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매체를 찾아서 | 활자형 매체] ② 취재 : 계속하는 곳들1 – 은평시민신문

By | 2018-10-06T14:23:24+00:00 10월 3rd, 2018|카테고리: 4_주목!이콘텐츠, 블로그|Tags: , , , |0 Comments

김 기 민

** ‘마을미디어 리뷰단’은 마을미디어 콘텐츠의 지형을 들여다보고, 마을미디어를 소개하는 작업을 합니다.

[사라진 매체를 찾아서 – ① 분석 : 만들어지고, 사라지고]에서는 그 동안 얼마의 활자형 매체가 만들어지고 또 남아있는지 혹은 사라졌는지를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가 제공한 통계를 통해 확인해봤습니다. 5종이 만들어지면 2.4종이 발행을 지속하는, 딱 절반만 살아남는 지금의 현실에서 살아남아있는 곳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보고자 지난 9/13(목) 은평구 갈현동에 위치한 은평시민신문 사무실을 방문하여 박은미 편집장님을 만나 은평시민신문이 걸어온 길을 찬찬히 들어보았습니다.

은평시민신문 홈페이지 메인 화면 (2018. 9. 16 기준)

 

은평시민신문은 지난 2004년 10월 개인사업자 인터넷 매체로 출발하였습니다. 2009년 시민주주를 모집하여 주식회사 법인을 설립하고 종이신문 발행을 병행하였다가 잠시 중단하고 다시 재개하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주주와 후원자가 결합된 조직이었지만 의사결정권은 주주들만이 갖고 있는 주식회사 법인으로서는 시민미디어 운영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2014년 주식회사 법인을 협동조합 법인으로 전환하였습니다.

협동조합 법인 전환을 통해 시민미디어로서의 정체성에 맞는 운영체계와 의사결정구조를 갖게 되었지만, 한편으론 조합 운영이란 숙제를 갖게 되었다고 합니다. 전에는 신문만 만들면 됐는데 이제는 조합원과의 소통 및 활동 조직, 지역 내 타 협동조합과의 협력 등의 역할까지도 상근자들이 수행해야 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서울의 대표적인 지역언론인 은평시민신문도 지난 2012년부터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가 주관하는 마을미디어 활성화사업에 참여하고 있는데요, 이 사업이 은평시민신문에 어떻게 기여했는지, 은평시민신문이 마을미디어 활성화사업을 통해 추구하는 바는 무엇인지 여쭤보았습니다.

가장 큰 기여는 바로 인쇄비 등 신문 발행에 필요한 사업비 지원이었습니다. 은평시민신문이 마을미디어 활성화사업을 통해 추가하는 바 역시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인쇄비 등의 사업비 지원을 통해 월 1회 신문을 발간할 수 있는 여력을 확보할 수 있었고, 특히 작년부터는 격주 발행이 가능케 하는 원동력이 되어주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2004년 창간부터 2018년 현재까지 14년간 발행을 이어올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이었을까요?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사람이라고 답해주셨는데요, 작은 조직일수록 1인 의존도가 높고 사람이 바뀔 경우 조직이나 사업이 위기를 겪거나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사람을 발굴하고 키우며 재생산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내야 하지만 작은 언론사의 특성상 신문 발행이란 과업을 수행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많은 역할과 업무를 감당하고 있기 때문에 사람을 키우는 시스템을 갖추거나 조직의 역량을 쏟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새 사람을 키우지 못하고 기존에 오랫동안 일해왔던 사람들은 피로도가 쌓여 그 일을 계속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그 사람 이후 역할을 이어받을 사람이 없으면 그 자리가 공백으로 남게 되는 악순환입니다. 그 동안 아무리 잘해왔던 언론사도 그 고리를 끊고 지속성을 이어가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뒤집어 생각하면 이는 마을공동체미디어, 지역언론 활동을 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사람이 있다면 발행 후 1~2년 사이에 사라지지 않고 꾸준히 계속해나갈 수 있음을 뜻합니다. 활동의 중심이 되는 사람, 혹은 그들과 협력할 수 있는 사람, 중심 주체와 협력자들을 지원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모여 두터운 활동 그룹을 형성시키는 것이 지금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본질적인 해답이라는 것이지요.

이는 지역언론 뿐만 아니라 규모가 작고 영세한 모든 조직, 특히 공익·비영리 조직에 해당되는 본질적이고 구조적인 한계이며 풀어야 할 숙제기도 합니다. 다만 마을공동체미디어나 지역언론에게 주어진 과제가 여타 시민사회 활동가 다른 점이 있다면 미디어 활동을 통해 쌓인 역량과 지역 안에서의 다양한 관계망과 정보망 같은 경험 자산은 타 역할이나 업무처럼 단 시간의 인수인계로는 넘기기 어렵다는 점을 박은미 편집장님은 지적해주셨니다.

암울한 현실이지만 희망적인 징후들도 있습니다. 어렵게 어렵게 버티고 지금까지 이어오면서 은평 지역에 어떤 성과가 남았는지 이제 조금씩 확인하고 있다고 합니다. 2014년 이후 신문 발행이 안정화되면서 지역언론의 역할과 의미에 대해 성찰해볼 수 있는 사례들이 쌓이기 시작하고 그 성과가 지역에서 인지되면서 그것을 바탕으로 향후 활동계획이 나올 수 있었다고 합니다.

 

희망적 징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녹록치 않은 지역언론 활동을 멈추지 않고 계속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박은미 편집장님의 답변은 한국 사회가 언론인 혹은 시민사회 활동가에게 기대하는 통상적인 내용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더 깊은 울림이 있는 답변이었습니다. 어떤 대단한 사명감으로 일하지 않는다, 건강한 지역언론에 대한 고민은 있지만 기본적으로 내가 생활할 수 있게 해주는 월급이 있고 이것을 통해 나 스스로 성장하는 것은 물론 지역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의미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믿음과 보람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박은미 편집장님의 답변에서 어쩌면 은평시민신문이 언론으로서 갖는 미션과 비전, 먼 미래에 대한 이야기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안에서 일하고 활동하는 구성원 개개인의 마음가짐과 고민의 깊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먼 훗날의 이야기가 아닌, 편집장님이 생각하는 가까운 미래, 손에 잡히는 내일의 계획과 생각에 대해 마지막 질문을 던졌는데요. 기자가 더 늘고 지금보다 좀 더 안정적으로, 가능하다면 격주에서 주 1회 발행하는 신문이 되고 온라인 콘텐츠가 더 풍부해지고 노동형태를 다양화하고 직원들의 자기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좀 더 나은 일자리를 만드는 은평시민신문을 꿈꾸며 사업운영 방식을 어떻게 새롭게 바꿔볼 수 있을지 고민해야겠다는 편집장님의 답변을 들으며 ‘아, 내가 은평시민신문이 지금까지 이어져올 수 있었던 원동력의 산 증인을 2018년 9월 13일 목요일 오전 11시 갈현동 사무실에서 만나보았구나’하는 생각을 하며 인터뷰를 끝맺었습니다.

 

마을공동체미디어, 지역언론.. 세상을 좀 더 이롭게 하고 살만하게 해주는 많은 일들이 시작되고 또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은 그야말로 사람 덕분이었습니다. 은평시민신문과 같이 지난 십 수년간 계속되어 온 미디어들이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어쩌면 이미 알고 있었던 답일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묻고 또 물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누구나 알고 있지만 아무나 그 답을 온전히 실천하며 묵묵히 제 갈 길을 걸어나갈 수 있는 것은 아닌 까닭이겠지요. 은평시민신문의 존재 자체가 제가 궁금했던 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비영리·공익 활동을 위한 최고의 연대는 입금이라고 하지요. 언론사라면 구독, 그 언론사가 협동조합이라면 조합원이 되어 운영에 참여하고 신문이 계속 발행될 수 있도록 소정의 조합비를 납부하는 것이야말로 지역언론에 연대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 아닐까 합니다. 은평 시민이여, 은평시민신문을 구독하라! 은평시민신문협동조합의 조합원이 되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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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김기민은 성북동 마을잡지 「성북동 사람들의 마을 이야기」를 간행하는 주민모임 성북동천의 만년 총무이다. 마을잡지 간행사업 실무지원 역할만 맡다가 2016년 편집위원회에 전격 합류하였고, 덜컥 편집위원장으로 지명되어(!) 2년 동안 8~10호 간행 총책을 맡았다. 다음 순번이 돌아오지 않기를 열망한다. 지역의 현안과 의제를 찾고 주민들과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장을 여는 작업에 관심이 있다. 요즘은 성북동 주민참여 공공미술프로젝트에 대한 지역 공론의 장을 만들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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