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마을미디어 청년활동가 3인 인터뷰

By | 2018-08-30T20:43:33+00:00 8월 29th, 2018|카테고리: 3_인터뷰, 블로그|Tags: , , , |0 Comments

[편집자 주] 마을미디어가 만들어지는 현장에서 힘쓰고 있는 상근활동가들, 그 중에는 청년들도 있습니다. 이번 2018년에도 새로운 청년활동가들이 마을미디어에 들어와 각자의 방송국에서 주민을 서포트하고 있습니다. 늦은 환대를 보내고 함께 고민을 나누고자 신규 청년활동가 구로FM의 정원석, 창신동라디오 덤 함다연, 강서FM 이민희 님과의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인터뷰는 지난 7월 24일 진행되었습니다.


 

주원호 (관악FM)

처음이라는 말처럼 설레는 단어가 있을까요?

첫 울음, 첫 눈, 첫 만남, 첫 데이트, 첫 키스

                                                 영화 라디오스타 최곤의 첫 방송 오프닝

 

모든 사람은 처음을 경험합니다. 그리고 처음을 겪으면서 가졌던 감정은 모두 제각각 다르겠죠. 우리 마을미디어에도 올해 활동가로서 첫 발을 내딛는 청년들이 있습니다. 이제 활동을 시작하고 몇 개월이 지났을 그들은 처음 활동하는 마을미디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요?

마을미디어 신규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하여 끝날 줄 모르는 폭염이 이어지던 7월의 마지막 주 어느 날, 마을미디어지원센터에서 세 명의 활동가들을 만났습니다.

▲ 신규 마을미디어 활동가 3인

주원호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세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우선 자기소개를 해주시겠어요? 마을미디어 활동 전에는 어떤 활동을 하셨는지도 궁금해요.

정원석(이하 원석) 저는 구로공동체라디오에서 활동하고 있는 정원석입니다. 저는 마을미디어 활동을 하기 전에는 다큐멘터리 제작 활동을 했고 지금도 계속하고 있습니다. 대학 자퇴 이후 과연 내가 좋아하는 것이 뭘까 고민하다가 영상 쪽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방송국 취업을 위해서 이것저것 준비하다가 점차 영역을 확장시켜서 다큐멘터리 제작 활동까지 오게 된 것 같아요.

이민희(이하 민희) 저는 이민희라고 합니다. 강서FM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음대 피아노과에 들어갔는데, 집안 형편이 좋지 못해서 2년제 대학에 들어가야만 했고, 제가 원했던 만큼 공부를 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다시 공부를 하기 위해서 돈을 모으려고 여러 일을 했어요. TBS방송국에서도 일했었는데, 당시 방송에 들어갈 짧은 BGM을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받았어요. 그때의 기회로 내가 진정 하고 싶은 일은 공부보다는 현장에서 고생하는 거구나 알게 됐어요. 이후에는 일하면서 포트폴리오를 준비했고, 조금 쉬던 중 강서FM을 만났어요.

함다연(이하 다연) 저는 창신동라디오 덤에서 활동하고 있는 함다연이라고 합니다. 저도 음대를 졸업했어요. 순수 클래식을 배웠는데, 졸업이 다가오면서 클래식 음악으로 성공하기엔 넘기 쉽지 않은 한계점이 많이 보였어요. 그래서 앞으로 뭘 해야 하나 고민 중이었는데, 저는 학교 다닐 때부터 창신동라디오 덤의 일을 간간히 돕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국장님께서 일거리를 소개해 주시더라고요. 창신동라디오 덤이 사회적 기업 준비를 하고 있어서 한 명 더 채용이 가능하다고 해서 일을 시작하게 됐어요.

 

내가 마을미디어에서 일하게 될 줄은!

주원호 활동을 시작하기 전 단체와의 인연이 있으셨나보네요. 어떻게 상근하게 되었는지를 좀 더 자세히 알려주세요.

다연 네, 대학교 2학년 때 교회 아이들의 장기자랑을 보러 갔다가 조은형 국장님을 처음 알게 되었어요. 자원활동가로서 창신동라디오 덤의 활동을 도우면서 청년활동가 되기 전부터 덤의 활동을 즐길 수 있었어요. 엄마사랑이야기라는 이름으로 뮤지컬도 했고, 제가 봉제인의 딸이기도 한데 봉제인 음악회에서 피아노도 쳤고. 사람들이 무언가 활동을 하다보면 자기를 빛내는 순간이 있잖아요. 그런 것이 참 예뻐 보였어요. 그리고 그런 행사들을 진행하는 국장님이 너무 신기했고. 국장님이 그렇게 저를 천천히 낚으신 거죠.

원석 저는 미디액트에서 하는 행사에 스텝으로 참여했다가 구로FM을 알게 됐어요. 그때는 그냥 단순히 알게만 된 거지 제가 나중에 일하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죠.그러다가 구로 지역에서 문화다양성을 취지로 중국동포 관련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일에 참여했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은 작업이었어요. 당사자들이 부담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그 만큼의 관계맺음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그런 것이 부족하다보니 아쉬운 결과물이 되어버렸죠. 그래서 마을을 거점으로 지속적으로 주민과 만나서 소통하면 언젠가는 그들의 이야기를 깊게 꺼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런 고민의 연장선상에서 마을미디어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민희 저는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잠시 일을 쉬면서 취업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어느 날 집에서 핫케이크를 굽고 있었는데 강서FM 김지혜 국장님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어요. 면접 경험이나 쌓을까 싶어서 국장님을 만났는데, 함께 나눴던 이야기들이 참 인상적이었어요. 보육원에서 공개방송을 준비하고 있다던가, 공익 활동을 위한 음원 제작이라던가. 국장님께서 제시해주시는 비전이나 방향성이 정말로 멋지다고 생각해서 일을 시작하게 됐어요. 즉 국장님 때문에 일을 하게 된 거죠.

▲강서FM 이민희 활동가

하는 일을 묻는다면, 이것 저것 많습니다

주원호 다들 현재 각자의 방송국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하고 계신가요?

민희 저는 그냥 다 하는 거 같아요. (웃음) 원래는 오퍼레이터, 기술 지원 등이 제 일이었는데, 외부행사가 많아지다 보니 그것도 도와야하고, 외부 미디어교육도 도와야하고, 포스터나 카드뉴스 만들어야 해서 몇 년 만에 포토샵도 만져보고…….

제 전문성을 키우기는 어려운 것 같아 고민이었는데, 강서FM에서 아이들의 노래를 CD로 제작하는 사업에서 편곡 같은 일을 하면서 조금 살리고 있어요.

다연 저는 공식적으로 방송국 안에서 SNS 담당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저희 방송국이 사회적 기업을 준비하고 있는데, 마을의 소통 거점이 되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검색이 잘 안 되어서 마케팅 전략을 고민하고 있어요.

전 사무실에서 일하는 것 보다는 외부에서 사람들 만나는 걸 더 좋아하는데, 여기서 그럴 기회를 많이 얻을 수 있어서 참 좋아요.

원석 전 아직 마을미디어 자체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아직 판단을 명확하게 하지 못하고 있어요. 그런 상황 속에서 일단 하고 있는 일은 미디어교육 준비를 지원하거나, 공개방송을 준비하거나 그 밖에 청소, 녹음 기술 담당, 방송 콘텐츠 제작 등입니다.

주원호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은 인수인계의 문제라고 할 수 있을까요?

원석 그렇죠. 정말 답답했어요. 국장님이 계시고 체계가 잡혀 있는 방송국들도 많은데, 구로FM은 아직 활동가들이 체계를 만드는 중이라 그런지 적응하는데 어려움이 많아요. 직접 활동에 부딪히면서 조금씩 배워가고 있죠.

민희 저도 인수인계가 잘 이뤄지지 않아서 내부 회의에서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어요. 나중에 언젠가 후배활동가에게 일을 물려주고 나가게 될 때, 저는 인수인계 내용을 문서로 꼭 남겨줄 거예요.

▲ 창신동라디오 덤 함다연 활동가

 

방송국의 불안정함이 고민거리입니다

주원호 5월 초부터 활동을 시작하셨으니 지금 다들 3달 가까이 활동을 하셨잖아요? 그 동안 활동하면서 일하고 있는 방송국에 대해 좋거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나눠보도록 할까요?

다연 아쉬운 점은 우리 방송국이 언덕 꼭대기에 위치하고 있어서 지리적으로 출퇴근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좋은 점은 함께 고민을 나눌 동료들이 함께 한다는 점이예요. 만약에 같이 일하는 분들이 없었다면 제가 적응하기 힘들었을 거 같아요. 국장님이 많이 바쁘지만, 그래도 함께 활동하는 구성원들이 잘 도와가며 활동하고 있어요.

원석 저는 얼마 전에 있었던 613 지방선거에서 주민마이크를 하고, 후보 토론회 가보고 했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지역의 현안이나 생활정치는 우리가 흔히 들을 수 있는 거대담론과는 또 다른 영역이고 굉장히 필요한 부분이구나 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구로 지역이 참 크잖아요. 동만 해도 15개 동이 있는데, 구로FM이 그만큼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아요. 과연 구로FM이 구로를 대표하는 미디어가 맞나 하는 의구심도 들고요. 자력으로 활동하지 못하고 지원 사업에 주로 의존해야 하다 보니 앞날이 불확실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민희 좋은 점이 있다면 역시 국장님? 회원의 밤에서도 당당하게 이야기 했어요. 친구들이 저한테 왜 돈도 안 되는 비영리 영역에서 일하냐고 물어보면 그렇게 이야기해요. 우리 방송국의 자랑은 국장님이고 나는 국장님 때문에 일하고 있는 거라고.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저는 국장님과 미디어교육을 다니면서 가끔씩 단둘이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거든요. 그럴 때마다 힘들어하시는 것이 방송국 운영에 대한 문제인거 같아요. 예컨대 뉴딜 활동가도 일할 수 있는 기간이 한정되어 있잖아요? 비영리단체에 대한 지자체나 국가의 지원이 참 부족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곤 해요.

▲ 구로FM 정원석 활동가

주원호 그럼 한편으로 개인적인 고민이나, 아직 해보지는 못했지만 앞으로 시도해보고 싶은 것이 있을까요?

다연 저는 하고 싶은 일이 참 많은데, 실력이 따라주지 못해서 고민하고 있어요. 홍보물 포스터 디자인도 하고 싶고, 현수막도 만들고 싶은데, 막상 하려고 하면 능력이 안 되서 못하고 자신감도 잃고는 하거든요. 그래서 다음 달부터 학원을 다녀야 할까 생각도 하고 있고, 컴퓨터도 새로 샀어요. 집에서 디자인 관련 공부를 하고 싶어서요.

민희 저도 기술적인 부분에서 어려움을 느끼고 있어서 마을미디어지원센터에서 진행되는 수업에도 열심히 참여하고 있어요. 강서FM에도 더 도움이 되고, 국장님께서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하시던지 조금 더 안심하고 하실 수 있도록 도움이 되고 싶어요.

주원호 조은형 국장님도 그렇고 김지혜 국장님도 이 인터뷰를 보시면 정말 감동하시겠어요. 정원석 활동가께서도 한 말씀 해주세요.

원석 저는 지금 청년활동가로 활동하고 있잖아요. 그런데 청년활동가에게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지, 무얼 할 수 있는지 아직은 잘 감이 안 잡혀요. 요즘 청년에 관한 문제들이 참 많잖아요. 생계를 꾸리는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고, 자주 이사를 해야 하고, 그러다보니 주변과의 관계가 파편화되고, 개인주의적인 삶이 익숙해져 있고. 그런데 공동체나 마을을 이야기 한다는 것이 아직은 익숙하지 않고, 그런 상황 속에서 활동 방향을 그린 다는 것에 조금은 어려움을 느끼고 있어요. 일단은 현재 저에게 부여된 일들을 성실히 해나가야겠죠.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제가 다큐멘터리 제작자이기도 하니깐 라디오 다큐멘터리를 한번 기획해서 만들어보고 싶어요. 예전에 영국 BBC에서 다큐멘터리를 만든다고 해서 제작 과정을 지켜 본 적이 있는데, 카메라 없이 녹음만 하는 걸 보고 의야 했었거든요. 그런데 그게 라디오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거였어요. 그래서 그걸 보면서 흥미가 생겼었어요. 재미있겠다. 나도 한 번 해보고 싶다. 생각했었죠.

주원호 라디오 다큐멘터리라니 참신한 생각이네요. 꼭 시도해보시면 좋겠어요. 시간이 많이 흘렀는데, 이렇게 오랜 시간 이렇게 좋은 이야기 나눠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끝으로 한마디씩 인터뷰 소감 나누면서 마치도록 할까요?

민희 끝났네요. 감사합니다.

다연 저는 저 말고 다른 활동가분들을 만나서 신기하네요. 즐거웠습니다.

원석 항상 인터뷰를 진행하는 입장에 있다가 이렇게 대답하는 입장이 되니깐 상당히 어렵고 ‘편하게 이야기 하세요’ 라는 말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이렇게 다른 활동가들과 함께하는 자리가 많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주원호 네 모두 감사합니다. 인터뷰를 기획하고 도와주신 이세린 활동가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인터뷰를 마친 후 즐거운 시간!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신규활동가 3인의 의욕에 찬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열심히 본인들이 원하는 것들을 하나 둘 이뤄나가기를 기대하겠습니다. 옛 속담에 시작이 반이라는 이야기도 있잖아요.□

 


필자소개

주원호 (관악공동체라디오)

주원호는 인권과 공동체의 가치에 대해 고민하며 활동하고 있는 미디어활동가입니다. 모두 함께 행복하게 사는 세상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주로 소수자와 노동자, 지역사회에 대한 미디어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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