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대본을 쓰는 당신에게, 이렇게 쓰자!

By | 2018-10-26T01:51:29+00:00 10월 26th, 2018|카테고리: 5_알아두면좋아요, 블로그|0 Comments

[편집자 주] 지난 8월 17일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에서 “방송 대본 쉽게 쓰는 법”이라는 이름의 특강이 진행되었습니다. 마을미디어 활동가를 비롯해 점점 많은 이들이 방송에 도전하는 요즘인 만큼 강의에 뜨거운 관심이 몰렸는데요. 고발뉴스 민동기 기자의 강연 내용을 갈무리하여 웹진 마중 기사로 전합니다.


 

민동기 (고발뉴스 미디어전문기자)

 

 

우리의 일상이 방송 대본입니다

저는 거의 매일 방송 원고를 씁니다. 직업이 기자이긴 하지만 ‘어쩌다’ 방송에 출연하게 됐고 지금은 ‘방송 출연’이 주된 일이 됐습니다. 그렇게 ‘어쩌다 보니’ 방송 대본을 쓰게 됐고 지금은 매일 쓰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가끔 받는 질문이 있습니다. ‘방송 대본’ 어떻게 잘 쓰느냐 하는 겁니다. 제가 전문 작가도 아닌데 이런 질문 받으면 좀 난감합니다. 저는 ‘그냥 쓰기’ 때문입니다. 제가 전달하고자 하는 사안을, 가급적 쉽게 풀어서 핵심만 정리할 뿐입니다. 조금의 과장도 없이 말씀드리는 겁니다. 저에게 다른 노하우나 특별한 방법은 없습니다.

그래서 ‘방송 대본’ 잘 쓰는 특별한 기술을 전해 드릴 순 없습니다. 다만 방송 대본을 어렵게 생각하는 분들에게 ‘팁’ 정도는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방송 대본을 ‘이렇게’ 써 왔고, 큰 이변이 없는 한 앞으로도 ‘그렇게’ 쓸 것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전해 드리는 ‘방송 대본 쓰는 법’은 그냥 참고자료일 뿐, 정답은 아닙니다. 훌륭한 방송 대본은 여러분에게서 나오는 것이지 저의 글이나 강연에서 나오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1.방송 대본은 참고자료일 뿐 교과서가 아닙니다

제가 방송원고를 쓸 때 기본 원칙으로 삼고 있는 기준입니다. 실제 방송에서 원고대로 가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입니다. 진행자와 패널들 성향에 따라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변수가 항상 발생한다는 얘기입니다.

진행자가 추가 질문이나 돌발 질문을 할 수도 있고, 패널이 ‘예정된 원고’ 외에 추가적인 답변을 할 수도 있습니다. 무슨 얘기냐? 방송에서 방송 대본만 열심히 쳐다보거나 외우면 ‘망한다’는 겁니다. 요즘 방송은 ‘대본’을 참고할 뿐 현장 상황이나 ‘시의성’에 따라 내용이 바뀌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거야 시사를 주로 다루는 기존 방송사들 얘기 아니냐? 이렇게 반문하실 분들도 있을 것 같은데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떤 방송’이 됐든 저는 방송에서 중심은 ‘방송’이지 ‘원고’가 아니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기존 방송사 시사프로그램은 물론이고 마을미디어 방송 또한 ‘방송원고’가 아닌 ‘방송’이 중심이 돼야 합니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원고는 참고자료일 뿐 그것이 교과서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제 경험상 ‘잘 쓴 원고’가 ‘좋은 방송’이 되는 건 아닙니다. 기본적인 ‘사실관계’와 ‘정확히 해야 할 부분’ 중심으로 키워드만 요약해도 됩니다. 방송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핵심내용을 잘 전달할 것인가이지 방송 대본을 잘 쓰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주된 주제와 전달하고자 하는 아이템에 대해 기본 숙지가 된 상태에서 그것에 대해 본인의 생각과 의견을 솔직하게 얘기한다면 ‘좋은 방송’이 될 수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얘기하듯이, 카페에서 수다 떠는 것처럼 말을 할 때 ‘듣거나 보는 사람’도 집중하게 됩니다.

대본을 읽듯이 방송하면 청취자와 시청자 입장에선 ‘그냥 대본을 읽는 방송’이지 ‘살아 있는 방송’ ‘진정성 있는 방송’으로 생각하기는 어렵습니다.

 

2.방송원고의 정석은 없습니다

방송대본과 관련해 가장 많이 받는 질문 가운데 하나가 ‘오프닝’과 관련된 부분입니다. ‘오프닝을 어떻게 잘 써야 하는가’라는 질문입니다. 저는 이런 질문을 받으면 이렇게 답을 합니다. “오프닝 반드시 써야 하나요? 없어도 됩니다.”

라디오 프로그램 대부분은 오프닝이 있습니다. 방송을 진행하는 사람들은 ‘오프닝’에 뭔가 멋지고 아름다운 말을 잘 정리해서 전달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그런데 저는 꼭 오프닝을 써야 하나? 이런 생각이 듭니다.

대한민국에 뉴스 앵커나 시사프로그램 진행자가 많지만 이들 모두가 ‘앵커 브리핑’이나 ‘클로징 멘트’를 하진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모든 방송진행자가 ‘오프닝’을 써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냥 날씨 얘기를 간단히 해도 되고, 일상에서 벌어진 에피소드를 간략히 소개해도 됩니다.

오프닝에 ‘멋진 표현’과 ‘멋진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라는 얘기입니다. 실제 마을미디어 라디오 방송을 진행하는 분들 중 오프닝에 신경쓰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는 오프닝에 지나치게 공 들이지 마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청취자들은 진행자들이 생각하는 만큼 오프닝에 그렇게 신경 안 쓰기 때문입니다.

오프닝은 프로그램 성격과 진행자가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을 때 필요한 것이지 반드시 해야 하는 필수사항이 아닙니다. ‘안녕하세요. 000입니다. 오늘 날씨 너무 덥죠? 아침부터 무더위가 숨 막히게 하지만 시원하게 출발해 보겠습니다’ 정도만 해도 된다는 얘기입니다.

 

3.방송에서 중심은 가 아니라 시청자와 청취자입니다

방송에서 중심은 진행자와 패널이 아닙니다. ‘나’가 중심이 아니라 듣는 청취자와 보는 시청자가 중심이 돼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저는 이 원칙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봅니다. ‘나 자신’이 만족하거나 중심이 되는 방송은 때론 청취자나 시청자에게 불편한 방송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기준을 바탕으로 몇 가지 ‘방송 대본 팁’을 알려드리면 이렇습니다. 방송은 ‘말’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문어체가 아니라 구어체가 기본이 돼야 합니다. 구어체는 가급적 대중적인 말로 풀어서 쓰는 게 좋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모든 내용을 전달하려 해선 곤란합니다. 방송은 ‘시간’을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죠. 핵심 내용 위주로 전달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내’가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전달해야겠다라는 게 정리돼 있어야 합니다.

제가 가끔 마을라디오를 듣다 보면 출연자 소개를 하지 않는 경우를 보게 되는데요. 저는 이 또한 청취자를 중심에 놓지 않아서 발생하는 ‘실수’라고 생각합니다. 같이 방송을 하는 분들은 서로 잘 아는 분일지 몰라도 해당 방송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누가 누군지’ 전혀 모릅니다. 그렇다면 진행자와 패널에 대한 소개는 기본입니다. 방송에서 중심은 진행자와 패널이 아니라 ‘우리 방송’을 듣거나 보는 청취자와 시청자라는 걸 잊지 말기 바랍니다.

 

4.그 외의 것들

저는 쉽게 풀어서 쓰는 글이 ‘좋은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방송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궁금해하는 사안에 대해 쉽게 풀어서 설명해 주는 방송이 좋은 방송이라고 봅니다. 어떤 사안에 대해 솔직한 생각을 드러내고 이를 바탕으로 소통이 되는 방송 역시 ‘좋은 방송’입니다. ‘멋진 대본’이나 ‘멋진 오프닝’을 쓴다고 ‘좋은 방송’이 되는 건 아닙니다.

방송 대본은 필요하고 중요합니다. 하지만 방송에서 대본이 중심이 되는 건 경계해야 합니다. ‘대본’이라는 기본 뼈대를 바탕으로 궁금한 게 있으면 그냥 물어야 합니다. 이런 걸 물으면 무식하다고 하지 않을까 – 이런 생각은 버리는 게 좋습니다. 방송을 하거나 인터뷰 하는 목적이 ‘폼 잡으려고’ 하는 건 아니기 때문입니다.

 

‘멋진 대본’보다 ‘우리’의 일상이 방송 대본에 잘 녹아 있어야한다는 얘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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