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지난 7월 17일 열린 2019 마을미디어 활동가학교 <우리 마을 이슈 콘텐츠 만들기 프로젝트> 4강에서는 ‘지역언론으로서의 마을미디어’라는 주제로 은평시민신문 박은미 편집장의 강의가 진행되었습니다. 더 많은 마을미디어 활동가들과 이야기를 나누고자 속기록을 기사 형태로 정리해 웹진 마중에 싣습니다.


 

 

발표 / 박은미 (은평시민신문 협동조합)

속기 및 정리 / 김푸른

 

마을미디어가 2012년 주민들이 이야기를 꺼내보자는 취지로 시작됐는데, 이야기를 하다보면 같이 고민해야 할 부분이 항상 있거든요. 수다로 멈추지 말고 동네에서 고민할 걸 꺼내보면 그게 이슈고 콘텐츠가 되는 거예요.

 

엄마로서 마주한 문제, 바로 은평구의 문제였다

제 이야기를 들려드리는 게 하나의 예시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은평에 산 지 15년이 되었는데 큰 아이가 7살, 둘째가 돌 안 되었을 때 은평으로 이사를 왔어요. 동네에 구립 도서관이 하나 있는데 너무 좋아서 근처에 집을 얻었어요. 당시에는 아이가 학교를 가면서, “세상에 이 보다 좋은 엄마는 없다!”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좋은 엄마 콤플렉스 같은 건데, 학교 다녀온 아이 간식 챙겨주고 그러는 막연히 좋은 엄마를 상상한 거죠.

그런데, 아이가 입학 후 가정통신문을 받아왔는데 급식통지서였어요. 거기 아이 이름이 적혀있고, 해당 날짜에 엄마가 고무장갑이랑 앞치마 가져와서 청소를 하라는 거예요. 근데 이건 좀 아닌 거 같고, 당연하다는 듯이 그런 일을 하라고 하니까 하기 싫더라고요. 그러다 한겨레신문에서 우연히 ‘어머니 급식당번 폐지를 위한 모임’ 카페를 봤어요. 지금은 국회 보좌관으로 계시는 그 선생님을 만난 게 터닝포인트였죠. 전 하던 일을 정리했고 ‘좋은 엄마’로 살려고 했는데, 그 모임에 가보니 생각보다 급식당번에 갈 수 없는 분이 많았어요. 장애가 있는 엄마, 한부모 가정 등 하고 싶어도 급식당번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사람들이었어요. 15년 전 그 때 가족의 다양성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엄마-아빠-아이로 이루어진 4인 가족, 저도 무의식중에 만들고 싶어했던 그런 가정은 실제로는 거의 없구나. 그런 것들이 저한테 충격이었어요. 그렇게 부당함에 대응하여 소심하게 글을 쓰고, 활동을 하고, 뭔가를 하기 시작했어요.

또, 첫째와 둘째를 키울 때 빌라 꼭대기에 살았는데 베란다가 허술해서 아이에게서 눈을 뗄 수 없는 게 스트레스였어요. 몇 시간이라도 어린이집에 보내야겠다 싶어 보냈는데 어린이집이 3개월간 영업정지로 문을 닫게 되었어요. 원장이 뭔가를 잘못했는데 피해는 학부모와 아이들이 보는 거예요. 직장 다니는 엄마들은 난리가 났고, 대책위를 꾸렸어요. 그 중 ‘강한 언니’가 한 명 있었는데, 구청장실에 찾아가자고 하더라고요. 애들은 어린이집 보내고 구청장님 만나서 “뭐예요?” 막 이러고(웃음).

그러다 이게 그 어린이집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당시 국공립보육시설 비율이 서울시 기준 10%인데 은평구가 5%정도 밖에 되지 않았거든요. 결국 국공립 어린이집을 확충해야 하는 문제인거죠. 특히 은평구는 주거지역인데. 이런 훌륭한 결론을 가지고 싸움의 내용이 바뀌었어요. 이후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을 요구하는 시위를 했어요. 근데 덜덜 떨리고 너무 무섭더라고요. 권리를 행사해본 적이 없잖아요. 돌아가면서 피켓팅을 해도 혹여나 해코지 당할까 불안하니까 쫓아가고 그랬죠. 국회의원실도 찾아가고, 그때 구의원이 뭔지도 처음 알았어요. 공부를 많이 한 시간이었고, 재밌는 아이디어로 집회도 했어요. 애들 옷을 청바지에 흰 티로 맞추고 국공립 어린이집을 확충하라는 스티커를 붙이고, 애들을 구청에 풀어놓으니 막 뛰어다니고(웃음).

그 두 개 사건이 신문을 만나게 된 계기입니다. 뭔가 문제가 있다는 걸 알았고 하고 싶은 얘기, 할 얘기가 있어서 글을 조금씩 쓰기 시작했어요. 지금 보면 글이 형편없어요. 지금은 제가 편집장이니까 예전에 썼던 글을 지울 수 있어서 지우고 싶지만(웃음) 이미 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시간과 과정을 거치면서 동네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이 키워드들은 제가 썼던 것들이에요. 집에 말벌이 날아다니고, 아토피 약이 너무 비싼 거, 어린이집이 방학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글을 쓰고 뭔가를 만들어내고 고민거리를 찾다 보니 일상이 예전과 달라 보이고 모든 게 다 글감이 되는 경험을 하게 되죠. 글을 쓰겠다고 하고 주변을 보다보니 다양한 문제들이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의 문제라는 걸 실감했어요. 내가 마음 수행한다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라는 거예요.

 

내 삶에서 발견하는 마을 이슈 기사, 함께 보기

👉[기사1] 노점관리 의지없는 은평구청 http://www.ep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16697

그 이후에 만난 사건들입니다. 연신내에 지하철역에서 나오면 노점이 쫙 있어요. 포장마차는 저에게도 낭만적인 장면이고 생계와 직결되는 것이기 때문에 협력할 수 있는데, 도를 지나친 거죠. 제가 재봤는데, 인도의 72%를 노점이 차지하고 나머지 28%엔 가게에서 나온 물건이 있는 거예요. 사람 한 명이 겨우 지나갈 수 있어서 휠체어를 탄 사람 등 교통약자들은 지나갈 수도 없었어요. 테이블이 차도, 자전거 도로까지 내려와 있는 건 너무 위험하잖아요. 차가 쌩쌩 다니는데 안전 부스도 없고 아수라장인거예요. 불안하고. 그래서 이에 대한 보도를 했었고요,

 

👉[기사2] 저희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http://www.ep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16585

이 분은 세월호 민간잠수사 고 김관홍 님이에요. 이 분이 느꼈을 답답함과 암담함이 전해지니 글을 쓰다가 눈물이 나더라고요. 생전에 몸도 병들고 트라우마도 심하고……. 가장 마음이 아팠던 건 길을 가다가 중고등학생들이 지나가면 주저앉으셨다는 거예요. 집에도 안 가려고 하셨대요. 아이가 셋이 있는데 자기 아이를 해코지할지도 모른다는 감당할 수 없는 불안감 때문에요. 이 얘기를 왜 하냐 하면, 김관홍 잠수사에 대한 기사는 많은데 대부분 사건 중심의 기사거든요. 바로 내 옆에 있는 사람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접근하는 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이게 마을미디어의 장점이라고 생각하는데, 같은 동네 주민으로 바라보면서 취재하고 글을 쓰고 인터뷰하는 과정은 친밀감이 다르다는 걸 확실히 알게 되었어요.

 

👉[기사3] 군대에서 축구한 얘기, 조리원에서 젖 짠 얘기 http://www.ep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16598

이 기사는, 요즘 젠더 이슈가 많잖아요. 아이를 낳아서 모유수유를 하는 친구가 있는데 익숙해질 때까지 이보다 힘든 일이 없을 정도로 힘든 일이에요. 힘들면 분유 줘도 되는데 모유를 줘야 한다는 게 신화 같은 거죠. 너무너무 힘이 드는 일이고 이 고통을 많은 여성들이 느꼈을 텐데 어째서 군대 있을 때 축구한 이야기보다 생소할까요. 장애 관련 이야기를 전하더라도 제가 장애 문제를 취재해서 쓰는 거랑 당사자 분이 전하는 거랑 달라요. 당사자 스스로의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게 마을미디어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사4]  7대 은평구의회 의장 업무추진비 사용 중 89%는 밥값 http://www.ep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15056

👉[기사5] 연수와 외유 사이 http://www.ep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3945

의원들 업무추진비의 89%가 식비라는 걸 취재했어요. 해외연수도 도마에 많이 오르는데 왜 도마에 오를까요? 일각에선 의원들을 봉사로 돌려야 한다고 하시는데 의원도 생계가 보장이 되어야 하잖아요. 근데 왜 자꾸 시비를 걸까. 제가 내린 결론은 불신인 거 같아요. 권한을 준 만큼 의미 있게 쓰지 못하니까요. 2014년도에 은평구의회에서 나온 보고서를 검색하고 표절 검색기까지 돌려봤는데, 전년도 안동시의회 보고서를 베꼈더라고요. 문장 중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구민들의 삶의 질 향상’으로 바꾸는 정도. 저는 의원들이 해외연수를 가는 것 자체를 반대하지 않아요. 필요한 건 배워 와야 하는데, 적어도 주제를 정해서 가야죠. 그리고 다녀와선 의원이 아니라 직원이 보고서를 써요. 그리고 그 보고서는 아무도 안보고. 직원이 여행블로그 긁어서 대신 보고서를 쓴 건데, 그건 의원들 잘못이에요. 뉴스 검색해보니까 구정 질문도 베껴서 했더라고요. 안동시의회에서 한 걸 내용을 똑같이 가져와서.

 

👉[기사6] 교육환경 개선 위해 한 목소리 http://www.ep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475

여긴 ‘똥 쌀 권리 보장’이라고 적혀있고, 들고 있는 건 요강이에요. 동네에 충암고등학교가 있는데 사학비리로 논란이 되었던 곳이죠. 화장실이 학교 건물 1층에 하나밖에 없었어요. 학생들이 화장실을 가지 못하다가 시위까지 하게 된 거죠. 그리고 중앙 출구가 없고 막아서 법인 사무실로 쓰기도 하고. 학교 시설 보수 관련 비용에 비리가 있었던 거예요. 학생들이 우스갯소리로 전쟁나면 학교가 더 안전하다고, 이미 폭격한 줄 알고 폭격 안하고 지나갈 거라는 소리도 하고 그랬어요. 아무튼 이런 시위 등을 통해 현재 임시이사가 파견되게 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중앙 언론은 큰 사안만 보도하는데, 우린 동네 일이니까 작은 일들도 구체적으로 보도하는 거죠. 이런 일들은 은평구가 후져서 그런 게 아니고, 다른 곳도 비슷할 거라고 봐요.

서울에서 마을미디어 활동이 중요한 이유는, 서울은 모든 게 몰려있지만 자치구 내에서의 미디어 활동들이 없고 주요 일간지 중심이죠. 민언련은 전국단위 활동을 하지만 각각의 자치구에서 활동하는 지역신문들을 들여다보는 건 없죠. 비어있는 공간이 많아요. 예를 들면 은평구가 한 해 예산이 7천억인데 잘 쓰는지 감시할 주체가 없어요. 마을미디어가 이런 역할을 꼭 해야 한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놓쳐선 안 될 주제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지방선거, 마을미디어의 유일무이한 역할

내년에 총선입니다. 지역에서 당을 중심으로 난리들이에요. 벌써 수를 두는 모습들이 보여요. 선거는 드러나는 과정인거죠. 국회의원 선거에 비해 지방선거에서 마을미디어가 할 수 있는 게 많은 거 같아요. 작년 지방선거 은평의 경우 구의원 19명, 시의원 4명, 구청장을 선출했는데, 선출자가 그 정도면 후보자는 그 몇 배잖아요. 모두 다루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선거관련 보도인데, 지방선거에서 은평구의 민심은 적폐청산이었고, 지방선거 최종 투표율은 57.7% 였어요. 은평구에 48만 명 정도가 사는데 약 50만 명이니까 그 10%인 5만 명의 목소리를 담아보고, 은평구 후보자 지도도 만들었어요. 구의원들은 다 만나볼 수가 없어서 이메일로 질문지를 보냈어요. 질문지를 보내고 전화를 했는데 요즘 세상에 어떤 분은 팩스로 보내달라고 하더라고요(웃음). 이런 일들이 다 기삿감이 되고 칼럼처럼 기사를 썼어요.

구의원 토론회도 진행했는데요, 저는 이 사람들이 모여서 토론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마을미디어가 할 수 있는 역할, 동네의 문제점이 뭔지 시민들이 뭘 원하는지 그 문화가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비생산적인 논쟁에 극단적으로 부딪히는 건 손해 같아요. 민주주의가 잘 자리 잡은 나라일수록 극단적인 논의는 줄어들고, 다양한 논의가 곳곳에서 이루어지잖아요.

마을미디어가 이런 임무를 부여받은 분들이고 이를 잘 수행하기 위해선 재정구조 정비가 중요해요. 이런 역할은 상품으로 판매하기 어려운 공공의 역할이고, 시장경제에 맡기긴 어려워요. 후원금 모금도 하시겠지만 그걸로 충분하지 않고 적절한 제도로 만들어서 지원하는 게 필요합니다. 마을미디어와 관련한 제도적 정비에도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