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동작FM)

  •  ‘마을미디어 리뷰단’은 마을미디어 콘텐츠의 지형을 들여다보고, 마을미디어를 소개하는 작업을 합니다.

 

청소년방송, 하이파이브1040 시작

2012년 겨울, 동작구 여성단체 「좋은세상을만드는사람들」의 활동가인 티나(정수임, 40대DJ)는 동작FM의 ‘우리마을 미디어문화교실’이라는 교육에 참가합니다. 그 이후, 티나는 청소년들을 위한, 청소년의 참여로 제작될 방송을 만들기로 합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동작FM의 장수방송이자 대표적 콘텐츠로 자리 잡은 청소년 방송 「하이파이브1040」입니다. 10대와 40대가 하이파이브 할 수 있는 방송, 마을활동가들이 여러 청소년과 소통하기 위한 채널로서의 「하이파이브1040」은 그렇게 다양한 청소년들을 만납니다. 학교 내 청소년들은 물론, 학교 밖 청소년들까지 그들의 못다 한 이야기,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그렇게 쏟아내기 시작합니다.

 

티나는 여전히 청소년과 방송 중

티나는 종종 청소년 친구들과 함께 나타납니다. 오랜 시간 함께 라디오를 해 온 청소년들은 오랜만에 고향 친구를 만난 듯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는 라디오를 시작합니다.

▲ 동작FM 방송제에 출연중인 녹쿠

2018년 4월, 중3을 맞이한 녹쿠(현재 고1, 홍익디자인고)와 우유(녹쿠의 친구, 게스트)가 방송국을 찾았습니다. 녹쿠는 중1때부터 학교 동아리 친구들과 티나와 함께 라디오를 시작했던 청소녀입니다. 그날은 절친 우유와 함께 동작FM으로 왔습니다. 방송실 불이 켜지고 라디오 녹음이 시작됩니다. 라디오와 마이크가 익숙한 듯 긴장한 기색도 없이 시그널 음악과 함께 시작합니다. 항상 티나와 함께 방송을 해왔던 녹쿠이지만 그날 방송은 처음으로 단독DJ로 방송을 맡았습니다. 우유는 베프답게 게스트 역할을 톡톡히 해냅니다. 하이파이브의 코너인 틴틴팡팡 1부에서는 “봄나들이 떠나요!”라는 주제로, 봄에 가고 싶은 나들이 장소에 대해 그리고, 함께 가고 싶은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요즘 읽고 있는 책을 소개하면서, 최근 본 영화 “곤지암”까지 곁들입니다. 2부에서는 “고민 나눠요!”라는 코너로, 미리 학교 친구들에게 학교 생활에서의 소소한 고민을 받아와서는 나름의 해결방안까지 제시합니다. 그 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느 유명한 만담가들이 떠올랐습니다. 서로 주고 받는 캐미가 그 만담가 못지 않습니다. [하이파이브1040 153회] 녹쿠의 단독 DJ 첫방 #녹쿠 #우유]

2019년 2월, 반가운 얼굴이 찾아옵니다. 티나와 함께 방문한 청소년들은 지윤과 그의 동생, 영민입니다. 지윤(현재 고3, 일산대화고)은 숭의여중 3학년 시절부터 라디오에 참여해 왔습니다. 지윤은 얼마 전 일산으로 이사를 했고 학교를 옮겼습니다. 집이 멀어진 탓에 자주 오지는 못하지만 방학 때마다 옵니다. 티나를 영혼의 단짝이라 부르며, 영화든 음악이든 어떤 주제이든 이야기를 시작하면 찰떡같이 알아듣는 그들의 대화는 듣는 사람에게 더할 나위없는 재미를 줍니다. 라디오를 같이 하다 보니 취향이 닮아가는 것인지 아니면 서로 취향이 같아 마음이 더 통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그들은 서로에 대해 참 잘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지윤(오른쪽)과 영민(왼쪽) 그리고, 티나(가운데)

그리고 올해 고3 수험생이 된 지윤은 수능 공부를 위해 잠시 방송을 쉬기로 합니다. 그래서 자신의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해 동생 영민을 방송에 초대합니다. 오늘 방송 주제는 “자매는 덕질 중~”입니다. 자매가 빠져있는 최애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자매간의 리얼한 사생활을 솔직하게 털어놓습니다. 함께 해온 지난 어린 시절의 추억과 그동안 서로에게 물어보고 싶었던 것들을 쏟아냅니다. 또 올해 입시로 치열하게 살아야하는 고3인 언니와 이제 중2의 무시무시한 시기를 보내야 하는 동생이 어떻게 이 시기를 잘 극복할 수 있을까 하는 현실적인 조언도 나눠봅니다. [하이파이브1040 187회] 자매는 덕질중!! 출연 #티나 #지윤 #영민]

그 즈음, 반가운 얼굴이 찾아옵니다. 티나와 함께 온 친구는 윤지입니다. 작년 수능을 마치고, 대학입시를 무사히 치른 윤지는 “스물을 맞다”라는 이야기로 방송에 컴백합니다. 자신의 꿈을 향해 애써 온 1년의 흔적을 라디오를 통해 말합니다. 그리고 신입생으로 맞는 대학 생활에 대한 기대도 털어놓습니다. 스물 시절이 그리운 티나와 열음PD도 함께 라디오로 들어와 그 설레는 감정에 빠져 봅니다.


▲ 스물을 맞이한 윤지(오른쪽)와 티나(왼쪽)

스물에 꼭 하고 싶고 해야만 하는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 찐한 연애도 해보고 싶고, 동아리 활동도 푹 빠져보고 싶다. 먼 여행도 다녀오려면 알바도 해야 하는데, 이 많은 것을 언제 다 해 볼 수 있을까? 지나온 시절을 그리워하는 40대 티나와 30대 열음PD, 그리고 갓 스물이 된 윤지의 이야기는 마이크를 타고 그렇게 녹아내립니다. [하이파이브1040 188회] 컴백_윤지편_스물을 맞다. 출연 #티나 #지윤 #열음PD]

 

소소한 일상을 라디오와 함께 나누는 청소년들

2018년 봄, 청소년들이 라디오 교육을 위해 동작FM에 모입니다. 사당동의 남성중 1학년과 상도동의 국사봉중 2학년, 7명이 함께 교육을 받았습니다. 학교와 학년이 서로 다르다보니 처음에는 무지 어색했습니다. 매주 모여 라디오 주제를 정하고 녹음을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모여 방송을 하다 보니 어느새 서로가 서로를 만나는 재미에 빠져 사당동에서 방송국까지 꽤 먼 거리였음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방송국을 찾아왔습니다. 일상적인 학교생활 “학교급식, 최고의 메뉴와 최악의 메뉴”, 선생님과 친구들의 이야기인 “우리도 말할 수 있어요. 선생님이 이상해”, 청소년들이 최애하는 웹툰, 청소년의 사랑과 연애, 우리동네 이야기, 방학을 즐기는 방법 등 자신들의 소소한 일상을 그렇게 만들어 갑니다.

 

언제나 당당한 청소녀들

▲ 상도동 국사봉중학교 청소녀들

그러면서, 국사봉중 3학년인 한나와 지예는 자신들의 친구들을 불러 모으기 시작합니다. 연서와 의진이 합류하고, 주변 친구들을 게스트로 초대합니다. 뷰티에 대한 나름의 식견도 가지고 있는 이 청소녀들은 화장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화장하는 청소녀를 바라보는 어른들의 불편한 시선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도 자신들의 화장 비법을 당당히 공개하기도 합니다. 또, 좋아하는 뷰티 유튜버를 소개하고, 자신들이 화장하는 이유에 대해 스스럼없이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학교시험을 마치고 라디오를 하러 오게 되는 날에는 그녀들의 성적은 모두 공개됩니다. 공부를 해야 하고 잘하고 싶기도 하지만 공부로 인해 상처 받지는 않습니다. 새 학년 새 학기가 되면 헤어질 친구에 대해 아쉬워하지만 새롭게 사귀게 될 친구에 대한 호기심도 보입니다. 좋은 선배와 나쁜 선배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도 자신은 후배들에게 좋은 선배가 되길 바래봅니다. 요즘 핫한 게임에 대해서는 자신의 소견까지 겸해서 말할 줄 압니다. 첫 야동을 보게 된 계기도 공개한 “청소년이 말하는 수상한 문화” 방송은 그녀들의 솔직함이 그대로 묻어난 방송이기도 합니다. [하이파이브1040 181회] 소녀들의 메이크업 #국사봉중 #청소녀 #한나 #지예 #연서 #의진]

 

동네 친구들과 라디오하는 즐거움

남성중학교 3학년인 장문과 준호, 행운이가 주축이 되어 동네 친구들을 게스트로 초대하며 라디오를 하러 옵니다. 유아 시절부터 같이 살아온 동네 친구들인 그들은 “청소년 맛집은 역시! PC방 음식!”이라고 외치기도 하고, 집에서 혼자 노는 방법, 좋아하는 웹툰과 요즘 꽂혀있는 취미에 대해서 말하기도 합니다. 처음부터 장난으로 시작해서 장난으로 끝나듯 말하지만 진지하게 라디오를 즐기면서 서로에 대해 더 깊이 알아갑니다. 가끔 진로에 대한 고민도 친구들과 나누면서, 친구들을 더 이해하게 되고, 사이도 돈독해 지는 것 같습니다. 친구들과 라디오 하러 오는 그 시간이 꽤 즐거워 보입니다. [하이파이브1040 180회] 청소년이 좋아하는 동네음식 #남성중 #장문 #준호 #행운]

 

청소년, 그들만의 특별한 이야기

▲ 사당동 남성중 청소년들

요즘 청소년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또 그들의 관심사가 궁금하다면 라디오를 들어보면 도움이 됩니다. “요즘 청소년들은 왜 그래?” 라고 이야기하기 전에 라디오를 들어본다면 그들의 세계를 이해하게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동작FM에는 종종 청소년들이 라디오 체험을 위해 선생님 혹은 부모에게 이끌려 방송국에 찾아옵니다. 그 친구들에게 방송이 하고 싶다면 언제든지 오라고 친절히 안내해 줍니다. 그러나 그렇게 오는 친구들은 극히 드뭅니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생각처럼 그렇게 쉽게 오게 되지는 않는 모양입니다. 이곳 방송국에 라디오를 하러 오는 청소년들은 그만큼 특별합니다.

▲ 라디오 기획 회의 중인 남성중 청소년들

동작FM에서는 청소년들이 자신의 이름을 건 콘텐츠를 기획하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동작청소년문화의집 청소년운영위원회에서 참가하고 있는 「청라면(청소년이 라디오를 한다면)」처럼, 또 초등학생이 만들고 있는 「슬기로운 초딩생활」처럼 별도의 방송을 만들고 싶어 합니다. 남성중3 청소년들이 자신들만의 방송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기획회의를 하고 있습니다. 라디오 콘텐츠를 만드는 이유을 물어봤습니다. 올해 중3이다 보니, 내년에는 서로의 다른 진로 때문에 친구들과 헤어져 진학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되면 서로 자주 못 만나게 될 테니 라디오에서라도 만나려고 한답니다. 여기에서 살짝 공개하자면 그들의 방송 콘텐츠는 “응답하라 2004”랍니다. 2004년생으로 이뤄진 친구들이거든요.

2019, 동작FM 제1회 청소년방송제 열다

▲ 동작FM 제1회 청소년 방송제, 사당청소년문화의집 사청나래에서

2019년 5월, 동작FM에서는 처음으로 청소년DJ가 한자리에 모이는 청소년 방송제를 개최하였습니다. 라디오 방송을 하러 청소년들은 종종 방송국을 찾아옵니다. 그런데 한번도 서로가 서로를 마주해 본 적은 없습니다. 자신의 이야기만을 쏟아 내고는 돌아가 버리기 때문이죠. 그래서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마련해 보았습니다. 도대체 어떤 친구들이 방송을 하러 올까 서로를 궁금해 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라디오를 하는 이유를 청소년들에게 물어보았습니다.
“나의 5%를 채워주는 라디오”라네요~ 저는 이 청소년들이 만들어 갈 다음 세상이 참으로 궁해지는데요.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


[필자 소개] 김민정

동작FM에서 마을미디어 활동가로 여러 청소년·청소녀들을 만나고 있다. 「하이파이브1040」에서 청소년들이 라디오 방송을 할 수 있도록 이끄는 역할을 하다 보니 청소년들을 많이 만나고 있다. 그래서 청소년들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는 착각 속에 빠져 행복해하며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