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프로그램 진행자 연합 기획방송 (2)

 


[편집자 주] 짧게는 4년, 길게는 7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마을라디오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청취자와 만나온 마을라디오 진행자들이 있습니다. 웹진 마중에서는 이 분들의 공로를 기리고 그간 진행해 오신 방송의 의미를 조명하고자 마을라디오 진행자 4팀이 함께하는 연합방송을 준비했습니다. 마을라디오 진행이 200여 회에 달하는 장수 프로그램의 진행자들과 함께, 가재울라듸오의 장수프로그램 <가재울음악수다방> 봄디의 진행으로 나눈 이야기들을 기사로 갈무리하여 전합니다.


 

[앞선 기사 보기] 마을라디오와 함께, Bravo my DJ Life!

– 장수프로그램 진행자 연합 기획방송 (2)

 

 

[현장 스케치 영상 보기] 

 

[생중계 영상 다시 보기]

 

진행 봄디 (김춘광) 녹취 이경진

사진 황지태 영상 와보숑

생중계 가재울라듸오 장소 동작FM

기획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

 

봄디 / 200회 이상을 지속할 수 있었던 비결을 알려주신다면 무엇인가요?

은반디 / 처음에 동작FM 국장님께서 저희한테 강의를 해주셨어요. 강의를 듣고 첫 녹음을 했는데, 그 때까지도 별 생각 없었어요. 그런데 다음 주도 해야 된다면서 스케줄이 막 잡히더라고요?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둘이서 녹음을 한 거예요. 그렇게 10회를 넘어가는데 발음도 꼬이고, 제대로 못하는 것 같아서 둘이서 “몇 회나 해야 하지? 몇 회까지 할 수 있을까요?” 그러기도 했죠. 그런데 일단 가 보기로 했어요. 물론 시간도 어렵게 내서 오는 거고, 편집하는 것도 힘들지만, 어느 순간 너무 재미있어져서, 이제 건강 챙겨가면서 오래오래 방송 하자고 둘이 이야기 했죠. 이제는 저희가 즐기면서 하고 있으니까, 환갑까지 하자고 그래요.

달의꿈 / 다들 비슷하시겠지만, 뭔가를 오랫동안 하려면 중심에 ‘재미짐’이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좋아하는 책을 읽을 수 있고, 우연찮게 만난 분들과 각별한 사이가 되고 위로도 받고. 또 누군가에게 위로를 줄 수도 있고. 그런 것들이 쌓이다보니까, 우리가 책 읽을 수 있는 나이까지는 하자고 해요.

홍재응 / 저희의 비결은 우직함이죠. 우직함의 우는 소 우. 제가 소띠입니다. 저는 한 번 시작한 건 끝까지 가자는 주의예요.

이명화 / 제가 해보니까, 방송이 재미있어요. 처음에는 이거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한 번, 두 번, 몇 회가 되고 나니까 방송 들은 사람들이 목소리가 참 예쁘다고 해주고, 그러니까 자신감이 붙더라고요. 또 어떤 날은 댓글에 송년회 가서 어떤 노래 부르면 좋을까요, 하시기도 해요. 그런 걸 보고 또 소통하고. 그런 것들이 이제 습관처럼, 매주 월요일은 당연히 방송하러 가서 앉아 있는 것이 돼서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앞으로 언제까지 할 지는 저도 모르죠. 종료하는 그 날까지 최선을 다해서 재미있게 살아봐야죠.

티나 / 저는 청소년에 대한 애정이 동력이었던 것 같아요. 7년 전에 학교폭력이니 하며 아이들을 매도하는 뉴스가 정말 많았어요. 언젠가는 우리 동네 놀이터에 중학교 2학년 쯤 되는 애들이 가로등 밑에 7명 정도 서 있었는데, 미디어에서 하도 떠드니까 그 애들이 무섭게 느껴지는 거예요. 그래서 지나갈까 말까 고민이 되는데, 낯익은 목소리가 들리더라고요. 우리 아들이데요. 그럴 정도로 청소년들에 대해서 너무 매도를 하는 것에 분개한 어른으로서 아이들의 삶과 고민이 궁금했던 것 같아요. 그 당시에는 제가 놀이터를 많이 갔어요. 일진이라고 하는 아이들 아지트가 놀이터니까. 가서 무슨 이야기 하는지 듣는 거예요. 혼자 어깨 축 쳐져서 다니는 아이들 보면 가서 다독거려주고 싶고. 그래서 그런지 방송 하면서 아이들 만나면 너무 좋았어요. 보통 월요일이나 수요일에 방송을 했는데, 일주일의 힘이 거기서 나왔죠. 그래서 제 40대를 <하이파이브1040>에 올인 했던 것 같아요.

 

장수프로그램

▲ <하이파이브1040>

 

봄디 / 말씀을 쭉 들어보니 공통점이 다들 즐거워하신다는 거예요. 얼마 전에 제가 녹음 같이 하는 PD님한테 오늘 방송 참 재미있다고 했더니 깜짝 놀라시더라고요. 200회 넘게 했는데 아직도 재미있냐는 느낌이었는데. 그런데 갈수록 더 재미있어요. 음악 듣고, 진행 하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게.

오늘 대본에 ‘앞으로 계속 방송 할 건지’ 묻는 질문이 있는데, 저는 이렇게 대답하고 싶어요. 첫째 방송국에서 그만 하라고 하면 어쩔 수 없죠. 둘째는 제가 되게 멀리 이사를 가거나 외국으로 가서 물리적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못 오게 되면 하기가 어렵겠죠. 마지막으로 혹시 제가 죽도록 하기 싫어지면 계속 하기가 힘들 거예요. 그런데 지금 생각으로는 너무 재미있어서, 그런 일은 없을 것 같아요.

티나 선생님이 청소년들 만나면 애정이 더 생기고, 더 사랑스럽고 관심이 가는 게, 처음부터 그러지는 않으셨을 거예요. 하면서 더 강화되는 것 같아요. <웰다잉 노래인생>도 하면서 어르신들 보면 부모님들 생각나면서 더 애틋해지고 애정이 넘치고. <골목 안 책방>은 책만 보면 이걸 어떻게 방송으로 할까 싶고. 다들 자기 분야에서 그러면서 더 재미있고 강화가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희 <가재울음악수다방> 작가님이랑 500회 특집까지는 하자고 벌써 이야기했어요. 계산해보면 그게 10년이거든요. 4년도 겨우 했는데 10년 되겠냐, 건강관리 잘 하자 그러죠. 저희는 500회 때는 노래도 직접 부르고 악기도 연주하자면서 기획을 다 했는데… 그 이야기 같이 했던 다른 진행자들 다 나가고 저 혼자 남았지만요. 하하.

 

▲ <음악수다방>

 

봄디 / 새롭게 마을활동가로 진입하신 분들, 마을라디오, 마을방송 할까 말까 고민하시는 분들에게 권유의 말씀 해주신다면요?

달의꿈 / 그냥 일단 해보세요. 하다가 안 맞고 재미없으면 그만 하시면 되고, 맞으면 길게 가면 돼요. 꼭 기억하셔야 할 것은, 마을라디오는 소통이라는 거예요. 음악을 통해 소통하고, 책을 통해 소통하고, 청소년들과 소통하잖아요. 그걸 할 수 있는 채널이 있는 한은 소통해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은반디 / 정말 좋아하는 걸 찾아서 시작하셨으면 좋겠어요. 시작은 고민하지 말고 하시는 게 제일 좋지만, 얼마 안 돼서 문 닫는 방송들을 보며 드는 생각은, 어쨌든 자기가 좋아하지 않는데 이슈처럼 생각해서 접근하거나 유행할 것 같아서 한다면 무척 힘들 것 같아요. 그러니까 가장 좋아하는 것, 내가 좋아하고 나름의 의미를 스스로 부여할 수 있는 것을 딱 하나 찾으면 그 길로 가시면 돼요.

홍재응 / 처음에는 너무나 인기 좋았던 방송들이 지속적으로 갈 수 있는 힘이 없는 경우도 있어요. 순간 반짝하는 것보다는 은근하게 쭉 가면 좋죠. 혼자 가면 못 가요. 같이 가는 게 답이라고 생각해요.

이명화 / 제 경우에는 노래를 안 넣었으면 제가 더 못했을 거예요. 저는 노래라고 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거든요. 밥은 안 먹어도 노래를 하면서 살 거예요. 꿈이 뭐냐고 물으면 노래하는 가수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 아이였어요. 그래서 인생 살며 노래로 뭔가를 한다는 게, 노래 수업도 하러 다니지만, 그게 좋아서 웰다잉도 지금까지 왔어요.

홍재응 / 저도 웰다잉 방송만 하는 게 아니라 관련된 연극도 하고 강사도 하거든요. 웰다잉이라는 콘텐츠가 이 쪽 저 쪽으로 쓰이니까 대본이 곧 강의자료로 쓸 수 있다는 메리트도 있죠.

티나 / 저도 방송을 할까 말까 고민했던 사람 중 한 명이고, <하이파이브1040>은 부모 세대가 자식의 생활을 엿보기 위해 만들었던 프로그램인데 그게 정말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거든요. 그런 방송이 여기까지 해왔으니, 여러분도 열렬하게 애정하는 분야의 콘텐츠 하나 잡아서 한 번 해보세요. 저도 처음에 길게 생각 말고 20회만 해보자 그랬다가 200회까지 온 거예요. 일단 저지르시면 하실 수 있을 겁니다.

 

 

봄디 / 제가 마라톤을 해 보니까 페이스 조절이 참 중요하더라고요. 처음부터 힘을 많이 쓴다고 잘 뛰는 게 아니고, 끝까지 달려갈 수 있는 힘을 아끼면서 나누어 쓸 수 있는 게 중요하던데, 여기 계신 분들은 그걸 잘 하신 분들이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 나눈 이야기들이 우리 마을라디오의 자산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말씀을 드리자니 약간 쑥스럽긴 한데, 저희 같은 시민들이 보수도 없이 순수하게 자원 활동으로 만든, 이 활동들 자체가 우리 사회의 자산인 것 같아요. 센터에서도 오늘 같은 자산화 작업을 많이 해서 우리가 이렇게 풍성한 자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또 남겨져서 후대로 이어지게끔 잘 연결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희가 200회 이상 할 수 있었던 건 다 청취자분들 덕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매니악하게 우리 방송을 들어주신 분들이 있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1번 청취자는 진행자인 여러분일 것 같고요. 저도 제 방송 제가 제일 많이 듣습니다. 우리 서로 서로 방송 많이 들어주도록 해요.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