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정미(성북동천)

지난 5월 16일 서울마을미디어센터에서 유통활성화를 위한 <2019 인쇄매체 간담회>가 열렸다. 나는 2017년도에 정릉동 마을잡지 ‘정릉야책’으로 마을미디어를 시작했고, 작년부터는 우리동네인 성북동에서 ‘성북동 사람들의 마을이야기’를 함께 만들고 있다. 그동안 마을미디어에서 라디오매체의 비중이 높은 건 알고 있었는데 정작 내가 속한 인쇄매체의 현황은 잘 모르고 있었다. 인쇄매체는 꾸준히 늘어나 그 비중이 25%가 넘는다고 한다. 이렇듯 체계적인 관리가 요구되는 시점에 올해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이하 센터)가 인쇄매체 아카이빙 사업을 시작한다고 하니 반갑다.

오늘 유통활성화를 위한 간담회를 시작으로 7~8월에는 리플렛을 제작(정기간행 인쇄매체 대상)하고, 9월, 12월에는 서울도서관에 납본 또는 기증을 통해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에서 발행되는 인쇄매체를 등록할 예정이다. 연중계획으로는 자치구별 공공도서관에 마을미디어 신문 및 잡지 비치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한다.

웹진 발행은 왜 할까?

첫 번째 사례발표는 ‘성북동 사람들의 마을이야기’를 만들고 있는 성북동천이 맡았다. <종이에서 웹/모바일로 성북동 마을이야기>라는 주제로 웹 형태의 아카이빙도 중요하다는 점을 일러주었다. 성북동천은 2013년도부터 잡지를 만들어왔고 현재까지 총17,000부를 발행했다. 처음 2천부를 발행하다가 인쇄비용 때문에 1천부로 줄였다. 성북동 주민이 만명 정도인데 다 볼 수 있을까? 그런 고민도 있었고, 다른 지역에서 잡지를 보고 싶다는 요청도 있었다. 그러한 과정에서 더 많은 분들이 볼 수 있도록 2016년부터 웹진 발행을 하게 되었다.

성북동천은 웹진 브런치를 중심채널로 이용하고, 보조채널로 페이스북과 카카오친구를 활용하고 있다. 브런치에는 현재 12호까지 모두 등록, 총 173건 포스팅이 올라가 있다. 페이스북은 가장 대중적인 웹 매체로 성북동 주민뿐만 아니라 그 외의 지역에서 많은 반응이 있다. 카카오친구는 홍보 안내를 중심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웹진 발행은 분명 품이 들지만 오프라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잡지 보관하다가 유실, 아카이빙 필요성 느껴

성북동천은 잡지를 보관해둔 사무실에서 물난리를 겪은 적이 있었는데 한 박스정도가 물에 젖었다. 이때 아카이빙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편집위원 중에 지역 도서관의 관장을 맡고 있는 분이 있었는데 그 분을 통해 별다른 등록절차 없이 지역 도서관에 1호부터 12호까지 잡지를 보관할 수 있었다. 이번에 찾아보니 성북구 안에 있는 다른 도서관에서도 보관하고 있었다. ‘성북동 사람들의 마을이야기’가 지역 도서관에서 마을잡지를 볼 수 있는 좋은 선례가 되지 않았을까. 하지만 인쇄매체의 아카이빙 문제는 여전히 안정되지 못한 상황이다. 웹진은 상용서비스가 끝나면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한계가, 도서관은 자치구마다 사정이 다르기에 안심할 수 없다.

 

호박이넝쿨책에서 정릉야책이 되기까지

두 번째 사례발표는 ‘정릉야책’을 만들고 있는 호박이넝쿨덩쿨이 맡았다. 호박이넝쿨덩쿨은 정릉 동네책방 호박이넝쿨책에서 비롯되었다. 2017년도 복합형을 시작으로 올해 첫 매체형을 하기까지 그 과정을 알려주었다. 처음 마을잡지 콘텐츠를 만들 때 마을잡지는 무엇인지, 어떤 내용이 들어가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그러면서 마을잡지가 꼭 동네만 소개하는 게 아니라 자기 이야기를 해도 괜찮겠구나 알게 됐다고 한다. 매호마다 주제가 있었는데 첫 번째는 다르게 사는 사람들의 삶을 들춰보았던 ‘괴짜인 삶의 레시피’, 두 번째가 주변에 큰 영향을 주고 있는 사람들을 살펴봤던 ‘오지라퍼’였다. 또한 정릉야책에 싣는 글의 형식을 보면 인터뷰, 자유로운 에세이, 한 분야의 깊이를 담은 글, 주민들이 쓴 문학작품을 선보이는 야책문학상 등 다양하다.

국립중앙도서관 납본, 그 의미는?

첫 번째 정릉야책은 ISBN(International Standard Book Number 국제표준도서번호) 등록이 되어있어서 현재 국립중앙도서관에서도 볼 수 있다. 예전에 출판사를 등록한 적이 있었는데 ISBN 등록은 어떻게 하는지 몰랐다. 방법을 찾아보니 쉬웠다.(ISBN 등록방법은 아래 ‘공공도서관 X 마을미디어’ 부분에 나와있는 ISSN 방법과 동일)

정릉야책은 인쇄부수가 200부 정도 밖에 안 되다 보니 무가지로 많은 분들에게 줄 수 없었다. 그래서 책을 팔아야겠다고 생각했는데 ISBN 등록이 있어야 판매 가능한 줄 알았다.(독립서점은 가격만 있어도 책 판매 가능하다) 그때는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등록하길 잘 했다. 정릉야책 1호는 100부 밖에 안돼서 현재 호박이넝쿨책에 남아있는 게 한 권밖에 없는데 국립중앙도서관에서 볼 수 있다고 하니 마음이 놓인다. 마을잡지 아카이빙 방법으로 국공립도서관에 등록하는 절차의 필요성을 느꼈다.

 

공공도서관 X 마을미디어, ISSN 등록 어렵지 않아요

마을미디어 인쇄매체의 아카이빙(보관/보존)을 위해서도, 일반 시민이 쉽게 접근하기 위해서도, 자치구 도서관에 마을 기록과 자료 제공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센터는 올해 서울도서관과 서울기록원에 마을미디어 인쇄매체를 기증할 예정이다. 일단 국립중앙도서관에 등록하기 위해서는 연속간행물 ISSN(International Standard Serial Number 국제표준연속간행물번호)를 부여받아야 한다. ISSN 발급은 출판단체에 한해서 가능하며, 출판등록은 고유번호증이 있어야 만들 수 있다. 출판등록은 관할 구청 문화관광과에 가서 신청 가능하다. 출판등록을 한 뒤에는 ‘서지정보유통지원시스템’ 홈페이지 (https://seoji.nl.go.kr:444/index.do)에서 ISSN를 발급받으 면 된다. 즉, 출판사 등록 -> ISSN 신청 -> 바코드 발급 -> 인쇄 발행 순으로 진행된다.

이러한 절차 없이 도서관에 시민 자료 기증도 가능하다. 센터는 기증을 통해 등록할 수 있도록 서울도서관과 자치구별 공공도서관에 협조를 요청할 예정이다.

 

인쇄매체, 즐겁게 지속할 수 있을까?

간담회는 세 모둠으로 나눠서 진행되었다. 단체 소개와 올해 활동 계획, 고민과 아이디어 등을 키워드로 써보며 의논했다. 고민을 주제로 한 키워드로는 ‘사람(참여자) 수’, ‘웹진’, ‘아카이빙’, ‘즐겁게 지속하는 방법’ 등이 나왔다.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는 아이템형 사업부터 시작해 올해 복합형 사업을 진행하게 됐는데 판형과 컨셉이 고민 된다고 했다.

아이디어 부분에서는 ‘청년과 어린이 참여’, ‘영상 등 타매체 확장’ 등이 나왔다. 참관단체로 온 <더불어꿈>은 최근 ‘세대읽기 워크숍’을 진행했는데 굉장한 도움이 되었다며 워크숍을 권장하기도 했다. 그 밖에 학교나 공공도서관 같은 곳에서 정기구독을 요청하자는 의견, 각 구마다 계도지(인쇄매체 구입비)예산으로 마을미디어 인쇄매체의 구입 요청을 추진해보자는 의견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마디마디>는 온라인과 달리 오프라인은 느리게 진행돼 적응하기 어려웠지만 ‘관계’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고 간담회 참여소감을 전했다. 라디오, 영상 매체와 달리 조용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는 인쇄매체. 오늘 간담회를 시작으로 함께하는 자리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인쇄매체뿐만 아니라 마을미디어의 공통된 고민은 ‘지속가능성’이다. 이번 간담회를 계기로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는 공공플랫폼에 대한 아이디어들이 많이 나오게 되기를. 각 단체만의 고민이 아닌 우리의 고민으로 해결 가능한 지점들을 발견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