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천구 주민, 발언대 앞에서 멈춰선 이유

By | 2018-07-08T17:27:14+00:00 7월 8th, 2018|카테고리: 2_기획, 블로그, 이슈|Tags: , , |0 Comments

-6.13 마을미디어 지방선거 ‘주민마이크’ 캠페인 후기

 

이성호 (라디오 금천)

 

동네 주민이 직접 지방선거 정책을 제안하다

늦봄의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11시 시흥4거리. 라디오금천의 회원들이 하나둘 모여든다. 누구는 책상을 펴고 누구는 스티커판을 만들어가고 누구는 스피커를 설치한다. 한 회원은 옆에 상가에서 전기를 끌어오고 ‘한 시간 동안 조금만 시끄럽게 할게요’라고 인사를 한다. 뜨거운 햇살에 땀이 비 오듯 하지만 묵묵히 자신의 일을 시작한다. 11시30분. 스피커에서 거리의 주민들에게 소리를 뿜었다. “지방선거가 다가옵니다. 이곳에 살고 있고 살아갈 주민들이 후보자들에게 필요한 정책을 제안하는 주민마이크입니다.”

공동체 미디어 라디오금천이 5월28일 시흥4거리에서 ‘나는 주권자다-주민마이크‘ 행사를 개최했다. 서울마을미디어네트워크와 공동 주최하는 ‘주민마이크’는 28일 강서, 관악, 용산, 동작, 노원 등 서울시내 곳곳에서 동시에 개최했다. 라디오금천과 같은 마을미디어들이 6월13일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주민들의 필요한 정책들을 자신의 목소리로 직접 전달하고자 만들어 진 자리다. 윤명숙 라디오금천 대표는 “동네에서 살고 있는 주민들이 직접 마이크를 통해 불편한 점이나 정책들을 제안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라디오금천의 주민마이크, 이렇게 준비했다

지방선거에서 마을미디어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가의 고민은 올해 초부터 시작됐다. 라디오금천은 ‘지방선거 대응팀’을 구성해 구청장, 시의원, 구의원들의 후보자들의 초청인터뷰를 기획하고 있었고, 서울마을미디어네트워크를 통해 서울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주민마이크’ 또한 제안 받았다. 4월 초에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거리에서 주민들의 생각을 들을 수 있는 생생한 기획이라고 생각했지만 후보자 초청 토론회와 지역에서 진행하고 있는 정치참여 프로그램들과 연계하면서 어떻게 풀어갈 지 고민이 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거리의 주민들을 만나는 자리는 그 만큼의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다.

우선, ‘발언대’라는데 그런데 누가 나와서 발언을 할까?의 고민이 컸다. 현장 발언이 많지 않을 것 같다는 예상을 했고 마을과 라디오금천 주변인들에게 정책제안 발언을 요청했다. 그리고 ‘1인 발언대’ 보다는 인터뷰 형식을 가져가기로 했다. 1시간 동안 끊임없이 진행하고, 인터뷰를 해야 할 것을 감안해 3명의 인터뷰어를 배치했다. 그리고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에게 인사하고 내용을 설명해 인터뷰까지 사람을 이끌어야할 사람들도 2명을 배치했다. 포스트잇을 적도록 안내하는데 2명, 사진촬영만 맡은 사람도 1명을 배치했다.

장소는 어떻게 할까? 안정적인 공간? 유동인구가 많은 공간? 선택을 어찌 해야 할지 고민이었다. 1순위는 안정적인 공간에서 점심시간을 활용한 기획을 잡았다. 직장인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시간을 점심시간으로 맞췄다. 1순위 자리는 아파트형공장이었지만, 사유지라는 이유로 협조가 거부됐다. 가슴 쓰리지만 바로 2순위 시흥4거리로 갔다. 신호등이 바로 앞에 있어 일정 시간 동안 머물 수 있고, 바로 옆에 작은 쉼터가 있어 공간의 혼잡도가 적고 구경꾼(?)을 만나기도 좋은 자리라고 판단했다.

형식과 공간이 정해지면서 급하게 홍보물을 제작했다. 후보자인터뷰 준비, 지역정치참여프로그램까지 진행하면서 거의 매일 만나다시피 하던 금천의 지방선거 대응팀에서 주도적으로 진행시켜 갔다. 기획하고 준비하고, 최종적으로 하루 전에 모든 물품이 확인되고, 회원들이 역할을 분담했다.

 

 

주민들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다

28일 당일, 5월치고 강렬한 햇빛이 내리쬐는 가운데 시작한 주민마이크는 예초 예상을 깨고 주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받게 됐다. 쉼터에 앉아 있던 할머니는 ‘노인들이 부담 없이 갈 수 있는 공간’을 요청했고, 그 옆에 있던 아기엄마는 ‘방송통신대학교 학생인데 공부 할곳이 만만치 않다. 방통대 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 상가의 핸드폰 매장에서 근무하던 한 청년은 ”구체적인 정책은 모르겠지만 대한민국이 좀 더 평등한 나라, 정의로운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신호등을 건너다 멈춘 주민은 “요즘 낮이 길어졌는데도 불구하고 가로등이 늦은 시간까지 켜져 있어 전기가 낭비되고 있다. 시간을 조절해 달라”는 생활 밀착형 주문이 이어졌다. 한 가산동에서 왔다는 한 주민은 “가산정보도서관 근처로 얼마 전 이사했는데 인도가 없어 아이와 함께 걷기 무섭다.”고 교통정책을 제안했다. 한 시간의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갔고 회원들은 묵묵히 정리하고 후보자 인터뷰를 향해 달려갔다.

평가의 자리, 예상보다 적극적인 주민들의 반응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객관적 조건에서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었고, 신호등이 그들을 잠시 멈춰 세울 수 있었다는 것, 그 사이에 회원들이 적극적으로 안내하고 인터뷰로 끌어냈다는 것이 주요했다.

주민들이 ‘이야기’를 하고 싶은 욕구를 가지고 있었다는 점도 주요했다. 주민들은 주민마이크를 통해 자기가 살고 있는 마을과 동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표현했다. 3월부터 시작된 후보자들의 예비 선거운동 기간부터 시작된 선거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자신의 이야기를 할 자리가 없었던 것에 대한 아쉬움이 표현되는 것이 아닐까? ‘라디오’에는 사전에 준비된 사람들, 섭외된 사람들의 소리가 담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주민마이크처럼 무작위 주민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획으로 주민과의 접점을 넓혀 삶의 목소리를 전하는 계기를 만들어 가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

기술적인 평가로는 야외에서의 녹음이 불안한 모습이 나타난 것도 극복과제로 꼽혔다. 모든 장비를 다 끌고 가면 되겠지만, 최소한의 필요한 장비로 안정적인 녹음을 만들어내는 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었다.

 

 

유권자를 넘어서 정치의 주체로

지방선거, 동네일꾼을 뽑는 선거라지만 사실 유권자인 주민들이 ‘투표’라는 과정으로 우리의 의무와 권리를 전부 행사한 것일까? 라디오금천의 ‘우리동네 정치살롱’은 정치의 주체가 정치인과 정당이 아닌 ‘주민’일 수 있는 과정을 만들자는 취지의 프로그램이었다. ‘우리동네 정치살롱’에는 금천구의 45개 단체가 참여해 25회의 토론회, 간담회를 가져 주민의 정책을 만들어 갔다. 라디오금천과 서울마을미디어네트워크가 함께 만든 ‘주민마이크’도 주민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아내고 끄집어내는 것에 큰 역할을 담당했다.

총선, 지방선거, 대선. 선거는 1년, 2년마다 치러진다. 그 선거라는 공간에서 시민들이 ‘유권자’라는 이름을 넘어 ‘주권자’로, 정치의 ‘객체’가 아닌 ‘주체’가 될 수 있다는 마음과 실천을 보는 계기가 ‘주민마이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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