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을미디어 리뷰단’은 마을미디어 콘텐츠의 지형을 들여다보고, 마을미디어를 소개하는 작업을 합니다.

 

글 박범기 | 편집 김기민

 

마을을 기록하고, 활용하기

『성수동 쓰다』는 성수동의 이야기를 담은 마을 잡지이다. ‘쓰다’에는 두 가지 뜻이 있다고 한다. 글을 ‘쓰다’는 의미와 성수동을 ‘쓰다’는 의미가 그것이다. 마을을 쓰면서(用), 그 안에서 일어난 일들을 쓰는(記) 것이 『성수동 쓰다』의 목적이다. 사람들이 마을 안에서 만나고, 마을을 활용하면서 그 안에서 다양한 이야기들이 생겨난다. 그리고 누군가가 그들의 이야기를 기록한다.

『성수동 쓰다』는 동네라는 공간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을 다룬다. 그 점에서 이 잡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된다. 동네는 사람들이 사는 공간이고, 그곳에 사는 이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움직이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동네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고, 그들 안에서 여러 활동이 생겨난다. 『성수동 쓰다』는 그것들을 기록한다. 이 잡지가 재밌는 이유 중 하나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여러 필자들이 저마다의 개성 넘치는 목소리들로 각자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이야기는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인터뷰, 에세이, 시 등 여러 장르의 글쓰기를 활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사진, 그림 등의 매체를 활용하면서 이야기를 풍부하게 구성하고 있다. 서로 다른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성수동 쓰다』라는 하나의 틀 안에서 느슨하게 묶이고 있기 때문에 읽는 재미가 풍성하다.

 

성수동쓰다 7호 표지

▲ 성수동 쓰다 7호 표지

 

동네에 사는 사람들, 가장 보통의 개인들이 각자 자신의 목소리로 이야기를 한다는 점에서 이 잡지에 실린 이야기들은 보편성을 갖는다. 『성수동 쓰다』에 실린 이야기는 성수동이라는 한 동네의 이야기를 다루지만, 동시에 지금 이 시각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만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보편성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글이 4호부터 <Ghetto Society to Young People> 코너 연재를 시작한 지담의 글이다. 지담은 여성으로서, 주부로서, 엄마로서 자신이 겪어왔고 생각해온 일들을 담담한 필지의 에세이로 기록하고 있다. 이 이야기는 성수동에 사는 한 여성의 이야기인 동시에 한국에 사는 한 여성의 이야기이다. 성수동이라는 한 지역에 사는 개인의 특수한 이야기가 한국 사회에 사는 대다수의 여성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이야기로 확장된다. 이처럼 『성수동 쓰다』는 가장 보편적인 동네 이야기로서 보통 사람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다양하고 다채로운 방식으로 담고 있다.

 

▼ 지담의 글에는『성수동 쓰다』 전속(?) 일러스트레이터의 삽화가 함께 실린다.

(일러스트 최제희, 강민경)

▲ 왜 20대는 고통스럽거나 패기로워야 할까? (4호 p.73)

 

지담5호-그림 최제희

▲ 어머니 밥은 오빠가 할 거예요 (5호 p.73)

 

지담6호-그림 최제희

▲ 엄마의 가족 그리고 나의 가족 그 사이에서 (6호 p.71)

 

지담7호-그림 최제희

▲ 잘 가라, 20대의 나 (7호 p.44)

 

익숙한 것을 다른 눈으로 보기

『성수동 쓰다』는 동네 잡지이다. 동네 잡지라는 점에서 『성수동 쓰다』가 성수동에 있는 오래된 가게들을 자주 다루고 있는 것은 필연적이다. 뚝섬역 3번 출구에 있는 경동 빌딩은 『성수동 쓰다』가 자주 다루는 장소 중 한 곳이다. 경동 빌딩 안에는 빌딩의 역사와 함께 한 오래된 가게가 있다. 경동 슈퍼가 그곳이다. 경동 슈퍼는 32년째가 되던 2018년 사라졌다. 『성수동 쓰다』는 경동 슈퍼가 사라지기 전에 경동 슈퍼 주인을 인터뷰하면서, 경동 슈퍼가 지나왔던 시간을 기록했다. 32년의 세월을 거쳐 오면서 그 안에는 다양한 역사와 여러 사연이 깃들어 있었고, 『성수동 쓰다』는 그것들을 썼다.

경동 갈비 역시 오랫동안 경동 빌딩과 함께해온 곳이다. 이곳은 본래 갈빗집이던 것을 지금의 사장님이 인수하면서 “30년간 갈비 안파는 갈빗집”이 되었다. 사장님의 사정으로 점심 백반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 되었기 때문이다. 수십 년의 세월을 성수동과 함께하면서, 경동 갈비는 많은 사람에게 추억의 공간이 되었다. 『성수동 쓰다』는 경동 슈퍼나 경동 갈비처럼, 동네에 늘 있기 때문에 특별함을 모르는 공간들을 새로운 눈으로 보게 한다.

4호의 발간사에서 원동업 편집장은 “내가 사는 곳의 일상을, 내가 사는 곳의 문화를 이전과 다른 눈으로 볼 수 있다면, 의미는 그 자체로 충분할 것” 이라고 말한다. 오고 가면서 매일 보는 익숙한 공간들이라도, 그 안에 담긴 이야기들을 알고 보면 새롭게 보이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성수동 쓰다』는 익숙한 공간을 다른 눈으로 볼 수 있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

 

성수동쓰다 4호 - '31년 경동슈퍼 문 닫다' 수록 이미지

▲ 경동슈퍼

 

성수동쓰다 4회 - '31년 갈비 안 파는 갈비집' 기사 수록 이미지

▲ 경동갈비

 

이야기의 소재가 동네에 한정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야기가 반복된다는 느낌이 다소 있다. 동네 잡지라는 정체성으로 인한 특성일 수 있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성수동의 여러 공간을 새로운 관점에서 관찰하고 다양한 이야기들을 발굴하는 것이 관건이고, 주요한 과제일 것이다. □

 


박범기는 문화연구자이자 독립연구자이다. 문화사회연구소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의 문화들에 대해 관심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