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 이슈] 경계를 넘어, 함께, 날자 – 2017 마을공동체미디어 포럼 후기

By | 2018-05-08T12:44:25+00:00 1월 24th, 2018|카테고리: 2_기획, 블로그, 이슈|1 Comment

채우석(강북FM 활동가)

 

12월 15일 오후 2시, 서울시청 8층 다목적홀에서 2017 마을공동체미디어 포럼 ‘경계를 넘어, 함께’가 열렸다. 2012년 첫 포럼이 열린 이래로 벌써 6번째. 마을미디어 사업이 매년 더 큰 관심을 받으며 성장하고 있는 만큼, 올해의 포럼 역시 여느 때보다 많은 90여 명의 활동가들이 참석하여 자리를 빛내주었다. 마을미디어는 지난 6년 동안 양적으로, 또 질적으로 발전해왔다. 그러나 그를 뒷받침하는 실질적인 정책의 변화는 여전히 요원한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현재 우리사회에서 마을미디어가 갖는 의미와 그 도약을 위해 필요한 조건들을 이야기 하는 것이 올해 포럼의 주요 이슈였다.

 

▲ 2017 마을공동체미디어 포럼 ‘경계를 넘어, 함께’ / 2017.12.15. 서울시청 8층 다목적홀

 

 

마을미디어의 의미와 방향

 

사회를 맡은 김노경 수원영상미디어센터 센터장의 인사말로 포럼의 본격적인 막이 열렸다. 1부 기조 발제는 ‘일상의 공론장, 마을공동체미디어’라는 제목으로 정은경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 실장이 발표했다. 발표에는 마을미디어의 역할 소개를 비롯해 포럼 전체를 아우르는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마을미디어는 사적표현을 공적으로 만들어 주고, 단절된 개인을 사회와 연결하여 준다. 적극적으로 지역사회에 개입하고 변화를 이끌어 내는 참여의 기능을 갖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들을 결과물로 남김으로서 지역을 기록하는 역할까지 수행한다.” (정은경)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 조사에 따르면, 서울의 마을미디어 단체들은 사람, 공간, 재원, 사례모델 등의 성장기반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현재 매체로 자리 잡은 단체들은 마을에서 저마다의 역할을 수행하며 노력하고 있지만, 매우 어려운 여건에 처해 있다.

정은경 실장은 대부분의 단체 운영담당자들이 현재의 상황에 대해 “임계점에 도달했으며 이제는 새로운 국면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열악한 구조 하에서는 더 이상의 발전은 물론이고, 유지조차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불안정한 장래를 고민하다 결국 마을미디어 활동을 포기하는 활동가들을 목격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은경 실장은 현재 시행되고 있는 지자체 차원의 유행성 지원 사업으로는 가장 시급하게 당면한 인건비와 공간 문제의 근본적 해결이 요원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현재와 같은 프로젝트성 단기 사업 지원이 아닌, 실제적인 운영 지원이 장기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한 가지 방안으로, “정부가 방송사업자로부터 징수하여 공익 목적을 위해 사용하게 되어있는 방송통신발전기금을 마을공동체미디어에 지원한다면 현재보다 안정적이고 규모 있는 마을미디어 운영이 가능해질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인건비, 공간 지원 등 운영지원이 탄탄하게 이뤄진다고 해도 그는 사실 단기대책일 뿐이며, 마을공동체미디어를 제3의 미디어 영역으로 인정하고 시민의 커뮤니케이션권리를 제도적으로 보장해야만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 발표의 결론이었다.

마을공동체미디어가 공공재적 성격을 가진 공공의 영역이라는 근본적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이다. 기존의 미디어를 통해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일반 시민들의 기본적 복지 차원에서 마을미디어를 다뤄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와 같은 인식 및 정책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과정에서 활동가들의 크고 끈끈한 조직화와 꾸준한 공동체 발굴 작업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 분명하다는 점 또한 강조했다.

 

일상의 공론장, 마을미디어

 

1부 지정토론 차례에는 김기민 성북동천 편집위원장과 조은형 창신동라디오 덤 방송국장, 정수진 부산민언련 마을미디어연구소 소장이 각각의 사례를 중심으로 발표했다.

 

성북동천의 경우 성북구와 시민들의 조직이 협업하는 과정에서 마을미디어 사업이 주민모임의 발전을 촉진시킨 사례이다. 지역현안을 다루면서 지역문제에 대한 주민들의 목소리를 모으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자원봉사에 의존하는 활동, 거점공간의 부재, 자체적 재원 마련의 어려움 등 개별 주민모임이 지역 공론장 조성의 주체가 되기에는 너무 많은 한계가 존재함을 체감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성북동천의 호소는 뭇 활동가들의 공감 섞인 탄식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창신동라디오 덤의 경우, 봉제인들의 마을이자 도시재생 선도지역이라는 특별한 조건 하에서 활동하면서 보다 작은 단위의 마을미디어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인지하게 됐다고 한다. 작은 마을을 매일 직접 마주하면서, 내부의 갈등 관계를 파악하고 그 사이에서 마을미디어가 소통과 공론의 장을 만들어 주민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었던 경험을 들려주었다.

반대로 구 단위의 큰 마을미디어만이 지원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서도 명확히 느낀 바, 서로 보완 협력하며 발전해 나갈 것을 제시했다. 마을미디어 단체별로 다루는 마을의 범위가 제각각인 상황 속에서 상당히 유의미한 지적이었다.

 

부산에서는 주민들이 직접 마을의 의제를 공유하고 확산한 마을신문 「반송사람들」과 「대추나무골」의 사례를 보여주었다. 개인적 이야기에서 시작한 마을미디어는 곧 주민들이 서로 엮이며 사회화되는 만큼, 주민들이 모이고 엮이는 과정이 중요하며 더 큰 마을미디어 네트워크의 필요성이 절실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부산에서도 네트워크 차원의 움직임에 대한 목소리가 대두되고 있으며, 그 속에서 개인 또한 성장하리라는 기대가 크다고 한다.


▲ 2017 마을공동체미디어 포럼 참여자들 / 2017.12.15. 서울시청 8층 다목적홀

 

마을미디어, 2단계로 진입하기

 

2부 기조발제는 양승렬 동작FM 방송국장의 ‘마을에서 들리는 라디오가 되자! 마을미디어 활성화를 위해 2단계 과정으로 진입하기’였다. 마을에서 마을미디어를 접하기가 어렵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마을미디어의 성과와 한계를 돌아보고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한 목표와 과제를 제시했다.

 

마을미디어는 지난 6년간 괄목할만한 성장을 거듭해왔으나, 미비한 지원과 인식의 부재로 한계에 부딪혔다. 양승렬 국장은 촛불과 새 정부, 지방선거 등 눈앞에 닥친 시대적 상황을 잘 이용하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상태를 지속하면 지금껏 달려온 마을미디어가 이대로 다시 쇠퇴기에 돌입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의 마을미디어는 기반 시설과 환경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소규모 비영리 활동의 특성상 지속적 운영에 무리가 따르고, 또한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에 기반하는 경우가 많아 그 확산에 한계가 있다.

양승렬 국장은, 지금까지는 활동의 1단계로서 마을공동체미디어의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기획하고 개발해왔다면, 이제부터는 2단계로 넘어가 안정적으로 운영할 기반이 되어줄 하드웨어인 기반시설 및 인프라, 지원제도를 구축하고, 더 널리 소프트웨어를 퍼트리는 활동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과 프로젝트 중심의 지원을 넘어, 시스템과 플랫폼 구축, 안정적인 인력 지원, 제도적 지원책 마련 등 보다 큰 틀에서의 근본적인 지원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에 맞추어 활동가들은 소프트웨어의 공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마을미디어 매뉴얼과 오픈소스를 개발하여 널리 전파하고, 동시에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발족하여 연대하고 행동할 것을 당부했다.

▲ 2017 마을공동체미디어 포럼 기조발제 / 2017.12.15. 서울시청 8층 다목적홀

 

활성화를 위한 조건 사람, 인프라, 채널

 

2부 지정토론 시간에는 황혜원 용산FM 방송국장과 강태수 제주영상위원회 영상교육팀 주임, 박민욱 성북마을미디어지원센터 센터장이 각자의 사례를 발표했다.

 

용산FM은 사람의 힘으로 지금까지 발전해 올 수 있었으며, 앞으로의 지속가능성도 “사람에 달렸다”고 이야기했다. 운영담당자와 상근활동가, 그리고 핵심 참여회원들의 열정이 마을미디어를 지속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별다른 지원 없이, 열정적인 사람들의 헌신만으로는 마을미디어가 더 유지되기 어렵다는 점을 호소했다.

많은 단체들이 부족한 일손과 불안정한 활동가들의 생활 문제로 허덕이고 있다. 지속가능한 마을미디어를 위해, 상근활동가는 그 근무기간에 제약이 없어야 하고, 부족한 활동가가 더 충원되어야 하며, 운영담당자는 생활비 걱정 없이 일할 수 있어야만 한다는 황혜원 국장의 말은 마을미디어 활동가라면 누구나 공감할 이야기였다.

 

제주영상미디어센터의 경우, 중간지원조직으로서 때로는 주민들의 멘토이자 컨설턴트 역할을 수행하고, 때로는 정책적 협력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수행하며 마을미디어 사업 확산에 노력해왔다고 설명했다. 일방적 지원보다는 마을이 주체가 될 수 있는 협력을 강조하며, 센터가 인적, 물적 인프라를 제공하는 중간매개 및 촉매제로 역할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성북마을미디어지원센터는 성북구청 소속으로, 조금 더 특별한 케이스이다. 직접 성북마을TV를 운영하며 자체적인 콘텐츠 유통 플랫폼을 구축했고, 마을의 현안을 다루고 공론화하면서 지역공론장으로 기능했다. 그 과정에서 지역을 대표하는 언론으로서의 발전가능성도 보았고 나름의 영향력을 느끼는 사건들도 겪었다고 한다.

“이제는 정말 마을미디어가 마을을 변화시킬 때가 되었다.”고 박민욱 센터장은 말했다. 마을미디어가 주민자치의 결정적 도구로 기능하면서, 참여하는 주민들의 역량은 강화되며 점점 더 지역에 대한 영향력과 대외적인 위상도 올라가게 된다는 것이다. 마을미디어의 자체적인 콘텐츠 송출 플랫폼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성북마을미디어지원센터의 행보는 여러모로 좋은 사례가 되리라 생각한다.

▲ 2017 마을공동체미디어 포럼 종합토론 / 2017.12.15. 서울시청 8층 다목적홀

 

경계를 넘어, 함께

 

이번 포럼을 통해 각각 다른 환경에서 성장해온 단체들의 다양한 사례가 발표되었지만, 한편으로는 모두 한 목소리로 동일한 메시지를 외치고 있었다. 마을공동체미디어는 이제 새로운 단계로 넘어가야 하는 시점에 이르렀으며 그를 위해 정책과 인식에 큰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행정은 일시적 사업지원 후 자립을 요구하며 개별 마을미디어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대신 마을미디어의 공공성을 인정하고 보다 근본적이며 제도적으로 운영지원을 해야 하며, 그러한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하여 마을공동체미디어의 전국적 네트워크 형성과 정책연구, 공론화 등 규모 있는 행동이 실천되어야만 한다는 발표자들의 외침에 개인적으로도 많은 지지를 보낸다.

 

임계점이란, 물리학에서 액체와 기체의 두 상태가 혼재해 있는 임계 상태에서의 온도와 증기압을 의미한다고 한다. 임계점을 돌파하면 액체상태의 물질이 기체가 되어 날아갈 수 있으며, 반대로 임계점을 돌파하지 못하면 액체는 기화될 수가 없다.

지난 6년간 고군분투하며 성장해온 마을공동체미디어는 지금 임계점을 눈앞에 두고 있다. 마을공동체미디어가 시민들의 목소리를 담고 더 멀리 훨훨 날아갈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고대해 본다. □

 

[관련 자료] 2017 마을공동체미디어 포럼 ‘경계를 넘어, 함께’ 자료집

(아래 링크 연결)

 

[마중 데일리] 2017 마을공동체미디어포럼 D+6 : 포럼 다시보기(카드뉴스)

(아래 링크 연결)

http://maeulmedia.org/blog/2017/12/21/%EB%A7%88%EC%A4%91-%EB%8D%B0%EC%9D%BC%EB%A6%AC-2017-%EB%A7%88%EC%9D%84%EA%B3%B5%EB%8F%99%EC%B2%B4%EB%AF%B8%EB%94%94%EC%96%B4%ED%8F%AC%EB%9F%BC-d6-%ED%8F%AC%EB%9F%BC-%EB%8B%A4%EC%8B%9C%EB%B3%B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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