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미디어 임팩트 : 세상을 바꾸는 마을미디어, 의미와 제도 – 2018 마을공동체미디어 포럼 현장 취재기

김기민

2017 마을공동체미디어 포럼 <경계를 넘어, 함께> 그 후 1년만에 다시 찾은 2018 포럼 <마을미디어 임팩트 : 세상을 바꾸는 마을미디어, 의미와 제도>는 한층 더 확장된 주제의식과 고민을 바탕으로 서울 곳곳의 지역 현장에서 활동하는 마을공동체미디어 단체와 활동가들의 생생한 경험과 깊고 오래된 고민을 담아내었습니다.

▲2018 마을공동체미디어 포럼 <마을미디어 임팩트 : 세상을 바꾸는 마을미디어, 의미와 제도>

마을미디어가 얼마나 담대한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주체인지 이 활동의 주체이거나 촉진·지원자 역할을 해온 분들이라면 아마 열이면 열 공감할 것입니다. 마을미디어가 아직 세상을 완벽히 바꾸진 못했지만 조금씩이나마 꾸준히 바꿔나가고 있음을 이번 포럼의 발제와 지정토론을 통해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황호완 PD가 발제를 통해 소개한 가재울라듸오 사례는 하나의 좋은 사례입니다. 지난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사회와 지역 내 대학과 협력하여 모아낸 유권자들의 요구와 질문을 바탕으로 구청장 후보자 토론회를 개최하였는데요. 유감스럽게도 지역의 유권자들이 선출직 공직자의 자질과 역량을 검증하고 구정 방향과 지향점, 핵심 정책들을 확인할 수 있는 양질의 수준높은 토론회를 경험하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2018년 현재 구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나섰던 후보자들의 현재 수준은 정확히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을 것입니다. 그 계기가 서대문구 유권자와 지역 시민사회에 어떤 문제의식을 남겼고 이후의 과정은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발제 중인 가재울라듸오 황호완 PD

국회와 정부 등 중앙 권력을 주로 다루는 상업 언론과 공영 방송이 잘 다루지 않는 지역 현장의 정치 이슈에 주목하고 그것을 지역사회에 공론화하는 역할이 공영방송의 주목을 받아 새삼 회자되었던 이 사례는 마을미디어가 지역 언론으로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고 또 해낼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가야할 길은 분명 멀지만 이러한 성과들이 가리키는 목표는 명확합니다.

지역 대학과 연계한 후보자 토론회(기사 바로가기 링크)

 

라디오금천 이성호 PD가 소개한 금천구 지역사회의 지방선거 대응 과정 역시 고무적인 사례입니다. 지역의 다양한 의제 영역들이 모여 토론을 통해 각 분야의 정책 공약을 모아내고 이를 후보자들에게 제안하며 후보자 토론회를 개최하는 과정에 동참한 라디오금천은 마을공동체미디어 단체와 활동가가 지역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자임하고 어디에 위치해있어야 하는지에 대해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지역에서 마을미디어의 역할은 단지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그칠 수 없으며 그쳐서도 안됩니다.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지역의 문제를 풀기 위한 여정에 함께 해야 하는 주체이기 때문입니다. 경쟁자보다 더 빠른 보도를 최우선의 가치로 놓는 상업 언론과 달리 지역의 마을미디어는 뉴스 전달자로서의 역할 못지 않게 지역사회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동료 혹은 그 과정을 촉진하는 퍼실리테이터로서의 역할도 중요하며, 그러기 위해선 지역에서 공동 현안을 충분히 숙고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을 만들고 해결방안을 찾기 위한 협업의 공간을 만들어내는데 주력해야 합니다.

그러한 역할 모델로서 지방선거에 대응하는 지역사회와의 연대와 협력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라디오금천의 사례는 무척 인상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동시에 라디오금천은 서울마을미디어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서울 광역 차원의 표준화된 포맷으로 진행된 ‘주민 마이크’의 금천 지역 호스트로서 역할을 자임기도 하였는데요. 마을미디어가 자기 역할을 명확히 인식하고 안팎으로의 연대를 동시에 그리고 꾸준히 전개나갔을 때 앞으로 10년, 20년 후 지역사회에 어떤 변화를 일으켜낼지 저는 무척 기대가 되어 안달이 날 지경입니다.

▲ 금천구 지역사회의 지방선거 대응 과정을 소개한 라디오금천 이성호 PD

상업 언론이 진정성 있게 다루기 쉽지 않은 사회적 약자 혹은 소수자와 관련된 이슈를 동료 시민의 관점에서 정확히 주목하고 마을미디어의 영역에서 함께 연대할 수 있는 접점을 만들어낸 강서FM의 사례가 갖는 의미는 두 번 세 번 아니 백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모든 사안을 ‘잘 팔릴만한 것인지 아닌지’로 판단하는 상업 언론이 강서구의 특수학교 설립 좌절 이슈를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는지 그 밑바닥이 이미 지난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났습니다. 발달장애 아동·청소년 양육자들이 무릎 꿇고 호소하는 장면을 중심으로 포커싱된 보도를 통해 시민들이 갖게 된 인상은 과연 무엇일지 상업언론은 조금이라도 고민해보았을까요? 사람들의 말초신경을 자극할만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부각하여 기사화시켜 세간의 주목을 끌고 또 다음 이슈를 찾아 떠나가는 행태는 이윤을 창출해내기만 하면 된다면 그 무엇을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상업언론 입장에서 조금도 부끄러울 게 없겠지요.

하지만 강서FM은 그런 하이에나같은 ‘사냥꾼’이 아님을 명백히 드러냅니다. 강서 지역사회의 이웃으로서, 동료 시민으로서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했고 그 고민 덕분에 발달장애 아동·청소년을 돌보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마을미디어 콘텐츠로 만들고, 이를 지역사회에 전달하는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해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발달장애 아동·청소년의 가족들이 지역사회의 구성원이자 주체로서 스스로를 드러내게 되었는데요. 과연 상업언론을 비롯한 기성언론이 이러한 역할을 해낼 수 있었을까요? 언론인, 방송인, 전문가 중심의 기성언론에서 이런 포맷의 콘텐츠는 감히 상상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웃과 동료시민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되 시혜적 관점이 아닌 동등한 입장에서 함께 연대할 수 있는 길을 모색했던 마을미디어 강서FM의 사례는 마을공동체미디어가 왜, 그리고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지 매우 명확하게 보여주었습니다.

특별한 그들만의 세상, 엄만 너의 세상이 궁금해(팟캐스트 바로가기 링크)

▲<마을에서 소수자와 함께 사는 방법> 발제를 진행한 강서FM 김지혜 국장

이날 포럼의 지정토론 패널로 참여한 한국외대 채영길 교수는 이러한 마을미디어 활동의 성과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분석하는 한편 마을미디어 단체와 활동가가 그 의미를 어떻게 확장시켜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을 개진했습니다. 특히 국가가 미디어 플랫폼을 직접 제공하거나 사회가 그 제공 책임을 갖도록 규정하지 않는 한국 현실에서 유투브, 팟빵 등 사기업이 제공하는 상용 서비스를 활용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해 지적하며 지역에 밀착한 마을미디어를 지향하면서도 글로벌 플랫폼을 활용해 콘텐츠를 유통할 수밖에 없는 현재의 상황에 대해 마을미디어 단체와 활동가들이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는지, 그것이 갖는 의미에 대해 어떤 문제의식을 가져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주문하는 한편 지금의 한계를 극복해야 함을 역설하기도 했습니다.

▲<기성 민주주의에서 ‘민주’주의로> 발제를 진행하는 채영길 한국외대 교수

이처럼 담대한 성과와 의미가 켜켜이 축적되어 왔음에도 마을공동체미디어가 딛고 있는 현실은 녹록치 않습니다. 라디오금천의 사례를 들으며 이러한 소중한 성과들이 10년 20년 지속되며 만들어낼 더 큰 변화를 기대해보는 마음이 얼마나 봄날 아지랑이처럼, 파도 앞의 모래성처럼 헛헛한 것인지 이 글을 읽는 마을미디어 관계자라면 익히 아실 것입니다. 당장 오늘은 어떻게 버틴다 해도 내일을 장담할 수 없는 이 활동의 영역에서 10년, 20년 후를 거론한다는 것은 너무나 멀고 덧없습니다. 이런 고민과 문제의식은 2017년 포럼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고, 그 전에도 있었습니다. 2부는 그 연장선 상의 이야기입니다.

동작FM 양승렬 방송국장의 발제 <마을미디어 방송국 6년차, 동작FM이 말하는 ‘우리에게 필요한 지원’>을 시작으로 마을미디어가 이 녹록치 않은 현실을 넘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필요한 제도의 개선과 보완에 대한 2부 발제와 토론이 진행되었는데요. 2018년 현재 마을미디어 단체와 활동가에게 필요한 지원은 무엇인지 현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2017년에 이어 2018년 포럼에서도 발제를 맡은 양승렬 방송국장은 작년 포럼 발제를 통해 마을미디어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정책과 제도의 영역에서 갖춰져야 할 것들을 제안했으나 1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그 제안에서 더 나아가지 못한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말문을 열었습니다. 현재 동작FM의 운영 현황을 공유하고 마을미디어 활동의 자립적 운영모델을 제시하며 이러한 모델이 가능했던 요인들을 분석했습니다. 이를 확산시키는데 필요한 가장 핵심적인 지원으로 안정적인 방송 제작환경과 지속가능한 방송국 운영을 꼽는 한편, 그간의 활동 성과를 바탕으로 자치구 마을미디어 생태계 확장이라는 더 큰 비전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역설하기도 했습니다.

▲2부 토론을 연 동작FM 양승렬 방송국장

그 비전의 실현을 위해 필요한 조건에 대한 공감대는 이미 공유하고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 조건들을 만들어내는 것은 누가 대신하여 주는 것이 아니라 결국 우리 스스로 만들어낼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을 모르지 않지만 너무나 많은 역할과 할 일의 목록 가운데서 현장의 단체나 활동가, 참여자들의 입장에선 어느 것부터 먼저 손을 대야할지 참 난감할 수밖에 없는데요. (사)전국미디어센터협의회 허경 이사가 <서울시 마을미디어 지원정책 체계 재구성 방안> 발제에서 그러한 고민에 대한 해법을 제시합니다.

현재 서울시 마을공동체미디어 정책 현황을 살피는 것으로 발제를 시작한 허경 이사는 현재 서울시 광역단위에서의 마을공동체미디어 정책이 과연 존재하는가에 의문을 제기하며 정책 자체가 부재하는 현실에 대한 뼈를 때리는 진단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이어서 그 간의 고민과 논의 과정을 통해 제시되었던 마을공동체미디어의 가치와 역할지향을 토대로 마을미디어 활성화 정책을 재구성 방향에 대해 제언합니다. 미디어를 통한 민주적 공론장 활성화가 서울시 공식 정책임을 천명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마을미디어가 주요한 정책 수단임을 명시하는 한편 제도화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더불어 그 정책이 동 단위 지역 현장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동 단위 마을미디어 정책이 포함된 자치구 마을미디어 정책 수립, 그리고 이를 촉진·지원하는 동-자치구-광역 단위 마을미디어의 다층적 정책 체계로 구조화하여 설계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구체적 실천안으로서 현재 진행중인 서울형 주민자치회 사업을 언급하며 동 단위 주민자치 활성화 정책과 정교하게 맞물리거나 긴밀한 협업을 이루어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서울시 마을미디어 지원정책 체계 재구성 방안에 대한 말하는 허경 전국미디어센터협의회 이사

이러한 대안들을 실현시키기 위해 서울마을미디어네트워크와 같은 민간 단위의 역할을 강력히 주문했습니다. 모든 과제를 동시에 다 해낼 순 없겠지만, 적어도 방향성에 대한 합의를 이루고 지금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일부터 차근차근 해나가면서 지향하는 정책을 설계하고 수립할 수 있는 좋은 조건들을 마을미디어 스스로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지금 구조에서의 변화와 전환을 이루어내기 어려울 것임을 차분하지만 단호하게 이야기했습니다. 포럼 참가자로서 제 입장에서 가장 뼈 아프게 다가오는 대목이었습니다.

이어서 은평시민신문협동조합 박은미 편집장의 <구별 계도지 예산 수십억, 마을미디어에 지원하라> 발제가 이어졌습니다. 올해 하반기 마을미디어 콘텐츠 리뷰단 활동을 통해 오래 이어지는 활자형 매체가 흔치 않은 이유를 분석하기 위해 먼저 꾸준히 이어온 매체들을 취재하면서 은평시민신문 박은미 편집장과의 인터뷰를 진행하였는데요, 그 때 들었던 계도지 예산에 대한 문제의식을 구체적이면서도 촘촘한 논리의 발제로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더이상 신문을 신문으로 읽지 않는 2018년 현재, 서울 외 지역에서는 계도지 예산이 사라지는 추세인데 유독 서울의 계도지 예산은 증가일로인 현실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어리석은 주민을 이끌고 인도하기 위해 행정기관이 구입·배포하는 신문’을 뜻하는 계도지 구독 예산이 민주화 이후 30여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도 망령처럼 살아남아 있는 까닭은 너무나 정치적으로 보입니다. ‘통치자가 우매한 신민을 계도하여 가르친다’는 전근대 시대에서나 통용될 법한 논리가 가당키나 한 것일까요? 주민자치위원, 통반장 등 주민자치 조직에서 활동하는 주민들에게 무료로 신문을 보게 해주면서 일종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를 위한 구독료 예산으로 언론을 길들이거나 구청에 대한 비판적 기사는 자제시키겠다는 꿩먹고 알먹고, 도랑치고 가재잡고, 누이좋고 매부좋은 이런 예산이 진정 시민들의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1] 역량 강화나 지역 언론이 건강하게 운영되는데 도움이 될까요? 이러한 예산이 의회와 행정기관에 대한 건전한 비판과 견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지역언론을 양성하거나 수많은 매체와 콘텐츠 사이에서 뉴스를 판단하여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을 향상시키는데 쓰인다면 한국사회의 지방자치는 한층 더 성숙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쓰이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계도지 예산을 없애는 게 낫다는 박은미 편집장의 단호한 일성을 통해 앞으로 지역사회와 마을미디어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계도지 예산에 대한 문제의식을 나눈 박은미 은평시민신문 편집장

이어진 2부 마지막 발제는 박채은 미디어활동가의 <지속가능한 해외 공동체미디어 지원제도 탐색> 입니다. 자유롭고 평등한 정보 접근 및 이용에 대한 시민의 권리 차원에서 공동체미디어는 도서관 못지 않은 위상을 갖고 있지만 공공예산의 배분 결과로만 보면 그 위상이 도서관에 비해 몹시 낮습니다. 책이 지식과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주요 수단임은 변함없지만 그에 못지 않게 그 역할을 수행하는 미디어의 비중 또한 결코 낫지 않은데요. 그런데도 공공예산의 배분에 있어서는 왜 이렇게 큰 격차가 벌어져야 할까요? 박채은 활동가는 그 의문으로부터 발제를 시작하여 미국과 독일, 영국과 호주의 사례를 바탕으로 공동체미디어가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어떤 위상을 가져야 하는지, 그리고 그 위상을 갖고 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요구되는 것은 무엇인지 이야기합니다.

1970년대 미국에서 케이블방송이 도입되던 시기에 어떤 시민도 소외되지 않고 방송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하고, 시민이 방송 소비자로서 존재하기 때문에 창출되는 부가가치가 상업적으로 독점되어선 안된다는 방송의 공공성에 대한 시민 여론을 바탕으로 미 연방통신위원회는 비상업적인 액세스 채널 의무화와 방송 지원에 대한 규제를 도입하였다고 합니다. 이를 통해 공공교육정부채널 무상제공과 케이블방송 수익의 5%를 공동체미디어에 지원하는 기금 예산으로 활용하게 되었다고 하는데요. 그게 벌써 1972년, 지금으로부터 46년여전의 일입니다.

▲2부 마지막 토론을 맡은 박채은 미디어활동가

그 외에도 미국의 공공규제 모델을 참고하여 공영방송 수신료를 재원으로 모든 사람에게 자유롭고 공평한 이용이 보장되어 있는 지역 라디오와 텔레비전으로 정의되는 개방채널 모델을 수립한 독일, 보편적 접근이 가능한 디지털 지상파 공동체TV 모델을 확립한 영국, 공동체라디오를 위한 디지털 송출 및 콘텐츠 배급 인프라 제공 공공프로젝트를 통해 공동체라디오의 디지털 전환을 정부가 지원한 호주의 사례를 현재 한국 현실에서 볼 때 과연 우리도 저런 정책적·제도적 환경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싶을 만큼 너무나 먼 이야기같지만 그들 역시 지금 우리와 같은 시절이 있었을 생각해본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닐 것입니다.

1, 2부 발제 및 지정토론 후에는 자유토론이 이어졌는데요. 카카오톡 오픈채팅과 현장에서의 질문과 의견을 취합해 발제자 밀 토론자와 객석과의 활발한 토론이 진행되었습니다. 한편 짧은 발제/토론 발표 시간 제약으로 패널들이 미처 다하지 못한 이야기를 추가적으로 들어보았는데요. 그 중 발제 자료에 담기지 않았지만 중요하게 언급될만한 시사점이 담긴 내용들을 있어 공유해봅니다.

▲2018 마을공동체미디어 포럼 1부 자유토론 현장

“유투브, 페이스북과 같은 상용 플랫폼을 당연한 것처럼 생각하면 안됩니다. 만약 유투브가 과금을 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 플랫폼이 아니면 안될 정도로 의존하고 있는 상태에서 유료화된다면 마을공동체미디어는 그런 상황을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요? 미디어의 핵심 인프라를 효율적이고 싸고 많은 사람들이 이용한다는 이유로 사기업이 운영하는 상용 플랫폼을 활용하는 것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 한국외국어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채영길 부교수

 

“내년이 얼마 안남았는데 얼마 안남은 시간을 잘보내는거 중요하다고 봅니다. 각 지역에서 꾸준히 자기 매체 활동해오신 분들이 다른 일을 줄이더라도 마을미디어 정책 수립과 제도화를 위한 계획을 세웠으면 좋겠고, 내년 서울마을미디어 활성화사업은 그 분들이 계획을 세우고 활동해나가는 과정을 지원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노력이 모여서 서울시 마을미디어 정책 방향이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 (사)전국미디어센터협의회 허경 이사

 

“패러다임을 바꾸는 싸움을 해야 합니다. 지금의 패러다임은 너무 구시대적이예요. (중략) 주파수는 공공자원인데 정부가  방송사나 통신사에 주파수를 경매로 팝니다. 그 주파수를 사서 플랫폼을 운영하는 방송사는 각종 광고를 넣어 수익을 창출합니다. 시청자는 콘텐츠를 보려면 그런 광고를 다 봐야 하고요. 채널 돌릴 때마다 홈쇼핑 채널이 하나씩 걸리는데, 오직 광고만을 위한 채널은 되고 왜 공동체미디어를 위한 채널은 안될까요? 왜 이 사회에서 공동체미디어는 우리를 인정해달라고 구걸해야할까요? 정책과 제도를 담당하는 행정기관 공무원들이 적극적으로 고민해야하는게 아닌가요? 공동체미디어가 이런 목소리를 높여봤으면 좋겠고요. 목소리를 높이기 위해 모여서 우리의 이야기를 명확히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박채은 미디어활동가

▲2018 마을공동체미디어 포럼 2부 자유토론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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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포럼에는 자치구 단위 마을미디어지원센터가 최초로 설치되어 운영되어온 성북마을미디어지원센터와 지난 12월 19일 개관한 노원마을미디어지원센터, 수원영상미디어센터, 전주시민미디어센터를 비롯해 (사)전국미디어센터협의회 등 전국의 미디어센터 관계자들도 대거 참석하였습니다. 또한 서울시의회 이상훈 시의원도 시의회 정례회 마지막날 본회의가 열리는 날임에도 시간을 내어 참석하여 축사를 남겼습니다. 강북구 삼각산재미난마을에서 활동했던 이상훈 시의원은 2012년도 우리마을미디어 문화교실 사업에 참여하며 마을공동체미디어와 연을 맺었던 경험을 소개하며 마을미디어가 지역사회에서 시민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매체로서 역할할 수 있도록 시의원으로서 관심갖고 노력할테니 마을미디어 단체와 활동가들도 정책을 만들고 관련 제도를 만들어나가는데 있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제안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이처럼 마을미디어가 갖는 사회적 의미와 성과를 더욱 확대해나가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포럼에 마을미디어 활동가와 유관 기관 및 단체 관계자는 물론 많은 시민들이 참여하여 마을미디어 정책 제도화에 대한 담론과 고민을 한층 풍성하게 만들주었습니다. 2017년 포럼 또한 뜨겁고 치열하게 고민했었는데요, 이러한 열기를 1년 365일 내내 지속하기는 쉽지 않지만 열기가 냉기로 차갑게 식지 않도록, 따뜻한 온기를 유지하며 실질적인 변화를 일구어낼 수 있는 동력으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요?

▲2018 마을공동체미디어 포럼 현장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는 지난 7년여동안 활동가 및 참여자 대상의 미디어 교육과 네트워킹, 그리고 각 지역에서 활동하는 단체·모임들의 마을미디어 활동을 지원하는 보조금 사업을 수행하며 서울 곳곳의 마을미디어가 태동하고 지금과 같은 괄목할만한 성장을 통해 활동의 지평을 확장하는데 누구보다 큰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하지만 그 사업 모델이 한계에 부딪혔음을 최근 몇 년 사이 현장 활동가들의 문제의식을 통해 확인했고 2017년 포럼은 그 전환점이 될만한 좋은 계기였지만 그 고민의 해법을 찾기 위한 후속과정을 만들어내기 위한 논의가 이어지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고, 이는 2018년 포럼에서의 발제와 토론을 통해서도 확인되습니다.

물론 해법을 찾기 위한 노력이 센터만의 몫은 결코 아닙니다. 서울 광역 단위, 권역별, 자치구별 네트워크 등 민간에서의 역할 또한 작지 않습니다. 각 지역의 마을미디어 활동 단위들이 스스로 중요성과 필요성을 인식하고 움직여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후 과정이 더 중요합니다. 그 움직임을 위한 논의와 나아갈 방향에 대한 합의의 과정이 이번 포럼의 후속과정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내년 이맘 때 또 비슷한 포럼을 열고 비슷한 고민을 나눌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문제의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선 고민의 시간이 충분히 뒷받침되어야 하지만, 충분한 시간을 넘어 너무 오래 지체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적기를 놓칠 수도 있습니다. 언제가 그 적기인지는 알기 어렵지만, 이 날의 포럼이 적어도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고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정리해주는 역할을 한 만큼 그 정리된 과제들 가운데 우선적으로 시작해야 할 것부터 먼저 실행해보면 어떨까요? 포럼보다 포럼 이후가 더 기대되는 <2018 마을공동체미디어 포럼 – 마을미디어 임팩트 : 세상을 바꾸는 마을미디어, 의미와 제도> 현장 취재기는 그 기대감과 함께 이만 마칩니다.   [끝]

[1] 미디어 환경 안에서 원활하게 읽고 쓰고 소통할 수 있는 개인적·사회적 능력 혹은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읽고 창의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

출처 | [한겨레] 그래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합니다 (2018.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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