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웅(강북FM 총괄PD)

 

**2019 마을미디어 대중특강 <동네에서 저널리즘>은 마을미디어 유튜브채널에서 강연 전체를 다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SsoV1W9s5SA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이하 센터)에서 2019년 첫 번째 마을미디어 특강을 ‘동네에서 저널리즘’이란 제목으로 준비했다는 공지를 접하고 흥미를 느끼며 참가 신청을 했다. 그리고 저널리즘이라는 말을 들으면 보통 어떤 단어가 떠오르나 생각해봤다. 탐사보도, 특종, 기자정신, 심층취재 등등.. 주로 취재나 기자와 관련된 단어가 떠올랐다. 그렇다면 마을미디어에게 커뮤니티 저널리즘은 과연 어떤 의미일까? 각 지역에서 7, 8년째 활동하고 있는 마을미디어는 언론의 역할과 기능을 수행하고 있나? 그렇다면 마을미디어 활동가는 ‘동네 기자’라고도 할 수 있을까? 동네에서 저널리즘은 기존의 저널리즘과 무엇이 다르고 또 같을까? 마을미디어는 저널리즘적 측면에서 볼 때 지역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등등의 질문과 고민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리고 이러한 질문들의 답을 찾는데 유용한 실마리를 얻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안고 특강 장소로 향했다.

 

불신받는 자유로운 언론의 사회 지배

 

강연자인 채영길 교수(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는 “사전에 참여 신청을 해주신 분들께서 사례 중심으로 소개를 해주셨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많이 주셨다. 하지만 커뮤니티 저널리즘은 전 세계적으로도 아직 가장자리에 위치한 저널리즘이다, 가장자리에 위치했다는 것은 여전히 유동적이고 고정적이지 못하다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사례 중심의 진행이 어떤 의미가 있을지 고민이 됐고 가장자리에서 무언가를 함께 만들어갈 수 있는 공통적인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준비했다”는 이야기와 함께 강연을 시작했다. 커뮤니티 저널리즘이라는 개념이 세계적으로도 가장자리에 있는 개념이라고 하니 쉽지 않은 고민을 던져주겠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우리에게만 낯설고 생소한 개념은 아니구나 하는 이상한 안도감(?)도 들었다.

강연은 로이터 등 국내외 조사 결과를 통해 드러난 것처럼 한국 언론 신뢰도가 세계적으로 최하위 수준이며 또한 낮아지는 추세라는 점을 언급하면서 우리나라 저널리즘의 현실에 대한 비판적인 이야기로 시작됐다. 또한 해당 조사에서 신뢰도 1위를 기록한 핀란드의 경우, 강한 지역 언론과 공영 미디어 그리고 정치적 양극화의 정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강연을 맡은 채영길 교수(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이를 우리나라의 현실과 비교해보면 한국 언론의 신뢰도가 왜 그리 낮은지 알 수 있는데, 첫 번째로 지역언론과 공영 미디어가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점점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되는 우리나라 상황을 언론이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행태를 보인다는 것이다. 이는 미디어에 대한 태도와 시선의 양극화를 수반하고 공통의 사회적 가치를 약화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공통의 토대가 약화되는 현상은 내가 보고 언급하는 뉴스만 믿겠다는 생각을 강화해 정치적 성향에 따라 각자의 공론장을 형성하고 확장하는 시스템을 만들게 된다. 강연자는 이를 불신받는 자유 언론의 사회지배라고 표현했다.

또한 신문 열독율은 낮아지고 있지만 결합 열독율은 높아지는 추이를 보면, 언론 신뢰도는 낮아지고 있지만, 뉴스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전통적 매체 대신 인터넷 매체를 통한 뉴스 소비가 증가하고 있는 것인데, 최근 유튜브 등을 통한 가짜 뉴스의 확산이 큰 문제가 되는 것을 보면 인터넷을 통한 뉴스 소비의 증가도 정치 성향 별로 분리된 공론장을 형성, 강화하는 데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저널리즘의 현실에 관한 강의 자료 중 <뉴스 보도 관련 언론이 개선해야 할 문제> 조사 결과가 흥미로웠다. 왜곡 및 허위보도, 권력과 유착된 보도 태도,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보도 등 기존에 회자되던 문제도 있었지만, 국민의 입장보다 언론사의 이익을 보호하려는 태도를 반영한 항목이 상위권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 조사 결과는 언론은 불편 부당하고 객관적인 사실을 전달할 것이라는 국민들의 신뢰가 깨진 것은 물론이고 우리나라 주류 저널리즘이 배제를 통해 작동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나와 타자와의 관계에서 나의 이익을 무엇보다 앞세우는 사회적 분위기에 저널리즘조차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주류 저널리즘이 사회적 현안을 다룰 때 바람직한 해결 방안을 모색하려고 접근하기보다는 자신들의 기득권과 이익을 지키기 위해 특정 집단의 목소리를 과다하게 대표하거나 일방적인 접근의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드러난다. 그렇다면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삶의 방식이 중앙정치에 긴박해 있고 노동과 삶에서 ‘소진된 이웃들’과 마을 저널리즘을 이야기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고 무엇을 바꾸려는 노력이어야 하는지 고민하게 만드는 지점이었다.

▲<동네에서 저널리즘> 특강 현장

 

저널리즘, 하나의 사회적 제도

 

강연은 전통적 저널리즘의 개념, 저널리즘과 지역의 관계, 저널리즘과 공동체의 관계 등으로 이어졌다. 교과서에서 소개하는 전통적인 저널리즘의 개념은 객관적인 뉴스나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자유와 자치를 위한 정보를 제공하는 일’이다. 그리고 저널리스트는 자신을 과학과 권위, 효율성, 진보주의 개혁 운동에 부합하는 집단으로 위치 지우며 ‘저널리즘의 공동체’를 형성하려고 하는데 이를 위해 주체와 타자 사이의 거리 두기, 타자와의 자리바꿈의 일시성, 분석을 위한 파편화 등이 수단으로 동원된다. 아울러 공론장에서 단지 공적인 대화를 위한 공동의 규범으로 규정되는, 유대감이 없는 상호작용인 공중과 유대감에 기반한 공동체의 차이를 언급하며 시민과 공중, 공동체의 특징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을 저널리즘에서는 공동체를 완전히 새롭게 규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연자가 기존 저널리즘과 지역, 공동체의 관계를 이야기하며 가장 강조한 지점은 거리 두기라고 생각한다. 언론은 최대의 수용자를 겨냥하는 게 아니라 가장 부유한 수용자들을 목표집단으로 겨냥하기 때문에 지역은 배제된다. 그리고 객관주의와 불편 부당성, 전문직주의 등을 통해 저널리즘이 전문직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거리 두기는 공동체와 관계를 단절하는 상황을 가져온다. 기존의 저널리즘은 공동체의 밖에서, 타자로서 공동체를 바라봐왔다. 즉, 저널리즘의 세계와 마을의 세계가 완전히 분리된 상태에서 타자로서 마을을 바라봤다는 것이다. 이의 극복을 위해 타자와의 자리바꿈이라는 시도를 할 때도 있지만 결국 일시적이고 일회적이라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지역에서 볼 때 기존의 저널리즘은 좁히거나 없애기가 불가능한 거리, 주체와 타자라는 위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소재만 바꾼다고 마을 저널리즘, 커뮤니티 저널리즘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저널리즘은 하나의 사회적 제도이고 저널리즘과 공동체의 관계가 사회적 변화에 따라 달라져 왔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마을공동체 활동이 사회를 변화시키려는 시도이고 과정이라면 이에 걸맞은 저널리즘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채영길 교수(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마을저널리즘은 새로운 마을을 조직하는 것

 

이어서 사람들에 대한 근접성과 마을을 대표하고, 강화하고, 구성한다는 마을 저널리즘의 일반적 특징을 소개하고 이슈를 다루거나 콘텐츠를 만드는 과정에서 총체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 이분법적인 접근을 넘어 마을과 주민에게 초점이 맞춰진 콘텐츠가 분류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점, 공동체를 새로 만들어내는 것은 새로운 정치 규범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측면에서 마을의 정치에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 등 마을 저널리즘을 구성하는 특징적 요소들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강연자는 거리 두기를 다시 한번 강조한다. 마을 저널리즘은 타자와의 거리라는 측면에서 기존 저널리즘의 개념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줄어드는 타자와의 거리를 통해 다른 사람과 함께 자신을 대표한다는 개념이 생겨나고 가까워진 거리감이 마을 저널리즘의 내용과 방식을 결정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마을저널리즘의 개념은 시민의 자유와 자치를 위한 정보를 제공하는 전통적 저널리즘과는 달리 새로운 마을을 조직하는 것, 마을의 규범을 새롭게 만들어가는 것이고 따라서 ‘어떤 마을‘을 만들고자 하는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마을 저널리즘은 지금의 마을에서(현실계) 미래의 마을을(상상계) 매개하는 실천(상징계)이라고 정리하고 있다.

특강을 들으면서 마을미디어는 어떠한 미래의 마을을 상상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최근 2, 3년간 주민자치회를 비롯해 마을 자치에 대한 새로운 기획이 지역에서 구상되고 실행되고 있다. 협치와 거버넌스라는 말이 일상적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여전히 행정이 주도하는 이러한 과정에서 새로운 마을을 조직하고, 마을의 규범을 새롭게 만들기 위해 마을미디어는 무엇을 하고 있고 감당할 수 있는 실력이 있는지도 자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러한 질문과 고민의 과정에서 꼭 필요한 실마리를 제공해준 유익한 특강이었다. 그동안 마을미디어가 해왔던 고민을 확장하고 다듬는 과정에서 마을 저널리즘이 매우 유용한 접근법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끝으로 마을 저널리즘은 ‘분리된 저널리즘의 공동체 지배’에 저항하면서 공동체와 분리된 저널리즘을 새롭게 정의하고 싶은 욕구에서 비롯된 사회적 활동이라는 강연 내용이 떠올랐다. 그리고 우리가 사는 동네, 살아가는 사회가 한 뼘 더 환대와 연대의 공간으로 변화하는 데 있어 마을미디어가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