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미디어리뷰단 콘텐츠Pick] 이상림 – 길들여진다는 것

 

최종호

 

서울 곳곳 마을미디어 콘텐츠들을 해석하고 알리는 콘텐츠픽! 이번엔 성북동의 나무 두 그루에 얽힌 이야기를 다룬 <길들여진다는 것>이라는 짧은 다큐멘터리영화를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저는 지금 동네 맥도날드에서 노트북을 켜고 화면을 바라보고 있는데요. 이야기를 어떻게 시작할까 고민하다 고개를 들어보니 창밖으로 플라타너스 나무들이 보이네요. 너무나도 익숙한 풍경. 서울 도로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나무이지요. 아무래도 이 나무라는 것엔 별로 관심이 없는 저는 동료의 추천으로 받아두었던 이 영화를 한참 한참 뒤에 꺼내보았습니다.

 

1970년대 개천을 복개하면서 심어져 40여 년간 자리를 지켜온 성북동의 플라타너스 나무들. 2016년, 그중 두 그루가 차도 확장공사를 목적으로 베어집니다. 마을미디어 활동을 하고 있던 주민 이상림님은 이 사건을 취재하며 주민들에게 말을 걸어갑니다. 베어진 나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지금의 모습이 어떤지를 묻습니다. 그 대답으로 나무들이 해주었던 역할들이 이야기되고, 이렇게 했어야만 했는지에 대한 질문이 이어집니다. 삭막한 건물 숲 속에서 그와 다른 볼 것을 만들어준 나무들, 그런 나무들이 내가 모르는 사이,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잘렸다는 것에 대한 화. 이상림님을 비롯한 성북동 주민들은 공사 중단을 위한 활동을 벌이며 답을 찾아나갑니다. 공사현장에 ‘아직 나무는 죽지 않았다.’는 현수막을 붙이고 나무를 다시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는 한편으로 주민토론회를 열어 사람들의 대화를 이끌어갑니다. ‘꼭 필요한 공사였을까? 그렇지 않아. 이 동네의 도로사정을 제대로 보지 못한 행정처사야.’ ‘나무와 도로, 무엇이 우선일까? 사라지면 되돌릴 수 없는 가치를 놓쳐선 안 돼.’ 주민들의 목소리가 이어지는 끝에 공사는 중단됩니다. 그리고 두 그루 나무의 잘린 기둥에서 잎이 피어나기 시작합니다.

 

영상 초반, 나무를 베고 있는 것에 놀라 공사현장에 찾아간 시민에게 현장작업자는 이렇게 이야기를 합니다. ‘이거 나무 한쪼가리 다 마음대로 자르는 줄 알아요? 다 지시대로 하는 거에요.’ 저는 이 말이 왜 그렇게 날카롭게 들렸는지 모르겠습니다. 왜 그렇게 화가 나서 이야기하는 것일까? 본인이 받은 지시가 절대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런 한편 다른 마음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내가 저기 있었다면, 저런 이야기를 들었다면 어떻게 반응했을까? 시켜서 한다는데 어쩌겠는가. 더 물어보는 건 피곤한 일이다. 왠지 이러고 말았을 것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성북동 주민들은 질문을 이어갔고 그 모습을 담아 보여준 영화가 저는 참 고마웠습니다.

 

마을미디어는 지역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는 콘텐츠입니다. 해당 지역 밖의 사람들에게는 조금 먼 이야기로 느껴질 수도 있지요. 사실 그 지역에 살아도 꼭 관심을 가지게 되진 않기도 합니다. TV만 해도 지역 케이블 방송보다는 전국단위 방송이 훨씬 화려하고 달콤하지요. 마을미디어 활동을 하다보면 ‘아 우리도 저렇게 화려하고 재밌게 만들고 싶다.’ 하는 마음으로 기성방송을 벤치마킹해보게 되기도 합니다. 그런 중 이 <길들여진다는 것>과 같은 이야기를 만나면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이 마을 속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는 것. 우리가 비춰야만 하는 장면들이 있다는 것. 이와 같은 이야기를 앞으로 더 다양한 지역에서 만나게 되기를 희망해봅니다.□

 


  • 다큐멘터리영화 <길들여진다는 것>
    • 연출, 편집 : 이상림 / 촬영 : 이상림, 강의석 / 음악 : 임진규 / 제작 : 엶 엔터테인먼트

-제 2회 우리서로 마을영화제 작품상

-한국영상문화제전2017 블루부문 우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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