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가재울라듸오, 미니FM을 실험하다 – 마을미디어의 내일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황호완 (가재울라듸오)

 

공동체라디오를 향한 발돋움, 미니FM에 도전하다

마을미디어의 내일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이 질문으로 가재울라듸오는 2018년을 시작했다. 마을미디어가 각 지역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것은 논외로 어떤 경로를 밟아 발전을 해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은 해가 거듭할수록 늘어갔다. 이는 가재울라듸오만의 고민이 아닐 것이고 다른 마을미디어들도 다양한 방법의 고민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가재울라듸오의 이야기로 돌아와 이런 고민에서 시작한 2018년이었고, 서울시 마을미디어의 현재 경로인 교육형, 복합형, 매체형, 거점형을 넘어서는 고민들을 시작해야 하는 때가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온 결론이 미니FM이었다. 이 말은 가재울라듸오의 미래를 공동체라디오라고 결론지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공동체라디오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라는 고민에서 시작해, 그렇다면 공동체라디오처럼 전파를 송출하는 경험을 갖자는 결론을 내리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편집자 주 : 미니FM은 정보통신부 산하 전파관리소로부터 임시 허가를 받아 FM 주파수 대역의 소출력 방송을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 1W 이하의 작은 출력을 이용해 반경 5㎞ 안팎의 제한된 권역으로만 전파를 보낼 수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전국에서 다양하게 미니FM을 시도하고 있었지만, 서울의 마을미디어는 지금까지 진행했던 적이 없었다는 희소성도 한 몫을 했다. 다만 그 동안 미니FM이 영화제, 축제 등과 함께 하는 이벤트의 성격을 가지고 진행하는 모습은 피하고 싶었다. 될 수 있으면 길게, 될 수 있으면 일상적으로, 가능하면 독자적으로 진행하고 싶다는 욕구가 있었다.

그렇게 2018년 상반기 지방선거를 마치고 여름을 지나 가을이 오면서 미니FM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9월부터 페이스북과 마을의 SNS를 통해 참가자 홍보를 시작하면서 교육도 시작했다. 참여자들과 교육과 함께 회의를 거치며 기획은 점차 구체화 되었다. 첫 날은 미니FM의 시작을 축하하는 방송, 각 단체들과 인터뷰 하는 방송, 마지막 날에는 가재울라듸오에 함께 했던 참여자들과 함께 홈커밍 방송으로 마무리 짓는 것으로 결정 되었다.

그간의 성과를 바탕으로 6일간 하루 6시간 방송

미니FM 방송을 일주일 동안 할 수 있는 공간을 찾는 것도 문제였다. 비어 있는 인터뷰 시간들을 채울 단체들을 섭외하는 것도 문제였다. 다행인 것은 예상했던 것보다 수월하게 이 문제들이 해결됐던 것이었다. 그동안 활동을 하며 가재울라듸오가 쌓아왔던 관계들이 힘을 발휘하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10월 31일 가재울라듸오의 미니FM ‘서대문 잘 돼가? 무엇이든’을 시작했다. 하루에 최소 다섯 시간, 길게는 8시간을 가재울라듸오의 역량만으로 생방송으로 진행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준비를 하는 시간을 생각하면 하루에 다섯 시간의 방송을 하기 위해 우리가 들여야 할 시간은 8시간 이상이 필요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공중파 방송국도 팀당 하루에 두 시간짜리 방송을 만드는 마당에 우리끼리 평균 6시간의 방송을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당연히 아니다. 하는 중간에 피곤함에 쩔어서 왜 우리가 이걸 한다고 했을까? 누가 하자고 했지? 라는 농담보다 진담에 가까운 이야기가 오가기도 했다.

그렇게 지역 주민 총 82명 참여, 4개 단체 20명 후원, 4개의 광고와 유튜브를 통해 2,600명 이상의 사람들이 시청을 했던 길다면 길었고 짧다면 짧은 총 6일의 가재울라듸오 미니FM ‘서대문 잘돼가? 무엇이든’은 처음에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성황리에 끝이 났다.

미니FM 운영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것들

가재울라듸오 미니FM의 평가를 해보자면 하나는 전파를 송출하는 것에 있어서 지역 사람들이 생각보다 관심이 많았다는 점이었다. 우리의 지역에서 마을라디오를 라디오를 통해서 들을 수 있다는 것은 뉴미디어라고 하는 시류에 역행하는 행사였음에도 지역주민들은 기꺼이 방송에 출연해 줬다. 이는 주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콘텐츠, 혹은 장이 있다면 미디어의 성격이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상상을 하게 만드는 일이었다.

다른 하나는 지역에서 가지는 가재울라듸오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5년 동안 나름 열심히 방송을 제작하고 네트워크를 만든 효과가 아니었을까? 거의 처음으로 요청한 후원과 광고 요청에 기꺼이 답해주는 것을 보면서 지난 5년을 허투로 살지는 않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과도한 상상에 조금은 먼 미래라는 시간을 더해보면 지역에 얼마나 밀착을 하느냐에 따라 자생력을 가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마지막은 어쩌면 이 글을 쓰고 있는 가장 큰 이유일 수도 있는 점인데 우리 동네에 비어있는 전파를 찾았다는 점이다. 서대문구는 다행히(?) 마포FM이 바로 옆에 있다. 그리고 관악FM은 거리가 상대적으로 먼 편이다. 이 말은 마포FM이 송출하는 전파인 100.7Mhz 주변 전파(예를 들면 100.3Mhz, 혹은 101.1Mhz)는 비어 있을 가능성이 높고, 관악FM과의 거리가 있어서 우리가 관악FM의 전파인 100.3Mhz로 송출해도 관악FM과 겹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러했다.

이 결과는 가재울라듸오 뿐 아니라 서울 마을미디어에게도 의미가 있다. 그 동안 공동체라디오 확대를 주장할 때 반대 논거 중에 하나가 전파가 없다는 것이었는데, 그 주장을 어떤 지역에서는 확실하게 깰 수 있는 근거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생각해 보면 너무 단순하고 당연한 일인데 실제로 미니FM을 진행하면서 확실하게 증명을 할 수 있었다.

글을 마무리 지어야겠다. 2017년 말부터 마을미디어의 미래, 아니 마을미디어인 가재울라듸오의 미래는 어떠해야 하나에 대한 여러 고민을 했다. 서울시 마을미디어 활성화사업을 비롯한 지원사업에 모든 것을 걸기에는 불안하다. 조직적으로 성장하기에는 한계에 왔고, 내실을 다지자니 가진 것이 없다.

미니FM은 그런 고민과 불안에서 나온 기획이었다. 그리고 다행히 생각보다 많은 성과를 거뒀다. 서울 마을미디어의 상황은 절박하게 더 많은 도전과 더 많은 기획들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생각이다. 안타깝지만 그것을 고민해야 하는 때가 왔다는 생각이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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