 기술적으로 서툴고 거칠고 다소 답답한 부분이 있지만 시민의 실제 목소리에 가까운 이야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발음이 부정확하고, 사투리가 나오고, 편집도 섬세하지 못하지만 우리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지역 핫 이슈의 또 다른 면에 마이크를 갖다 대고, 지역 이슈가 나와 어떤 상관이 있는지 돋보기를 비추고, 이웃집에 살 것 같은 부산 사람들의 이야기도 하나하나 모읍니다. 2015년 <라디오 시민세상> 10주년 공개방송에 참여한 장수 청취자는 방송 덕분에 ‘부산학 박사가 된 느낌’이라고 평가해 주셨습니다. 이런 평가는 <라디오 시민세상>이 무엇을 지향하고 방송해 왔는지를 대변해 주지요.

 

방사능으로부터 우리는 정말 안전한지, 마을 공동체에서는 어떤 움직임이 있는지, 도시에서도 농사를 짓는 방법은 무엇인지, 부산시의 개발 특혜가 어느 정도인지, 말 많고 탈 많은 재개발 지역 주민들은 현재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부산시민공원은 정말 누구나 즐겨 찾을 만한 친환경적인 공원인지, 부산 청년들은 요즘 무엇에 꽂혀 사는지 등을 방송해 왔습니다. 부산 사람들이 꼭 알아야 할 이야기, 부산 사람들이 모르고 있으면 생활에 피해를 입을지도 모를 이슈를 놓치지 않아 우스갯소리로 ‘부산 대표 시사 프로그램’이라고 말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지역 시민사회가 주요하게 다루고 있는 이슈를 담아 운동 당사자의 ‘언로’가 되기도 했습니다. 소규모 사업장의 파업 소식을 파업 배경과 함께 소개했을 때 출연자가 “우리 같이 힘 없는 사람들이 방송할 수 있어서 놀랐다”며 더 많은 약자의 목소리를 담아 달라 당부하실 때는 먹먹하기도 했지요.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는 건 퍼블릭액세스 프로그램의 취지기에 마지막까지 꼭 지켜야 할 원칙입니다.

 

우리 이웃의 삶을 다루는 ‘사람과 사람’ 코너로는 다양한 시민의 삶이 방송됐습니다. 시와 음악을 사랑하는 동네 책방 지킴이, 만년필 쓰기를 유독 좋아하는 부산시민들, 자전거로 출근하는 부산시민들, 쇠미산을 안내하는 숲 안내자, 새로운 청년문화를 만들고 싶어하는 대학생 친구, 시각장애인으로 철학과를 다니는 내 친구, 119 소방대원, 우체부 아저씨, 부마민주항쟁을 기록한 사진작가, 피서객을 나르면서 정작 휴가가지 못하는 택시 노동자,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노동자, 우리마을 도서관을 운영하는 사람들, 낙동강의 마지막 뱃사공, 골목길 트럭 과일 장수, 장애인 신발을 만드는 사장님, 장애인 오카리나 동아리… 같은 시민의 입장에서 또 다른 시민들의 소소한 삶을 찾아 자신의 눈에 비친 그들의 삶의 의미를 청취자들에게 전해 왔습니다. 이런 방송들은 부산이라는 도시가 어떤 사람들의 공동체인지 생각할 수 있게 했고 모든 사람의 삶이 가치 있음을 증명해 보였습니다. 지역방송이 해야 할 중요한 역할을 시민의 방송 <라디오 시민세상>이 해오고 있었던 겁니다.

어떻습니까. <라디오 시민세상>은 가장 지역적이고, 친근하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장점을 가졌습니다. 다시 말하면 다양성을 추구하고 지역성을 구현하는 방송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지 않을까요. 무해백익 <라디오 시민세상>을 지켜오면서 퍼블릭액세스 활성화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자주 생각해 보았습니다. 제 경험으로는 퍼블릭액세스 활성화를 위한 필수 조건으로 △채널을 가진 지역방송사의 적극성, △시민의 방송 참여를 돕는 미디어 활동가 지원(양성) △부산시청자미디어센터 같은 미디어 공공기관의 활발한 미디어 교육과 지원 △방송사와 지역시민사회의 네트워크 △방송통신위원회로 대표되는 정책적 지원을 꼽습니다. 이러한 요소들이 톱니바퀴처럼 자연스럽게 굴러갈 때 퍼블릭액세스, 시민 미디어는 살아난다고 생각합니다. <라디오 시민세상>이 바로 그 증거겠지요. 13년 역사를 맞이한 <라디오 시민세상>은 앞으로도 모든 시민이 방송으로 말할 기회를 갖는 그날까지 달려 나갈 것임을 약속하며 인사 드릴게요. 지금까지 <라디오 시민세상>의 복성경이었습니다. 함께 해 주신 시민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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