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민 (성북동천 총무, 마을미디어 리뷰단)

 

동별로 돌아가며 동네 사람들을 만나 말을 듣고 나누며 정리한 이야기를 싣는 마을잡지가 있습니다. 동대문구 문화플랫폼 시민나루 협동조합이 발행하는 「인터뷰, 마을이음」(잡지제목)입니다. 구에서 활동하며 구 전반을 다루는 매체도 보았고, 동 단위 매체도 보았지만 구 안의 동들을 돌아가며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활자형 매체를 적어도 저는 처음 만나보았습니다. 2019 마을미디어 콘텐츠 리뷰단, 활자형 매체 콘텐츠 Pick 첫번째로 꼽은 이유입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 무엇을 위해 그리 했는지 궁금했고 무엇보다 그렇게 해서 담은 이야기들이 궁금했습니다.

 

 

 

 

 

▲ 2호 (2019. 3. 15) 두번째 이야기, 청량리의 재발견

▲ 3호 (2019. 6. 30) 세번째 이야기, 임금의 경작지 ‘전농(적전)’ 주민들이 일구어가는 전농동으로 일군다 

 

 

2018년 12월 10일 창간호 발행을 시작으로 2019년 3월 15일 2호, 그리고 가장 최근이 동년 6월 30일 3호까지 반기별로 한 호씩 꾸준히 발행해내고 있는 「인터뷰, 마을이음」은 호에 따라 빠진 코너도 있지만 [마을(시장) 지도], [발간축사/발간사/편집인의 글], [당신이 몰랐던 우리동네 소소한 역사], [모이고, 많아지고/움직이고, 달라지다], [동네이슈, 있슈~], [동네에서 함께 놀고, 즐기고, 배울 곳], [우리동네 돈키호테], [우리동네 인생술집] 등의 코너를 기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창간호가 동네 주민 개개인에게 초점이 더 맞추고 있다면 2호는 동네에 소재한 기관이나 단체에서 활동하시는 분을 중심으로 기관, 단체까지 시야를 확대하여 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3호는 주민자치회를 중심으로 다루면서 동시에 동네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주민에게 주목하고 있습니다. 오랜 기간 통반장으로 역할하셨던 분들의 인터뷰도 매호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데요, 동네 곳곳 삶의 현장에서 지나칠 법 하지만 정작 이야기를 나눠볼 기회는 별로 없을 분들을 찾고 찾아가는 편집진과 인터뷰어의 힘이 크게 느껴집니다. 무엇보다 지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꼼꼼하게 듣고 모아서 공유하는 역할에 충실한 매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 “통장님 없으면 못살아, 이사 갈 거면 나도 데리고가” (3호 당신이 몰랐던 전농동의 소소한 역사, 4~6p)

 

30년 정도로는 어디서 명함도 못내미는 것처럼 말씀하시는 주민들의 이야기를 읽는데 몇 십여년을 한결같이 살아온 동네의 터줏대감은 어느 곳에나 있고, 지역에서 오래 머무른 시간 만큼 깊고 다양한 삶의 경험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이 남기는 여운과 영감은 지역의 경계를 뛰어넘어 보편적인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휘경원(창간호)이나 홍릉(2호), 전농(3호)에 관한 글을 읽으며 지역의 역사를 보여주는 문화재, 거기에 얽힌 구전들도 내용만 다르지 마치 제가 사는 동네의 어느 어르신이 들려줄 법한 이야기로 느껴졌습니다. 서울이란 도시엔 어쩐지 역사도 근본도 없는 것 같지만 어쩌면 우리가 발딛고 서 있는 이 땅에 켜켜이 쌓여있는 시간과 이야기를 발견하기 어려운 것은 우리가 그런 서울에 살고 있기 때문에 아니라 서울을 제대로 들여다볼 여유 없이 살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싶습니다. 「인터뷰, 마을이음」은 2019년 8월 현재 서울, 특히 동대문구에서 살아가는 시민들에게 자신이 사는 곳을 들여다보고 살펴볼 여유를 통해 삶의 터전으로서의 마을과 시민-나 사이를 이어주는 매개의 역할을 자임했고, 잡지를 읽는 내내 누구보다 충실히 그 소임을 다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눈여겨 보았던 콘텐츠는 두말할 나위 없이(?) [우리동네 인생술집] 인데요. 이건 정말 애정하지 않을 수 없는 코너이고, 읽는 내내 당장이라도 가고 싶은 열망에 엉덩이가 들썩였습니다. 원고 다 쓰고 내 반드시 저곳을 가보고 말리라 다짐했는데요, 구글링을 하거나 네이버검색을 통해 추천받는 그런 맛집이 아니라 그 동네에서 30년, 50년 사신 분들이 종종 외식할 때 가신다는 그런 곳에 대한 정보를 구글과 네이버와 같은 인공지능 검색엔진 따위가 알려줄 수는 없겠지요. 배경과 맥락을 알게 된다는 것은 이토록 강력한 힘이 있습니다. 바이럴 마케팅이 감히 흉내낼 수 없는 스토리텔링은 서사가 만들어지고 받아들여지기까지 충분한 시간을 필요로 하지만 사람들이 스스로 움직이게 만든다는 점에서 사람, 관계, 그 위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는 마을잡지가 얼마나 단단하고 탄탄한 힘을 가질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이 코너가 아니더라도 인터뷰 과정에서 언급되는 맛집들도 있으니 꿀 정보만 쏙쏙 골라내고자 인생맛집 코너만 읽어보려는 얕은 마음 드신 분은 그 마음 바로 내려놓으시고 시작부터 끝까지 꼼꼼하게 정독하셔야 합니다.)

 

 

▲ 반드시 가고 말거야, 남원통닭 (2호 우리동네 인생술집, 25~26p)

 

“여기에는 ‘우리가 몰랐던’ 우리 동네가 있고 역사가 있고 독특한 인생관이 있다. (중략) 우리는 어떤 대중매체에서도 전하지 않는 이런 우리 동네의 ‘진짜 뉴스’를 전달하고 싶었다. 우리 동네 사람들이 ‘집값’이 아니라, ‘주변의 서로’에게 더 관심을 가지고 ‘서로와 이어져 있음’을 느끼게 하고 싶었다.”

─ 창간호 발간사 中에서 (2p)

 

이 땅에 있었던 그 어느 시대보다 ‘나’의 존재가 중요하다고 이야기되는 세상이지만 여전히 시민 개개인의 삶과 그 안의 이야기에 귀기울이는 것은 드문 경우입니다. 지상파TV, 종편채널, 주요일간지 등 우리를 둘러싼 유력 매체들은 늘 내 삶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 세상이 중심부라 일컫는 곳에만 스포트라이트를 비추고 그들의 이야기를 먼저 주목하며 내가 발딛고 살아가는 곳은 변방으로 치부합니다. 그들이 그럴 수 있고 그래도 되는 힘은 무엇으로부터,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요? 우리 스스로 그들을 바라봐주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여주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힘이고 권력 아닐까요? 그렇다면 우리의 시선이 우리 자신을 향하지 않고 그곳을 향해 있는 한 우리가 서있는 곳은 언제까지나 변방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 “아무도 내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지 않아 – 근데 저기선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야?”
내 이야기에 가장 귀기울이지 않는 것은 어쩌면 자기 자신일지도 모릅니다.

 

제목처럼 인터뷰를 통해 마을을 잇는 「인터뷰, 마을이음」은 마을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이 스스로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말을 걸고 묻는 작업입니다. 이 꾸준한 작업은 언젠가 펜로즈의 계단에 갇혀 다른 곳을 보고 남의 이야기만을 들었던, 그리하여 스스로 변방의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었던 거대도시 속 지역사회와 그곳에서 살아가는 소시민들을 주인공으로 다시 위치시키는 소중한 첫걸음으로 기억될지도 모릅니다.

 


「인터뷰, 마을이음」은 인쇄물로서는 물론 인쇄물이 갖는 공간적 한계를 넘어 컨텐츠를 더욱 가치있게 만들어 주는 멀티플랫폼 srook(스룩)을 통해 웹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토록 세상 따뜻한 여정에 한 발 내딛는 것이 즐겨찾기 하나로 간편하게 될 수 있는 세상입니다.

▶ http://srook.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