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의 시간을 담는 ‘마을담’ – 조기옥 발행인, 박경숙 편집인 인터뷰

유승희 (사리사욕프로젝트)

 

찰칵찰칵, 그날도 《마을담》 조기옥 선생님과 박경숙 선생님은 마을의 시간을 담고 계셨다. 인터뷰 장소로 함께 이동하자고 제안을 해주신 덕분에 두 분이 사진 기록을 하는 순간에 자리할 수 있었다. 기분 탓이었을까? 잘 아는 동네 카페였지만 그곳은 이미 알던 곳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지금이 아니면 찍을 수 없는 것을 포착하는 집중력, 본질에 가깝게 바라보려는 진실함, 기술적인 부분까지 꼼꼼히 점검하는 전문성. 《마을담》 에피타이저를 맛본 것만 같았다.

본격적으로 《마을담》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한다.

Q.마을담을 소개해주세요.

마을의 시간을 담는 마을

골목 담

이야기 담

닮아가는 담

조기옥: 《마을담》은 마을의 시간을 담는 마을 잡지에요.

2016년에 ‘아이야’의 정가람 씨와 고덕주공 그림책 《안녕? 안녕! 안녕…》을 만들었어요. 그림책을 만들었던 팀워크가 너무 잘 맞아서 그 팀이 그대로 마을잡지를 만들어보자 했죠. 김경원 씨는 미술작가, 정가람 씨는 시나리오 작가, 저도 직업으로 책 만드는 사람. 팀을 꾸리고 보니 전문 인력 셋이 만드는 잡지는 무슨 재미랴 싶더라고요. 주민 1, 주민 2, 주민 3과 함께 일상을 이야기하는 잡지를 만들어보자 기획을 했어요. 주민들은 잡지를 만들어 본 적이 없으니 우선 잡지가 무엇인지 글쓰기와 사진에 대해서 교육을 했죠. 그리고 2017년에 《마을담》 1호 잡지가 나왔어요.

박경숙: 기자로 일할 때 고덕주공 그림책 관련해서 정가람 씨 인터뷰를 두 번 했었어요. 그때 조기옥 선생님을 알게 되었고 《마을담》 1기까지 참여하게 된 거죠. 그러면서 마을에 조금 접근했어요. 1기에 마을 활동가가 몇 분 계셔서 그분들을 통해 마을 활동을 파악하고 배울 수 있었어요. 수업도 재밌었고, 부담스럽지 않게 들을 수 있는 그런 수업이었어요. 제 글, 남편 사진과 글을 싣은 《마을담》 1호가 나왔는데, 책도 귀엽더라고요. 그렇게 마을에서 재미를 알아가기 시작한 거죠.

조기옥: 고덕주공아파트가 헐리고 나니까 담이 없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골목길을 걷다 보면 담이 있잖아요. 고덕주공아파트가 없어지니 마을에 담도 없어진 것 같았어요. 《마을담》으로 마을의 담도 쌓고, 이야기(談)도 담다 보면 마을 사람들이 닮아가겠구나. 그러니까 《마을담》이 세 가지가 의미가 있는 거예요. 골목의 담, 이야기의 담, 서로서로 소통하다 보면 닮아간다의 닮.

▲<마을담> 조기옥 발행인

Q.마을담은 어떻게 만들어지나요?

전문가는 거들 뿐

주민 1, 주민 2, 우리가 마을의 시간을 담는다.

조기옥: 1기에 주민들을 모아 글쓰기, 사진 수업을 했었는데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더라고요. 처음에는 제가 전문으로 책을 만들던 사람이다 보니 주민들이 쓴 글을 고칠 것인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약간 어설프더라도 주민들의 이야기를 그대로 싣는 잡지가 필요하겠다 싶었죠. 물론 평을 할 때는 신랄하게 했지만, 최종원고는 고치지 않고 그대로 《마을담》에 실었어요. 본인이 쓴 글이 잡지로 나왔다는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대신 비주얼적인 면에서 사진을 신경 쓰기로 했어요.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 수업을 진행했는데 아직 그 결과물로 책을 만들기에는 부족하다는 판단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마을에서 작업하고 있는 몇몇 작가들 사진을 빌렸어요. 그렇게 모인 글과 사진이 1호 《마을담》이 되었죠. 1호 책이 나온 이후에 글쓰기 수업을 계속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어요. 2기 10회 강좌는 스토리텔링 글쓰기, 기사문 쓰기 등 글쓰기로만 쫙 했답니다.

박경숙: 작년과 올해는 콘셉트가 달랐어요. 올해는 글쓰기에 집중했어요. 글을 써와서 빔프로젝터로 크게 띄우고 공개첨삭을 했어요. 우선 본인 글을 읽으면 서로 품평도 하고 선생님이 의견도 주시고. 저는 그 시간이 좋더라고요. 처음에는 다들 자기 글을 공개하기 부끄러워했는데, 저 역시도 마찬가지고요. 동네 사람들이니 서로 더 눈치 보고 그러다가, 누구 하나가 먼저 탁 맞으니까 그 이후에는 모두 편해졌어요. 서로의 글에 대해 자기 생각을 편하게 이야기하고 그러다 보니 서로 더 이해도 하게 되고 그런 과정을 거치니까 사람들이 더 친밀해지더라고요. 잘 모르는 주민으로 만난 사람도 있었는데 글에 사적인 이야기들이 나오잖아요. 저 사람이 저런 생각을 하고 있고 저런 배경을 가지고 있고. 자기의 소소한 이야기를 쓰다 보니 서로에 대해 이해하는 폭이 넓어지는 그런 부분이 좋았어요.

조기옥: 주민들이 모여서 잡지를 만드는 것이 뭐지? 작년에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오신 분들이 많았어요. 1기를 마중물을 붓는 마음으로 진행했었다면, 이번에는 1호 《마을담》을 보시고 같이 만들고자 하는 의지로, 글 쓰고 싶은 기회와 글쓰기 수업에 매력을 느껴서 오신 분들이다 보니 수업에 집중도가 굉장히 높았어요. 주강사셨던 강진 선생님도 열심히 해주셨지만 참여하는 사람들이 자기 의지와 열심을 발동하니 모두가 그렇게 되더라고요. 2호는 사진작가님들의 사진을 빌려 비주얼적인 면을 보완하지 않아도 읽는 재미가 충분한 잡지가 되겠구나, 스토리텔링 글쓰기가 되었고 인터뷰 글쓰기가 되었구나 느낄 수가 있었어요.

박경숙: 올해도 사진은 들어가지만 글 비중이 커요. 2호는 월간지 《좋은생각》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예전에 잡지사에서 일할 때 그런 잡지를 만들었었어요. 글에 어울리는 삽화를 넣고, 이미지 컷을 골라 따뜻한 이야기를 읽기 좋게 구성하였는데 《마을담》 2호가 그런 느낌이에요. 시각적인 볼거리보다는 읽을거리가 더 재미있는. 읽다 보면 푹 웃음이 나오기도 해요. 재밌어요.

Q.마을담을 하면서 어떤 변화들이 있었나요?

나와 마을이 함께 성장하는 장

조기옥: 자기 안의 것을 채우는 시간이었어요. 저는 그것을 보는 것이 너무 좋았어요. 함께한 분들이 자기 글쓰기의 욕구를 어느 정도 채우고 나면 내년에 마을에서 어떻게 활동할지가 궁금해져요. 이 과정을 통해 각자의 욕구가 건드려졌고 그 욕구가 어떻게 반영될지 기대되고. 이렇게 본인의 성장이 함께 갈 수 있다는 것이 마을잡지의 매력이 아닌가 싶어요.

박경숙: 처음에는 선생님께 피드백을 받는 과정을 부담스러워했었는데 점차 즐기시더라고요. 선생님께 첨삭 받고 자기가 발전한다는 것에 감격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그러다 보니 계속 고치고 싶어 하시더라고요. 그 부분을 이해시키고 조율하는 과정이 있었죠.

제가 취합을 하다 보니 모두의 글을 다 읽게 되었어요. 공개첨삭 때 공개되지 않는 글들도 많은데 저는 개인적인 추억, 이야기들을 모두 읽은 거죠. 서툴지만 각자의 이야기를 열심히 써서 보내주셨어요. 저분이 그런 일을 했었구나, 그런 분이었구나. 다른 누구를 이해하는 폭이 넓어지더라고요. 개인적으로는 다양한 분들을 이해하는 시간이었어요.

《마을담》은 연령대가 30대에서 60대까지 폭넓었는데 그러다 보니 아이를 키워놓은 상당한 기간의 경력보유여성, 은퇴자, 워킹대디, 청년 등 구성원들의 특성이 다양했어요. 서로의 글을 읽으면서 나도 그때 그랬어라고 공감도 하시고, 그러다 보니 더 정겹고 친근하게 서로를 보게 되셨죠.

▲ <마을담> 박경숙 편집인

Q.마을담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요?

더디 가고 힘들게 가도 같이 가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박경숙: 이름을 밝히고 싶어 하지 않은 분이 계셨어요. 글을 전공하면서 합평회 트라우마로 위축된 마음이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선생님도 피드백을 하기 애매한 글이라고 말씀하셨었어요. 현재 힘든 부분까지 심적으로 고통이 더해지니 점차 수업에 참여도가 떨어지고 연락만 가끔 왔었는데 그 친구가 빠지는 것이 안타까워서 개별적으로 연락을 다시 드렸죠. 단톡방에서 다른 분들 글을 보면서 본인이 마음을 열기도 하고 내려놓기도 하고 그랬더라고요. 결국 마지막에 원고를 냈어요. 그 친구가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더디 가고 힘들게 가도 같이 가게 해주셔서 고맙다고. 그 말이 너무 와닿아서 마음이 찌릿하더라고요.

조기옥: 남성들이 마을과 접촉지점이라고 해야 할까요, 마을에 적응하는 기간에 글쓰기 수업이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아요. 평생 일 만하다가 자기를 돌아보는 시간이 없잖아요. 스토리텔링 글쓰기는 자기 이야기를 안 쓸 수가 없어요. 그러면서 자기를 돌아보게 되고 이런 시간을 언제 가졌지? 이렇게 되짚는 과정이 본인들에게 회복되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평생 보고서만 쓰고, 짧은 글만 쓰고 이랬는데 자기를 재발견하는 시간이었다며 마을에서 스토리텔링 글쓰기를 계속하고 싶다는 후기를 보면 그런 생각이 더 들어요.

나로부터 출발한 이야기이기도 해요. 마을이 베드타운이었지 나의 놀이터가 아니었어요. 은퇴하고 마을에 들어왔는데 마을에 접점이 없잖아요. 그래서 글쓰기를 해보면 어떨까해서 글쓰기 강좌, 사진강좌 만들어서 주민들과 만났는데, 은퇴한 남성들도 똑같잖아요. 그 접점을 글쓰기 수업으로 했을 때, 은퇴한 남성들과 만날 수 있는 것 같아요.

Q. 앞으로 마을담계획이 궁금해요.

마을의 시간을 담는 마을담

 《마을담을 담는 시루마을발전소 강동875’

조기옥: 《마을담》을 안정적으로 안착시키려면 틀거리가 있어야 하는데, 어떻게 만들어야 하지? ‘마을발전소 강동875’라는 틀거리 안에 《마을담》을 넣어야 되겠구나. 주민들이 만드는 잡지 《마을담》을 만들고 전문적인 잡지를 출간하는 ‘마을발전소 강동875’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마을담》에서 글쓰기가 된 사람들이 일거리를 찾을 수 있도록 ‘강동875’에서 《시루》라는 잡지가 나오게 되었지요. 이번에 유명한 씨 글이 《마을담》 2호와 《시루》 창간호에 동시에 싣렸어요. ‘마을발전소 강동875’가 일자리까지는 아니어도 일거리는 만들 수 있는 틀거리가 되길 바라요.

《마을담》만으로 강동 미디어 전체를 담을 수 없으니 네트워크를 해야겠더라고요. 전체 틀거리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고민하며 강동구에 있는 다양한 미디어 단체들과 네트워크 모임을 계속하려고 해요. 정말로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지 않겠나. 저는 그렇게 보고 있어요. 《마을담》 하나만 뚝 떨어뜨려서 할 수가 없더라고요.

이 틀거리는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마을에 자산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하고 있어요. 모두 같은 생각인 것 같아요. 쉽지 않은 일인데 한 사람 한 사람 도와줘서 시너지 효과가 나고 있어요. 내가 하는 일이 아니구나. 나는 이 일을 하는 도구구나. 처음에는 딱 3명이었는데 굴리면 굴릴수록 사람이 모여요. 저 이전에 미디어 활동을 했던 분들이 뿌렸던 씨앗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Q. 한마디로 마을담이란?

박경숙: 《마을담》은 나의 놀이터.

중학교 때부터 글쓰기를 좋아했어요. 혼자 쓰기도 많이 쓰고 친구들과 편지도 많이 주고 받았죠. 연애편지도 많이 썼어요. 대학 때는 학보사에서, 사회 나와서는 출판사에서 일을 했어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매체를 만드는 것 같아요. 최근에 보니 라디오 쪽도 재밌더라고요. 어려운 것이 아니었어요. 제가 인터뷰하는 사람들 만나서 정리해서 틀면 되는 것이구나 싶더라고요. 재밌게 노는 방법을 하나 더 배웠죠.

▲ 왼쪽부터 <마을담> 박경숙 편집인, 조기옥 발행인

《마을담》은 마을의 성장판이다. 인터뷰를 마치며 떠오른 문장이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의 욕구를 깨닫고 본인을 재발견하여 다음 단계로 성장할 수 있는 장으로서 《마을담》이 기능하도록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주민“들”이라고 군집으로 묶어버리지 않았다. 전문가의 예리한 시선으로 주민 1, 주민 2, 주민 3을 각각의 특성에 맞게 바라보았다. 개별 속도에 맞춰 기다리면서도 전체 균형을 맞추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나무를 보다 보면 나무만 보이기 마련이다. 《마을담》은 나무가 잘 자랄 수 있는 숲을 조성하는 것에도 관심과 고민을 놓치지 않고 있었다. 《마을담》이 점화하여 보글보글 끓기 시작한 강동의 미디어 열기가 ‘마을발전소 강동875’를 통해 《시루》에 가득 찬 그날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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