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활자형 매체 콘텐츠 Pick] ③-2. 마을 이야기를 담아 마을을 닮아가는 잡지 『닮다』 인터뷰

인터뷰어 김기민 (리뷰단 편집위원, 성북동천 총무)

인터뷰이 김유선 대표 · 배진희 교육팀장 (산아래문화학교)

※ 이 인터뷰는 2019.10.1. 금천의 모 카페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정리와 편집이 늦어져 2020.1.20에야 「마을미디어 웹진 마중」에 실리게 되었습니다.

 2019 마을미디어 콘텐츠 리뷰단은 활자형 매체 네 번의 콘텐츠 Pick 가운데 한 번은 간행 단체를 직접 찾아가 만나 이야기 나누는 인터뷰를 기획했습니다. 인터뷰는 마을잡지 『닮다』를 간행하는 산아래문화학교와 하게 되었는데요, 리뷰할 콘텐츠로 추천을 받기 전까진 필자가 전혀 몰랐던 잡지이고, 실제 잡지를 읽어보니 마을미디어 업계(?)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베일에 가려진(?) 무림 고수와도 같은 느낌을 받을 만큼 흥미롭고 재미있게 읽어 어떤 분들이 만들어오셨는지 꼭 찾아뵙고 인터뷰해봐야 겠다는 마음이 들었던 까닭입니다.

읽어보고 만나보고 나니 정작 제 필력의 한계로 잡지와 그 잡지를 만드는 사람들이 뿜어내는 매력을 다 보여드리지 못해 아쉬울 따름입니다. 그래서 인터뷰는 현장해서 발언해주신 취지를 살리는 선에서 정리, 편집하고 가능한 인터뷰이들의 말씀을 최대한 원래 말씀하신 것 그대로 싣고자 노력했습니다. 

리뷰와 인터뷰를 함께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닮다』 리뷰를 먼저 읽고 인터뷰를 읽어보셔도 좋고, 인터뷰를 읽은 뒤 리뷰를 이어서 읽어보셔도 좋습니다.

▶ 『닮다』 마을미디어 콘텐츠 리뷰 먼저 보기 | 이것은 문집인가 잡지인가 

          Q.『닮다』가 꾸준히 이어져온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김유선 : 저희도 큰 계획이 있었다기보단 저희 아니더라도 누구나 해도 괜찮은데 이게 계속 이어져서 계속 해주면 좋겠는데, 우리가 힘이 딸리면 누가 해주지 않을까 그런 마음으로 해왔던 것 같아요.

김기민 : 저도 나이를 먹지만 저희 편집위원님들도 연세가 드시는데, 언젠간 이별할 날이 올텐데 참 어렵더라고요. 인력풀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확대되는 게 아니니까요. 중간중간의 고비(?)들을 저희 역시 비슷한 마음으로 지나왔습니다.

          Q.원고 기고자 분들을 어떻게 섭외하나요?

김유선 : 산아래문화학교에서 편집위원이라고 하면 다른 분들을 섭외하는 역할이예요. 다른 참여자들이 자연스럽게 결합할 수 있도록요.

김기민 : 편집위원들이 직접 쓰는 것도 방법이지만 글 쓸 수 있는 분들을 찾고 연결해주시는 역할 해주시는 게 좋지요.

김유선 : 계속 쓰다 보면 본인도 재미없지만 읽는 사람도 재미없을 거예요. 그럴 땐 한시바삐 펜을 놓고 다른 기고자를 찾는 게 좋다고 봅니다.

김기민 : 저도 편집위원장 맡았을 때는 가급적 제가 안쓰고 기고하실 분 섭외해서 원고청탁하는 방식으로 했어요. 이젠 다른 편집위원님들도 고정 코너 맡는 분 외에는 외부청탁도 하고 있고요.

김유선 : 『닮다』는 참여한 사람들을 위한 잡지예요. 마을잡지가 만드는 사람들에서 더 나아가 보는 사람을 위한 잡지여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되죠.

          Q.『닮다』만의 특색을 가질 수 있는 힘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김기민 : 『닮다』에는 사람의 이야기 있잖아요. 주제는 제시하지만, 필자들이 그 주제에 관한 자기 이야기를 진솔하게 쓸 수 있는 게 되게 놀라운 거예요. 저희 잡지는 이런 느낌으로 안나오거든요.

배진희 : 저희가 편집을 따로 하고 받는대로 다 실어요. 본인의 이야기를 하는 거니까 저희가 굳이 손대지 않거든요. 그러니까 더 다양한 것 같아요.

김유선 : 자기 어렸을 때 이야기를 자기도 모르게 해버리기도 해요.

김기민 : 마을잡지라는 틀에 갇히는 게 있어요. 동네 이야기, 공적인 것들을 다뤄야 한다는 압박을 저는 개인적으로 느끼거든요. 저같은 사람이 편집위원회에 들어가니까 잡지에 그런 점이 투영되는 게 있어요. 하지만 『닮다』에는 자신이 사는 동네에서 살아왔던 이야기들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는 거예요.

배진희 : 공공적인 걸 일부러 이야기하지 않는 것 같아요. 저희가 기획회의 할 때 나눈 이야기를 기고 부탁드리는 분들과 이야기 나누며 이야기를 끌어내요. 본인의 이야기를 하면서 이거 정도는 쓸 수 있겠구나, 하고 생각을 하게 되죠.

김기민 : 공공적인 걸 굳이 표방하지 않아도 쓰는 과정과 결과 자체가 공공적인 것이라는 게 제게는 특별하게 여겨졌어요. 저희는 원고 청탁할 때 기고자 분들과 그렇게 충분히 이야기하지 않거든요. 편집위에서 기획하고 청탁서를 보내요. 구두로 요청하기도 하고요. 두 분의 말씀을 듣다 보니 청탁 과정 자체가 하나의 소통이고 같이 이야기하는 일종의 대화인데, 그걸 통해서 청탁서를 문서로 보내는 것보다 좀 더 입체적이고 세밀하게 전달된다는 걸 이해하게 됐습니다. 

배진희 : 저는 전화통화로 요청은 안해봤어요. 늘 직접 찾아가서 이야기하니까요.

김기민 : 이야기가 각각 다르지만 잘 엮여질 수 있는 힘이 느껴져요. 저희는 기획이 잘못 되면 어느 글 하나가 튀거나 하거든요. 저희 역시도 편집을 강하게 하지 않다보니 톤이 안 맞는 글이 나오기도 해요, 하나의 주제로 하는 게 아니다 보니까.

김유선 : 저는 튀는 게 느껴져도 이건 팔자라고 생각해요. (웃음)

          Q.『닮다』의 기획과 편집 방침이라는 게 있다면 뭘까요?

김기민 : 마을잡지이기도 하지만 지역 기반의 독립잡지라고도 느껴졌어요. 내용 자체가 깊이 있고 풍부하니까요. 그런 것들이 제가 갖고 있는 마을잡지에 대한 강박을 깨줘서 반가웠고 재밌게 읽었습니다. 아는 사람이나 저희 지역에서 금천으로 이주한 분의 글을 만나서 반갑기도 했고요.

김유선 : 주제를 정하는 게 어렵기도 하지만, 이야기의 화두를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제목 정하면서 우리끼리 정말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가령 2019 여름호 놀이의 경우 기분 나쁘게 받아들일 수도 있지 않을까. 삶이라는 게 행복하게 사는 게 목적인데 목적을 놓치고 수단이 되어버리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그걸 ‘놀이’로 표현하는 게 너무 가벼운 건 아닐까? 이런 걱정이 됐죠. 잡지 맨 앞글 써주는 분이 소설가 지망생인데, 제목에 대해 이야기를 깊이 나눴어요. 처음 나눌 때랑 두 번째 나눌 때랑 많이 달라지더라고요. 이 분이 이런 이야기를 처음엔 어려워했는데 두 번째로 할 때는 재밌을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첫 글을 늘 쓰는 분이라 토론을 더 많이 할 수밖에 없는데, 우리끼리 토론할 땐 유효하다고 판단해서 하는 거거든요. 

다음 호는 주제가 더 무거워요. ‘집’에 관한 건데. 1년에 두 번 나올 거 생각하고 계획하는데, 2019년 두번째 주제는 ‘당신의 집은 안녕하냐’ 예요. 청년들이 갖고 있는 집에 대한 생각과 우리 또래가 갖는 집에 대한 생각이 너무 달라서 청년들과 이야기하니까 너무 어렵게 생각하고, 약간은 자기를 공격하는 걸로 받아들이기도 한다고 느겼어요.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하지 않은 것에 대해 굉장히 고민하더라고요. 우리는 결혼 전에 독립이란 걸 생각 안 한 세대거든요. 지금 세대는 독립을 빨리 생각하더라고요. 그러니까 집에 대한 고민이 더 깊은 거예요.

김기민 : 사실 지금 세대에겐 결혼보다는 독립이 더 현실적인 거예요. 결혼이라는 건 내가 할지 안할지 모르고, 그 결정에 대한 너무 부담이 크니까요.

배진희 : 우리 때는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하는 거고, 독립하기 위해 결혼했죠. 

김기민 : 사실 독립도 어려운 과제예요. 결혼보다 현실적이긴 한데 내가 처한 조건들이 녹록치 않으니까요.

김유선 : 그래서 공격처럼 느껴지는 거예요. 행복의 터가 되는 게 집이잖아요. 내 삶의 공간에 대해 물어보는 건데 이걸 왜 공격으로 받지? 처음에는 놀라워했어요. 청년 입장에서는 너 아직 독립 못했잖아, 이렇게 추궁하는 것으로 느낀 거예요, 그런 질문의 내용이 아니었는데. 청년들에게 공간에 대한 강박이 크구나. 우리 때는 부모님과 같이 사는 게 강박이 아니었거든요. 준비하면서 이게 불쾌한 질문이고 되게 실례되는 질문일 수 있다는 걸, 공격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김기민 : 제가 어렸을 때 동네 모습 생각해보면 모든 공간이 공유지였어요. 친구집, 골목길.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누릴 수 있었는데 지금 청소년, 청년 세대는 모든 공간이 비용을 지불해야 해요. 골목길이 많이 없어졌고. pc방, 독서실, 카페 모든 공간이 다. 공간에 대해 생각할 때 어렵게 느끼는 거 아닐까 생각해요.

배진희 : 집은 반드시 행복하고 편안한 곳이라는, 사회적으로 주문받는 게 있는 거예요.  집이라는 건 행복하고 편안한 공간이라는 기준이 있는 거죠. 그렇지 않은 나는 마치 잘못 사는 것처럼 느껴지죠. 그 강박 때문에 더 힘들어하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김유선 : 집이 불편한 사람도 있더라고요. 가볍게 던진 질문인데 무겁게 받아들인 분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이건 필시 다뤄야 할 주제라고 생각했어요.

배진희 : 방향을 한정짓지 않고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는 것을 설명하니까 그 동안의 글들이 나온 게 아닐까 싶어요. 행복이 초점인지, 놀이가 초점인지, 당신이 하고 있는 일이 초점인지 거기에 한계를 두지 않았거든요.

김유선 : 그래서 이런 것도 쓸 수 있고 저렇게도 쓸 수 있다고 생각하실 수 있도록 예시와 같은 것들을 제시해요. 

배진희 : 기고를 피할 수 없게  만드는 거예요. (웃음) 난 노는 게 없어, 그럼 집에서 쉴 때 뭐해? 그걸 쓰면 돼 이런 식으로 가이드를 주는 거죠. 저도 저에 대해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어요.

          Q.『닮다』의 필자들은 어떤 분들인가요?

김기민 : 평소 글 쓰는 걸 좋아하는 분들이 많나요? 고도로 훈련받은 것까진 아니어도 쓰신 글들이 잘 정돈되어 있다고 느껴졌거든요.

김유선 : 저희는 편집을 하지 않아요, 오탈자도 안보거든요. 날짜 맞춰서 싣는 게 중요하니까요.

김기민 : 글 쓰는 훈련이 됐고 안됐고를 떠나 정돈되었다고 느낀 게, 이런 고민을 충분히 풍부히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고민이 깊으면 거기에 대한 생각이 정리되는 거고 글도 그런 거죠.

김유선 : 어떤 학교 밖 청소년은 글 쓸 기회를 주어서 고맙다고 하기도 해요. 또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 글 보고 자기 고민이 깊지 않게, 정성이 들어가지 않게 썼나봐요, 하는 분도 계셔요.

          Q.산아래문화학교는 무엇을 하는 곳인가요? 그리고 어떤 분들이 계시나요?

김기민 : 산아래문화학교란 곳에 대해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인터뷰 사전준비 하면서 열심히 찾아보고 조사를 했는데, 운영하고 계신 온라인 카페만 봐서는 파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서 뵙게 되면 꼭 여쭤보고 싶었어요.

김유선 : 사실 저는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웃음) 

배진희 : 제가 느끼는 산아래문화학교는 지역 안에서 편안하게, 그곳에서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걸 목표로 그 발판이 되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의 모임이예요. 거창하게 문화예술 단체이긴 한데, 저희가 커가면서 그 에너지를 금천 밖까지 퍼뜨리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밖에서 바라보는 저희는 뭐가 있고, 이름도 예쁘고 좋은 말씀해주시는데, 저희는 그 이름만큼 사람이 예쁜 단체이고 그 마음을 마을과 나누고자 하는 단체라고 생각해요. 제가 생각하는 산아래문화학교는 그래요.

김유선 : 나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다른 사람의 삶도 풍요롭게 하는 모임이 맞는 것 같아요. 처음 시작한게 2010년이예요. 조직화되어 있지 않고, 대표 팀장 이렇게 있지만 행정에 매우 약하지만 실무적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한다고 하면 늦은 시간에도 서로 도우려고 해요. 어제도 쓸데없이 7시에 만나서 9시 넘게까지 일했어요. (웃음)

배진희 : “어쩌다 산아래를 만나서 이렇게 고생을 하십니까” 이런 문자를 받았어요. (웃음)

김유선 : 그런 것에 별 문제 없이 알겠습니다, 하고 나오세요. 축제 기획을 하는 중인데 그런 것에 대해서 크게 너무 힘들어서 못해, 그럼 여기 안남아 있겠죠. 힘들어도 하는데, 딱히 봉사라고 하기에도 어렵고. 아마 다른 분들도 비슷할 거예요. 나의 변화나 성장,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시도해보는데 그게 다른 사람한테도 좋은 영향을 미치는 거죠. 그 사람들이 동네 사람들이겠죠.

배진희 : 어렸을 때 꿈이 봉사하고, 남한테 뭔가를 해주고. 나는 그런 걸 하고 살거야 이랬는데 제가 어른이 되어 살면서는 그런 마음의 여유는 거의 없잖아요. 우연치 않게 마을일 하는 사람들을 산아래문화학교에서 만났어요. 공익을 위해 세상을 바라보고, 그 와중에 최소한의 공익적 목표를 위해 회의하고 노력하는 모습 보면서 사람들이 그런 마음으로 만날 수 있구나, 그렇게 노력하며서 사는 모습이 예쁘다, 그런 마음이 좀 드는 단체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김유선 : 우리가 너무 힘들다고 느끼거나, 꼭 이렇게까지 해야 돼 느낄 수 있는데 다른 단체도 이렇게 하고 있거든요. 마을일이란 이런 거구나 생각하는 거죠.

김기민 : 저는 봉사랑 자원활동의 차이가 있다고 생각해요. 자원활동은 공익만으로는 지속가능하지 않은 것 같아요. 나에게도 좋고 남에게도 좋은 지점이 있어야 지치지 않고 계속 할 수 있거든요.

배진희 : 내 한 몸 부서져서 세상이 좋아질 수 있구나 생각했는데 대표님은 아니라고 하셨어요, 오래 하려면 그 에너지를 다시 사회에 보낼 수 있어야 한다고.

김기민 : 자원활동에선 보상이 중요한 것 같아요. 화폐로서의 보상만이 아니라 보람, 의미, 성찰, 성장 이런 보상이요.

김유선 : 보상이란 나를 풍요롭게 하거나 성장이란 말로 바꿔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다른 사람에게도 의미가 있어, 그럼 이걸 지속할 수 있는 거죠 .

          Q.산아래 문화학교에서 닮다 잡지를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김유선 : 커뮤니티 아트를 표방하면서 지역에서 문화예술 활동, 교육을 하고 있는데 사진, 영상 파트가 없었어요. 2012년도에 “토요일은 마을이 학교다”를 구호로 활동을 했죠. 아이들이 토요일에 방치되는 거예요. 격주 놀토에 방치되는 아이, 청소년들을 위해 무슨 활동을 할까 고민하다가 사진, 영상을 해보자 했는데 지역에서 작가를 찾지 못한 거예요. 엄청 고민하다가 미디액트 통해서 구로에 있는 어떤 감독님을 소개 받았어요. 사진 작업 쭉 하면서 사진책을 아이들이 하나씩 생산하는 과정을 갖고 사진 찍고 기록하는 작업을 했는데 그 책은 내게 무척 소중해요. 전시회를 통해 공유하는 시간을 가져요. 그 책을 집으로 가져가는 순간 다른 사람이 보고 싶을 때 볼 수 없는 거예요. 비용상 여러 권을 만들 수 없었거든요. 기록활동 꾸준히 쌓는 작업을 해야 하지 않나, 고민을 하게 됐죠. 잡지 형태로 하는 게 어떻겠냐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저 자신도 약간의 저항이 있었어요. 동네 잡지, 기록물이 너무 필요한데 우리 말고, 우리는 다른 일 해야 하니까 누가 해주면 안될까 고민했는데 마침 지역에서 여성주의를 표방하며 잡지를 시작했어요. 1년 딱 한 번 웹진으로 내고, 이후에 계속 이어지진 못했어요. 그래서 결국 시작했죠. 첫해엔 복합형이라 꼭 잡지를 만들지 않아도 됐어요. 교육하고 기록물 만들면 됐는데 예산에도 없던 일을 굳이 하게 된 거죠. 

          Q.『닮다』가 지향하는 잡지는 무엇인가요?

김유선 : 잡지를 만드는 분들에게는 고민이 비슷한 것 같아요. 잡지를 만드는 과정에는 참여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죠. 꼬임에 빠져 필진으로 참여했는데 결과물이 나오고 동네에, 사람들이 쉽게 갈 수 있는 곳곳에 배포돼요. 만든 사람이나 필진으로 참여한 사람들은 자기들의 글이 읽히는 것에 대해 만족하는데 사실 잡지는 독자들에게 많이 읽혀야 하잖아요. 『닮다』는 읽히는 사람들을 위한 잡지일까. 마을잡지는 왜 제대로 읽히지 않을까. 텍스트를 읽는 시대가 아니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읽고 싶어하고 관심을 끄는 부분에 소구력이 약하잖아요. 만드는 사람들을 위한 잡지를 만드는 거 아닌가 하는 고민이 있어요. 읽는 사람에게도 만족을 줘서 계속 읽게 하는, 계속 궁금해지고 찾아서 읽고 싶어지는 게 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잡지는 읽히는 게 목적인 건데 읽어주는 사람에게 다가가고 있는 잡지일까, 스스로에게 던지는 큰 질문이에요. 많이 읽혀져야 한다는 마음이고요.

김기민 : 저희는 한정된 동 안에서만 배포하는데 사실 그렇게 하면 다 뿌려지긴 해요. 읽어보신 분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효과적으로 찾을 수 있는 방법을 못 찾았고, 사실 그리 적극적으로 하진 않았어요.

배진희 : 잡지에 자기 지인이 글을 기고하면 지인 글을 먼저 읽고 옆에 있는 것도 읽게 되더라고요. 기고해주시는 분들이 다양해지면 다양해질 수록 찾아보는 분들이 다양해질 것인데 기고를 받는 게 어려운 과제예요. 유명해지고 재밌어지면 거절을 해도 한 번쯤 생각해보게 되지 않을까. 시간이 좀 걸리겠죠.

김유선 : 이게 한참 지나서 우리는 마을 공간에 대해 2017년도에 어떻게 이야기했을까, 살펴볼 수 있는 게 되면 좋겠어요.

김기민 : 아직까지는 만드는 사람의 관점이 좀 더 우선할 수밖에 없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런 작업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잖아요. 읽히는 부분까지 고려하기엔 지금의 과정에 드는 품만으로도 벅차니까 스스로에게 그렇게까진 안해도 괜찮다며 위안을 삼는 거죠. 지역 의제나 현안에 대해 공론장 열고 준비 과정에선 주민 분들을 많이 만나긴 해도 배포된 이후에 대해선 고민을 유예시켜왔던 것 같아요. 

김유선 : 그런 게 소위 마을스러운, 프로페셔널답지 못한 행동인 거예요. 그걸 넘지 않으면 마을잡지는 한계가 있을 거고, 넘어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잡지의 이유가 없어져요, 애써서 만들 이유가 없다면 헛발질이 되니까. 

김기민 : 저희 모임에서 잡지를 바라보는 관점이나 시선이 다른데 저는 잡지 자체엔 큰 관심이 없었어요. 사람들을 만나고, 지역의 공동체성을 경험하고 체험하고 논할 수 있는 중요한 장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우리 모임에서 잡지를 간행하는 것에 동의했던 정도였죠. 만드는 과정에 참여한 분들의 관계망이 깊어지고 네트워크가 확장된 분들이 많아지는 것에서 의의를 본 거죠. 많이 읽히는 것에 대한 고민을 언젠가 하게 될텐데, 출발점이 다르다 보니까 아직은 그 고민까지 가지는 않고 있어요. 아직은 소수지만 만드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이해하는 분들이 많아지고 그런 과정을 목격하는 과정 자체가 마을잡지가 지역에서 어떤 임팩트를 일으킬 수 있는 가능성이라고 보니까 잡지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더 주목하고 있는 것 같아요. 분명 보는 사람들이 만족스러워하고 지역에서 요구와 성원이 있으면 어떤 식으로든 계속 만들 수 있는 힘이 되겠죠. 

김유선 : 만드는 사람들의 만족도는 분명 있는데, 어떻게 하면 읽는 사람들의 피드백을 확인할 수 있을까요? 참여한 사람이 아니라 그냥 읽은 사람들의 피드백을 어떤 식으로 받을 것인지,  여러 결로 어떤 대상들과 어떻게 다양하게 나눌까 고민해요.

김기민 : 저희는 (2019년)하반기 14호를 준비하고 있는데, 읽어본 분들과의 만남을 기획해서 그런 것을 실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방금 해봤어요. 여유로운 시기에, 우리 잡지를 한 번이라도 읽어 본 분들과의 만남을 기다린다, 단 한 개의 글이라도 읽어본 분을 모십니다, 이런 기획을 해서 이번 잡지에 미리 싣고 안내된 날짜와 장소에 독자들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면 좋겠고, 해보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약속된 시간이 지나서 오늘 이야기는 이 정도로 마무리할게요. 시간 내서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유선 : 조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산아래문화학교 배진희 교육팀장(왼쪽), 김유선 대표(오른쪽)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마을미디어에서 중요한 것은 마을일까요 미디어일까요? 마을잡지에서 중요한 것은 마을일까요 잡지일까요? 처음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을 때는 답을 찾는 게 중요하고, 그 답을 알아야 한다고 여기며 나름의 답을 내렸습니다. 그 동안 마을공동체미디어 활동을 해오며, 또 리뷰단에 합류하여 많은 마을잡지, 나아가 마을미디어 ─ 특히 산아래문화학교 선생님들을 만나면서 어쩌면 질문 자체가 우문이거나 잘못이 아니었을까요? 만드는 사람이 처한 여건과 상황을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건 제가 그 입장이었기 때문이지만, 만드는 사람도 읽는 사람도 결국 한 동네에서 이웃하며 함께 살아가는 주민이라는 것에 새삼스럽지만 다시금 주목해봅니다. 잡지는 그 사람들을 이어주는 매개이고 만드는 사람도 읽는 사람도 만들고 읽는 과정에서 같이 만족하지 못하면 이어지기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방법을 찾아나가는 것이 마을과 공동체에서 미디어 활동을 하는 시민-우리들이 놓을 수 없는 과제일 것입니다. 인터뷰를 통해 그 의미를 다시금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신 산아래문화학교 김유선·배진희 님 두 분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더불어 2019년 한 해 마을미디어 콘텐츠 리뷰단 활동을 성원해주신 동료 활동가 여러분, 리뷰단 편집위원, 그리고 지면을 열어준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에도 백만번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 『닮다』 마을미디어 콘텐츠 리뷰 이어서 보기

[2019 활자형 매체 콘텐츠 Pick] ③-1. 이것은 문집인가 잡지인가 

김기민은 성북동천 총무, 2019 마을미디어 활성화사업 <성북동 마을잡지, 지역사회와 함께> 사업운영 보조담당자로, 「성북동 사람들의 마을 이야기」가 주민모임 성북동천을 넘어 성북동 지역사회가 함께 만들고 공동의 문화유산을 남을 수 있기를 소망한다. 2018~2019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와 마을미디어 활동가들이 함께 구성한 마을미디어 콘텐츠 리뷰단에 참여하여 활자형 매체들에 대한 리뷰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