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방송을 통해 마을미디어의 역할을 찾았어요! – 강서FM <특별한 그들만의 세상>

[편집자 주] 잘 나가는 마을미디어 콘텐츠의 비밀, 궁금하신가요? 2018년 마을미디어 네트워크 워크숍에서는 마을미디어로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는 마을미디어 콘텐츠에 대한 사례발표가 이루어졌습니다. <가재울음악수다방>, <들려주는 마을신문>, <특별한 그들만의 세상>, <이달의 노원> 네 콘텐츠의 제작 과정과 고민을 담은 원고를 ‘웹진 마중’을 통해서 전합니다.


 

김지혜 (강서FM)

 

마을라디오 3년차, 기획방송에 도전하다

강서FM 운영 1~2년차 때 강조했던 것은 정기적인 방송제작이었다. 3년차 이후부터 고민한 것은 기획 프로그램이었다. 마을미디어가 좀 더 지역의 미디어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방송에 대해서 운영자가 원칙을 가지고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민 각자가 하고 싶은 방송을 하도록 서포트하고 장을 마련해주는 역할에서 벗어나, 강서FM만의 색깔을 나타내고 지역과 밀착할 수 있고 누군가의 스피커가 되어 줄 수 있는, 마을의 이슈를 담아내는 방송이 필요했다. 그러던 2017년, 강서구에서 특수학교 설립에 따른 주민들의 갈등이 큰 사회적인 이슈로 불거졌다. 당시 강서FM은 그 일을 취재하거나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담아내지 못했고, 스스로를 자책할 수밖에 없었다.

▲ “장애아 학교 짓게 부디…” 또 무릎꿇은 부모들 (2017.09.06.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09974.html#csidxe4bbb4b16a8b5a895396e6746a0cff8

이듬해인 2018년, 강서FM은 2가지의 기획 프로그램을 만들 것을 계획했다. 첫 번째로 특수학교 관련 이야기를 담고 더 나아가 장애인식 개선을 함께 해 줄 프로그램이었고, 다른 하나는 시니어들에게 라디오 방송이라는 새로운 경험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그렇게 기획되어 나온 프로그램이 <특별한 그들만의 세상>과 <삼이의 삼삼한 이야기> 이다. 이 두 프로그램의 공통점은 고정 팬들이 있다는 것이다. 에피소드 별로 200회 가량의 다운로드 수가 꾸준히 나온다. 스트리밍까지 포함하면 더 많은 이들이 듣는 방송인 것이다. 방송 후엔 피드백도 활발하다. <삼이의 삼삼한 이야기>의 경우 할아버지와 이웃 손자가 이야기를 나누는 컨셉의 방송으로, 방송을 듣고 있노라면 마음이 훈훈해진다. 할아버지는 방송이라는 신세계를 만나셨고 손자가 하나 생겨 행복해 하시며 방송을 즐기신다.

 

<특별한 그들만의 세상>이 만들어지기까지

이 두개의 기획 프로그램 중 지금 자세히 이야기하려는 방송은 <특별한 그들만의 세상> 프로그램이다. 전화 목록에 있었던 발달장애 관련 주민과의 미팅을 계획하던 차에, 우연히 강서장애인부모회 사무국장인 한유정 씨와 만나면서 이 방송의 준비가 급속도로 진행되었다. 사무국장과의 미팅에서 함께 방송할 멤버를 요청했고, 그렇게 모인 엄마 3명과의 기획회의가 시작되었다. 사전 요청으로 작성해 온 기획서와 구성안을 보며 앞으로 방송에서 그려나갈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아이의 상황을 알게 된 첫 심정이나 가족들의 반응, 받아들이기까지의 심정 등 솔직한 이야기도 조심스럽게 들을 수 있는 자리였다.

이후 방송을 앞두고 첫 방송의 대본을 받았는데 ‘솔직한 엄마들의 이야기’라고 하기에는 좀 거리가 있었다. 그래서 첫 방송은 미팅을 통해 들었던 이야기를 토대로 강서FM에서 다시 흐름을 잡아드렸다. 각자 자신의 이야기에 살을 붙이는 식으로 방송 내용을 재구성하니 2회, 3회 때는 엄마들 스스로가 대본 작성의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지금은 3명의 엄마가 2회분씩 돌아가면서 작가를 하고 있다. 한 사람이 방송 작가를 전담하는 것이 부담이 되기도 하지만,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기 위해서는 방송에 참여한 모든 엄마들이 대본의 주제를 잡고 각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직접 정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된다면 책임감도 생기고, 방송의 감을 익히는 데 더 큰 도움이 될테니까. 처음부터 이런 형태를 기획해서 제안했던 것은 아니다. 사무국장을 통해 방송의 제안을 받게 된 것만으로도 다른 엄마들은 부담이었을 테니, 방송의 적응이 되었다고 생각될 즈음부터 차차 형태를 잡아갔다.

▲ 지난 7월 27일, <특별한 그들만의 세상>이 KBS1TV 뉴스에 마을미디어 사례로 소개되었다.

지금의 방송 타이틀이 만들어진 것은 기획미팅 이후 단톡방에서였다. 라디오 방송의 제목인 방송 타이틀은 큰 몫을 차지하기에 발달장애 아이들, 엄마들의 이야기를 나타낼 제목이야말로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할 고민거리인 셈이었다. 진행자와 기획자 4명이 모인 단톡방에서 어떤 단어든, 문장이든 마구 던져주길 요청했고 20개 정도의 제목 중에서 두 제목이 30분 만에 합체되어 <특별한 그들만의 세상 – 엄만 너의 세상이 궁금해>가 되었다.

+ 특별한 그들만의 세상 다시듣기

1회 바로가기 (http://www.podbbang.com/ch/10068?e=22655948)

: 아이가 아프다는 판정을 받았을 때의 심정, 가족들의 반응, 그것을 받아들이는 과정
2회 바로가기 (http://www.podbbang.com/ch/10068?e=22668136)

: 첫 방송에 대한 주위의 반응, 아빠의 적극적인 참여의 필요성

3회 바로가기 (http://www.podbbang.com/ch/10068?e=22680429)

: 장애 아이를 안고 살아가는 집안의 솔직한 19금 부부관계 이야기, 발달장애 아이들에게는 어떻게 성교육을 해야 할지 고민과 주변의 대안

4회 바로가기 (http://www.podbbang.com/ch/10068?e=22690306)

: 우리 아이를 키우는데 빠질 수 없는 치료 교육과 교육비의 부담에 대한 엄마들의 고민과 tip

 

방송 이후 주민의 반응, “고맙다

첫 방송을 한 후 주위 반응은 여느 프로그램의 반응과 남달랐다. 주위 발달장애 부모들은 방송을 들으며 눈물이 너무 나서 한 번에 듣지 못하기도 했고, 운전을 하다 눈물이 앞을 가려 옆에 차를 세워 들었다는 엄마도 있었다. 그만큼 많은 위로와 공감을 얻었다. 보통의 방송은 “잘 들었다” “잘 하더라” 이런 반응이 많은데, 이 방송의 반응은 단연 “고맙다”였다. 그런 모니터를 들은 진행자들이 그 다음 방송을 하러 왔을 때는 방송에 임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졌음을 사뭇 느낄 수 있었다.

“고맙다”는 반응을 강서FM에서 들었던 적이 또 있다. 지난 2015년 12월, 마을공동체초대석에서 <소통을 버린 학교, 경서중에서 외치다>라는 방송을 한 적이 있다. 당시 갑작스레 경서중학교가 통폐합 논의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학부모와 교사, 학생 모두 뒤늦게 알게 된 상황이었고, 경서중학교는 그야말로 묵묵무답인 상황이었다. 당시 강서FM이 한일은 그저 그 비상대책위원회 학부모를 모시고 이야기를 들었던 것인데, 이 방송은 지역에서 화제가 되어 전에도 후에도 없는 1500회 다운로드 수를 기록했다. 경서중은 이후 통폐합 논의에서 제외되었다. 강서FM이 이 일을 해결 했다고 말할 순 없지만, 가장 처음으로 이 상황을 전하고, 어디서라도 이야기를 해야 했던 이들에게는 강서FM의 자리가 고마웠으리라 생각한다. 그 순간 강서FM이 지역에 밀착한 미디어로서 기능했기에 주민으로부터 “고맙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던 것이라 생각한다. <특별한 그들만의 세상>도 마찬가지였으리라.

▲ <특별한 그들만의 세상> 사례 발표 후 토의 모습

 

앞으로도 장애가족의 스피커가 되기를

<특별한 그들만의 세상> 사례 발표 이후 토의 시간에서 다른 마을미디어 방송국에서도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방송을 통해 문제해결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무엇이 문제인지 그것을 직접 겪고 있는 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을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주는 것이 마을미디어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앞으로 <특별한 그들만의 세상>은 강서구 특수학교 이슈의 진행상황을 엄마들 스스로 스피커가 되어 전할 것이며, 자신의 이야기를 하며 치유하는 방송에서 그치지 않고 다른 발달장애 부모와 연결되고, 정보를 공유하며, 이를 기반으로 의제를 발전시키는 방송이 되기를 꿈꾸고 있다. 강서FM의 입장에서는 지역이슈에 기반한 방송을 통해 마을미디어의 제 역할을 찾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시즌1, 시즌2로 거듭나며 장애 아이를 둔 엄마들의 방송에서 그치지 않고 장애 아이와 함께 사는 비장애 형제, 자매들의 이야기, 아빠들의 이야기 등 발달장애인 가족의 이야기를 담아내길 바란다. 내년에는 이들의 방송을 토대로 공개방송도 진행하고 싶다. <특별한 그들만의 세상>이 지역 커뮤니티를 단단히 하고 공감대를 만들 수 있는 방송이 될 수 있도록 강서FM이 함께 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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