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오선아 [동작FM 글 헤는 숲 진행자]

처음이라는 설렘과 두려움의 경계에서

사람을 판단하는 최고의 척도는 안락하고 편안한 시기에 보여주는 모습이 아닌, 도전할 때 보여주는 모습이라고 한다. 동작FM에서 첫 주파수 방송에 도전했다. 처음이라는 설렘 속에서 진행된 3일 간의 기억을 기록하며 ‘도전’은 그 자체가 ‘희망’임을 다시 한 번 되새길 수 있었다.

D-1일

동작FM 건물 옥상에 미니FM용 안테나를 세웠다. 전파관리소에서 나와 준공검사를 실시했는데 전파 간섭 없이 주파수가 잘 잡힌다고 했다. 옆 동네에 있는 관악FM의 도움으로 준비가 순조롭게 되어갔다. 12월 4, 5, 6일 3일간 노량진 일대에서 100.3Mhz를 통해 첫 주파수 라디오가 송출된다. 단 3일간의 라디오 생방송을 위해 하나씩 준비 중이다. 생방송 스튜디오 안을 귀여운 라이트 박스로 꾸미고 초 단위까지 쉽게 확인 가능한 전자시계를 새롭게 갖추었다. 의미 있는 첫 도전에 마음까지 경건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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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마을미디어 교육을 받고 첫 론칭한 <너와 나의 1cm> 멤버 6명이 동작FM 방송을 다 함께 듣기위해 노량진으로 모였다. 100.3Mhz 주파수를 통해 작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또, 서로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부끄러움 반, 설렘 반 추억을 만들었다. 동작 미니FM 방송은 노량진 일대와 대방동, 상도동 일부지역까지만 들을 수 있다.

2019년 12월 4일 수요일 오전 10시부터 10시간 동안 10개의 방송이 전파를 타고 노량진 일대에 울려 퍼졌다. 지역정치인, 다양한 지역단체들을 만나는 특별 방송과 더불어 동작FM의 주민 DJ들이 총출동했다. 오전 10시에 시작한 방송은 저녁 8시까지 논스톱으로 이어졌다.

동작구 마을계획단 단장들을 모시고 역사적인 첫 방송이 시작됐다. ‘마을을 듣다’ 특별 기획 방송에서는 <좋은 세상을 만드는 사람들> <민주야 놀자>가 연이어 소개되고 동작FM의 인기 방송 DJ들이 다른 프로그램의 특별 진행을 맡거나 게스트로 초대되었다. 엄마들이 만드는 방송 <엄마는 방송중>에 동작의 역사와 독립운동사를 새롭게 재조명한 <낭만과 전설의 동작구> 진행자가 초대되었다. 동작구청장이 고마운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어 사연과 노래를 들려주는 <이창우의 동작다방>을 진행했다.

2일

두 번째 날에는 역사와 전통의 프로그램 <낭만과 전설의 동작구> 김학규 역사이야기꾼과 팟 캐스트 최고의 청취율을 자랑하는 <글 헤는 숲> 달님의 콜라보 방송으로 시작했다. 무아밴드 출신의 초특급 게스트의 라이브 공연과 함께 한 <글 헤는 숲> 특집방송, <아무거나 라디오>, <친절한 영화씨와 네 여자들의 콜라보> 방송 등이 이어졌다. ‘마을을 듣다’ 특별 기획 방송에서는 <동작혁신교육마을분과> 회원이 출연해 동작혁신교육의 나아갈 방향 등을 얘기하고 <노량진 수산시장 대책위원회> 분들과 함께한 특별한 생방송까지 이어졌다.

▲’글헤는숲’과 ‘낭만과전설의 동작구’ 콜라보 방송

▲’ 글헤는숲’ 써니, 달님

3일

동작FM 방송 주간 특집 방송 마지막 날 역시 총 10편의 방송이 주파수를 탔다. ‘마을을 듣다’에서는 교육과 봉사를 실천하는 <꿈꾸는 도토리와 공동육아교실 꼬마도토리> 대표가 출연한 생방송을 시작으로, <도다미장, 서울한부모회> 대표가 나와 생활 속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수요사람책방>, <하이파이브 1040>, <네 여자들>, <슬기로운 초딩생활과 응답하라 2004팀>의 콜라보 방송이 쉼 없이 이어졌다.

3일간의 즐거운 축제! 동작 미니FM 방송주간은 동작FM에게도 즐거운 도전이었다. 이번 행사를 밑거름으로 내년에도 멋진 축제를 기획하고 실천하기 위해 탑을 쌓아올리듯 차근차근 준비해 나갈 것이다.

 

▲’수요사람책방’ 특별방송

▲’엄마는 방송중’과 ‘1040’ 콜라보 방송

<동작FM에서 만난 사람들 – 미니 인터뷰>

양승렬(동작FM 방송국장)

소출력 주파수 확대가 안 되는 상황에서 미니FM을 시도하는 이유와 의미는?
현재 전국에는 7개의 소출력 공동체라디오가 있습니다. 시민사회가 소유, 운영하는 소출력 공동체라디오는 노무현 정권 때 도입되었어요. 이명박, 박근혜 정권을 거치며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더 늘지도 않고 그대로 머물러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문재인 정권 들어서면서 100대 국정운영 과제로 공동체라디오 확대가 포함이 되었고 인터넷 기반 마을라디오의 지형이 넓어진 현재 상황과 맞물려 높은 기대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만약 신규 공동체라디오 인허가가 가능하게 된다면 동작FM은 도전해 볼 의향이 있습니다. 2013년부터 인터넷 기반 마을라디오 활동을 해 온 경험과 더불어 주파수가 가지고 있는 지역 사회 내 영향력과 파급력, 전달력을 발휘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번 미니FM 행사는 단 3일 간이었지만 총 30시간에 걸친 주파수 송출로 방송을 진행하면서 편성에 대한 새로운 감각과 리듬, 주파수 송출을 통한 청취자들의 반응을 느껴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미니FM 기간 동안에 노량진역 앞 노량진수산시장 상인들의 농성장이 동작구청으로부터 행정대집행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어요. 다음날 저녁에 바로 이 분들을 초대하여 당시의 이야기와 상인들의 요구사항을 직접 들어보았습니다. 세상에 자신들의 억울함을 하나라도 더 알리기 위해 추운 겨울 힘겹게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상인들에게 작은 위로와 연대가 된 시간이었습니다.

▲동작FM 양승렬 방송국장

 

박열음(네 여자들 진행자)

진행자로서 느꼈던 감회는?

저는 <네 여자들> 진행자로서 평소 애청하던 <친절한 영화씨> 팀과 콜라보 방송을 진행했는데요. 제가 좋아하는 ‘영화’라는 소재를 가지고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참 좋았어요. <네 여자들> 방송을 진행할 때는 언제나 ‘방송 진행’ 중심으로 방송에 임했다면, 이번 콜라보 방송에서는 게스트로 참여하여 개인적이고 사소한 이야기를 더 자유롭게 나눌 수 있어서 재미있었어요.

▲’친절한 영화씨’와 ‘네여자들’ 박열음DJ(브이자)

 

 

김민정(동작FM 피디)

미니 FM을 기획하며 가장 의미 있는 일은?

처음 방송에 출연해 준 마을단체 분들에게 정말 감사드리고 싶어요. 섭외 때부터 부담스러워하면서도 흔쾌히 승낙해주신 점, 기획회의부터 빠지지 않고 참여하고 방송 한 시간 전에 오셔서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서 마을활동가의 저력과 의욕적인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죠. 이런 의지가 지역의 다양한 활동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했지요. 그리고 ‘마을을 듣다’ 특별 기획 방송을 통해 단체들이 추구하는 가치와 지향점은 물론이고 개개인 활동가들이 가진 어려움들을 자세하게 듣게 되어 더 친밀해진 것 같아요. 그래서 오히려 제가 더 방송주간 내내 신이 나고 뿌듯했어요. 참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동작FM의 동력을 확인한 기회, 그러나 한계도 있어!

동작 FM은 주파수 라디오를 갖고 있지 않아서 일부러 조그만 수신기를 구입했다. 처음 생방송이 시작되었을 때 일부러 동네 골목길로 나가 수신기를 켜보기도 했다. 100.3Mhz 주파수를 맞추는 순간 흘러나오는 익숙한 DJ의 목소리는 MP3 파일로 들을 때와는 사뭇 달랐다. 따뜻하고 편안한 음색, 그 목소리를 처음 들었던 순간이 오래도록 뇌리에 새겨질 것 같다. 그러나 무엇보다 동작 미니 FM에 참여한 주민 DJ들이 한결 같이 입을 모으는 가장 큰 의의는 따로 있다. 그동안은 각자 자신들의 방송 제작 활동에 머물러 서로 만나지 못했는데 이번 콜라보 방송을 계기로 활발히 교류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이로써 서로에 대한 이해와 친밀감이 높아졌다. <글 헤는 숲>을 진행하는 필자 또한 <낭만과 전설의 동작구>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한 편의 방송을 만들기 위해 진행자들이 얼마나 많은 지역 역사 자료와 씨름하고 더 나은 아이템을 찾기 위해 고민하는지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동작 미니FM 방송 주간을 위해 주민 DJ들은 각자가 같이 하고 싶은 다른 프로그램의 방송 DJ들을 섭외하고 방송 내용부터 진행까지 맡아 콜라보 방송을 준비했다. 생방송이라는 부담을 안고 긴장하면서도 최선을 다한 결과 12개 프로그램 진행자와 게스트 등 단 한 명의 펑크 없이 3일 동안 방송은 무사히 송출되었다. 동작 FM의 든든한 동력을 다시 한 번 각인한 셈이다.

하지만 극복해야 할 문제도 있다. 이번 미니FM 방송을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주파수의 출력이 낮아 조금 거리가 있는 곳에서는 수신이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는 향후 미니FM 행사를 준비할 때 각별히 신경을 써야할 지점이다. 송신 안테나가 세워지는 고도와 위치의 중요성을 새롭게 알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마을방송의 가장 큰 이점은 우리 지역의 생생한 이야기를 이웃과 더불어 나누고 해결하는 것이다. 동작 미니FM 방송을 통해 이 생각은 더욱 굳어졌다. 우리가 변하면 마을이 변하고, 우리의 작은 일상의 변화와 도전으로부터 마을도 달라질 수 있다는 새로운 희망 말이다. 동작 FM의 새로운 도전은 그래서 앞으로도 쭉 이어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