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 이슈] 에필로그 : 전망이 절박했다 – ‘마을미디어대표선수를 만나다’ 인터뷰 진행자 조은형 국장

By | 2018-02-01T15:09:21+00:00 1월 25th, 2018|카테고리: 0_커버스토리, 블로그|1 Comment

[편집자주] 성과모델 만들기 일환으로 진행한  ‘마을미디어대표선수를 만나다’ 인터뷰가 15회로 마무리되었다. 인터뷰 진행을 담당한 조은형 국장이 그 간의 인터뷰를 정리하며 에필로그를 보내주었다. 인터뷰 및 에필로그는 책자로 발간될 예정이다.


 

조은형 국장 (창신동라디오덤)

▲ 총 15명의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인터뷰한 창신동라디오덤 조은형 PD

 

6년차, 만5년의 마을미디어 활동. 내리 달렸다. 활동의 결과물들이 성과로 드러났고 사람의 변화를 목격했다. 방송이 만들어진다는 것, 변화를 일궈낸다는 것이 신기했고 아쉬운 부분을 하나씩 보완해나가면 ‘좀 더 살맛나는 사회’라는 꿈이 손에 잡힐 것만 같았다. 그렇게 빠르게 달리며 몇 년째 숨이 턱까지 차올라 있었다. 토가 나올 것 같을 때에만 잠시 쉬었다. 그러나 이런 열정의 행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지원 사업이 끊기면 활동이 지속되기 어려운 상황. 심지어 지원 사업에 선정되어도 최저생계비에 훨씬 못 미치는 활동비로 에너지를 바닥까지 긁어 쓰고 있는 상황. 그런데 자립하라는 요구는 왜 그리 당당한지. 현장 활동가들이 그 누구보다 많은 땀을 흘리고 있는 것 같은데 말이다. 공익활동가, 미디어 전문가에 더해 유능한 사업가까지 되라 하는 요구. 그래 수퍼맨으로 유전자를 바꾸면 가능할지도 몰라.

최선을 다한 뒤, 상당한 성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느끼는 지금의 위기감은 내가 활동하는 지역과 단체의 특징에서 비롯된 것일까. 동 단위 마을라디오. 생계활동으로 많은 시간을 써야만 하는 서민 동네. 시민사회 네트워크 기반이 약한 종로구. 현안을 다루는 미디어 콘텐츠제작과 조직운영 및 경제적 자립에 역량이 부족한 운영자. 그래 다 우리의 특수성 때문이지 하고 물러서자. 그래도 이 순간에도 여전히 또렷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우리의 경험은 놀라웠고 그동안 쌓인 노하우는 상당하다! 이 경험들이 무로 흩어지지 않고 이 사회의 자산이 될 수 있도록 도약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최근 이런 고민이 뇌리에 들러붙어 있었다.

그러니 일정에 쫒기면서도 인터뷰어 제안이 기뻤을 수밖에. 마을미디어 운영자들의 고민과 지혜, 각 단체의 난관과 돌파 방식을 보며 현장에 매몰된 좁은 시야를 넓히고 싶었다. 다른 단체의 좋은 사례를 적용하거나, 비교를 통해 우리만의 특징을 선명히 해서 갈팡질팡하는 혼란을 정리하고 싶었다. 한편 지금 마을미디어가 각개 전투로 돌파하기 어려운 지점에 와 있다면, 어떤 방식으로 함께 힘을 모을 수 있을지 확인하고 싶었다. 그렇게 마을미디어 만5년 활동가의 ‘전망(展望)에 대한 절박함’이 이 프로젝트와 만났다. 결코 가벼운 마음은 아니었다.

▲ 왼쪽부터 황혜원 국장, 조은형 국장, 박준만 PD

꿈꾸고, 움직이고, 함께 하고, 성찰하고

인터뷰는 즐거웠다. 꿈꾸고, 움직이고, 함께 하고, 성찰하고… 마을미디어 운영자들은 그렇게 삶을 일궈내는 향기 짙은 사람들이었다. 나는 잠시 절박감을 잊고 이들의 땀 냄새와 향기에 취해 15번의 짧고 멋진 연애를 했다. 뭔지 모를 씨앗들이 뿌려졌고 희망이 저 밑바닥에서 꿈틀댔다. 그 흔적이 라디오 방송과 글로 남겨졌으니 많은 분들에게 이 경험이 공유되었으면 한다. 이 프로젝트로 드러나고 흩뿌려진 씨앗은 지금은 그게 무엇인지 명확히 명명할 수 없으나, 분명 언제고 어디선가 싹틀 것이고 열매 맺을 것이다. 여기 에필로그에서 나의 의미망에 걸린 굵고 선명한 씨앗 몇 개 건져올리기로 한다. 참고로 인터뷰어로서 중요하게 품었던 질문은 활동의 동기, 네트워크 그룹, 코어그룹 형성 과정과 특징, 활동의 질적 변화와 그 계기, 운영자가 주목해온 활동의 의미, 난관과 해법, 수익구조 등이었음을 밝힌다.

▲ 인터뷰 중인 창신동라디오덤 조은형 국장

 

  1. 마을미디어 자리매김과 인력구조

단체(여럿의 모임)의 입장에서 보면, 일반적으로 미디어교육 수강이 시작점이 된다. 교육을 통해 마을미디어 콘텐츠를 만들어 보는 것은 중요하다. 제작 환경에 대한 고민 없이 참여자의 수준에 맞게 세팅된 환경에서 미디어 활동의 매력을 맛볼 수 있는 귀한 경험이기 때문이다. 많은 경우 이 과정을 거치며 참여자의 삶은 충만해지고 경험과 결과물에 감격한다. 그러나 교육이 마무리될 즈음 지속 활동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다. 지원금으로 모셔온 강사에 기대어 만들었던 콘텐츠를, 자체적으로 제작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몰려온다. 콘텐츠 기획과 대본 구성은 스스로 한다 해도 장비나 프로그램을 다루는 기술을 익히는 것은 만만한 일이 아니다. 업로드와 배포 및 홍보도 해야 하고 플랫폼 관리도 해야 한다. 장비도 빌려와야 하고 공간도 구해야 한다. 여기쯤 다다르면 참여자들은 짧고 멋진 추억으로 미디어 활동을 정리하고 우수수 떨어져나기 쉽다. 관심이 있더라도 직장생활, 가정생활을 유지하며 취미로 이 모든 활동을 참여자 스스로 감당한다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서 모임이 지속되는 단체는 코어그룹이 탄생하는 경우이다. 미디어 활동에서 반짝이는 의미를 봤거나, 미디어 제작 과정이 어지간히 재미있었거나, 미디어 제작기술이 있어 활동에 부담이 적은 사람들이 남아 지속을 위한 작당 모의를 한다. 기술, 홍보, 플랫폼 관리, 장비와 공간 등 버거운 일들을 찾아 공동으로 해결해 지속참여 가능성을 높인다. 누군가가 그 버거운 일들을 맡는다. 그 누군가가 버텨만 준다면 콘텐츠 제작 활동은 유지될 것이다. 장비 및 공간 임대료, 홍보 인쇄료 등은 참여자들이 돈을 모아 해결하거나 공모사업을 통해 충당하고, 그 누군가의 활동에 보상을 고민할 터이다. 그마저 없다면 그 누군가는 긴 시간 버티기 어려울 것이다. 여기까지가 공모사업으로 교육이 운영된 뒤 미디어 콘텐츠 제작이 지속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여기까지만 되어도 개인의 관심사에 기초한 자기표현 활동으로서의 취미동아리는 가치를 갖는다.

그러나 마을미디어 매체는 여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다. 개인의 관심사 너머 ‘마을의 이야기를 담는 콘텐츠’를 제작하기 때문이다. 소식방송, 현안을 다루는 방송, 주민 참여형 공개방송 등의 사례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러한 방송은 품이 많이 든다. 참여자가 많아 제작 과정도 복잡하지만, 그 외에 폭넓은 공동체 활동이 바탕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역 단체 조사, 정보 취합, 지역 모임 발굴, 네트워크 활동, 관심자 확대 및 관심자에 대한 적절한 응대 등 활동가는 끝없는 관계망에 놓이게 된다.

즉 마을미디어에서 어떠한 콘텐츠든 ‘지속적으로 제작’ 하려면 지원 인력이 필요하고, 여기에 더해 마을 이야기를 담은 ‘마을 콘텐츠를 지속 제작’하려면 지역공동체를 엮기 위한 인력이 추가로 필요하다. 상근활동가 없이는 상상하기 어려운 구조이다.

▲ 가재울라듸오 황호완 PD 인터뷰 – 페이스북 생중계로 송출

 

  1. 마을미디어 매체 운영의 동력세 가지 동기

미디어 교육이 진행되기 이전, 교육을 기획하는 운영자가 존재한다. 마을미디어 활동의 촉발은 보통 이 깃발 꽂는 운영자의 의지에서 비롯된다. 서울시 마을미디어는 운영자의 의지와 서울시 마을미디어 지원사업의 만남으로 시작된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운영자의 의지는 어떤 동기에서 비롯되는가. 인터뷰를 하며 세 가지 동기를 목격할 수 있었다.

 

첫째로 지역운동으로서의 미디어 활동에 주목한 운영자들이 있다. 시민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고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활동으로서 마을미디어에 관심을 갖는 것이다.

지방자치나 직접민주주의에 가장 어울리는 게 공동체라디오, 마을미디어라고 생각해요. 공중파에서 구현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여기선 가능한 거죠. 마을방송국이 민주주의 훈련의 장이자 주민들이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되면 세상이 달라지지 않을까요?(가재울라듸오, 황호완)”

내가 사는 동네를 평등하고 평화로운 곳으로 만들고 싶은 공통된 지향을 갖고 있죠지역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주민참여 사업이 성공하려면 누구나 말할 수 있는 권리가 가장 중요합니다저는 단도직입적으로 마을미디어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면 더 나은 미래를 그리기 힘들다고 봅니다.(동작FM, 양승렬)”

 

둘째로 지속적 미디어 콘텐츠 제작에 대한 열정으로 활동을 시작한 운영자들이 있다.

콘텐츠는 지속가능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멀지 않은 주기로 지속될 때 콘텐츠의 색깔이 드러나고 힘이 실려요. 물론 콘텐츠가 누군가에게 전해지거나 파급효과를 크게 가지려면 조직이나 단체가 애를 써야 하죠. 하지만 콘텐츠가 3년쯤 지속될 때, 내용이 탄탄할 때,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내용일 때 콘텐츠 자체가 힘을 갖습니다.(강서FM, 김지혜)”

정년 이후 하고 싶은 일을 생각하다 <실버넷뉴스>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오랜 꿈을 실현한 거죠. 다른 어르신 분들의 동기도 비슷해요.(성북실버IT센터 김금순)”

 

셋째로 지역에 대한 애정과 공동체성에 대한 선호로 시작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대학이후 서울 여러 동네를 살아봤지만 해방촌에 살게 되면서 이 동네 매력있다고 느끼게 되어 꾸준히 관찰하다 해방촌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워낙 많아서 아예 잡지를 만들자고 결심했어요. 회사 사람들이 아닌, 동네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피드백 받고 싶었고요.(남산골해방촌, 배영욱)”

복지관에서 공익근무를 하며 공익적인 일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그리고 청년들의 개성 넘치고 활기찬 모습을 좋아했어요. 처음부터 미디어 활동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건 아니지만…. 제 지향과 선호가 결집된 게 노원유쓰캐스트 활동이라고 봐요.(노원유쓰캐스트, 장재석)”

 

그러나 운영자의 첫 의지가 무엇이었든 간에, 매체로 정착한 단체 운영자들의 인터뷰를 하다보면, 이들 세 가지 동기 모두가 작동하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 창신동라디오덤 조은형 국장 인터뷰 – 이 날 진행은 용산FM 황혜원 국장이 맡아 주셨다.

 

  1. 마을미디어 매체의 영향력 지역현안 다루기

이웃과의 취미활동이 첫 동력이었던 마을미디어 단체도 활동을 지속하면서, 지역 현안을 다루는 것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16년을 기점으로 질적인 변화가 시작됐어요. 창간할 때 기본 포맷은 역사문화자원 소개, 동네 점포 소개, 주민 인터뷰, 자유기고 등이었어요. 그러다 2016년부터 지역사회 현안에 대한 글을 다루기 시작했어요. 그동안 지역의 역사문화자원을 탐색하고 주민 개개인의 생활사를 다루었다면 이제는 주민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공통 의제와 생각을 나누는 장이 필요하다고 본 거죠.(성북동천, 김기민)”

공론장의 필요성 그 자체를 다루기도 하고(성북동천, ‘성북동 지역개발 의사결정 구조와 과정’ 워크숍), 선거방송을 진행하기도 하며(가재울라듸오), 명확한 입장을 가지고 이슈파이팅을 하거나(용산FM의 화상경마장), 다양한 생각들을 기록하거나(창신동라디오 덤 봉제마을 살 길 찾기), 소식방송에서 다루는 시도들(은행나루마을방송국 소식방송)을 한다.

 

그런데 이것이 보통 문제가 아니다. 내용을 정리해 자료를 만들고, 주민들을 모아 워크숍 혹은 간담회를 열거나 현안을 다루는 미디어 콘텐츠를 제작하는 과정은 상당한 안목과 전문성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훈련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끊임없이 토론하고, 정보를 교환해요. 넓은 시야를 갖는 건 분명 하루아침에 되는 건 아니지만, 마을미디어가 지원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해요다양한 사람의 이야기를 전하고, 작은 목소리를 모으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의제라는 말이 거창하고 어렵게 다가오고 내가 할 수 있을까?’ 생각하시는데 절대 그렇지 않아요. 내가 살아가는 삶이 의제가 되는 거예요. 아이들을 학교에 보낸 후 그 내부의 정말 엄청나게 무시무시한 일들이 벌어지는 게 보이는 것처럼요한 명을 공격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어요. 내 삶의 이야기로 시작하면 되는 거예요. 전 가사노동자로서 힘든 점, 여성으로서 부당했던 경험을 얘기할 수 있지만, 제 일이 아닌 이야기 예를 들면 20대 남성의 이야기는 할 수 없어요. 제가 모든 영역에 걸쳐 이야기할 수 없으니, 그건 당사자분들의 도움을 받아야죠.(은평시민신문의 박은미)”

▲ 왼쪽부터 기획자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 정은경 , 기록자 김푸른, 은평시민신문 박은미 편집장, 진행자 조은형, 도봉N 나윤석 PD

한편 동작FM 양승렬 국장은 지금 시기의 마을미디어가 중요한 변화의 길목에 놓여있다고 말한다. 마을미디어 활동가들의 지역 이슈-현안 다루는 능력 향상도 물론 필요하지만, 이에 부응하는 제도적 지원이 함께 있어야만 질적 도약이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마을미디어 활성화를 위한 1단계가 끝난 지금 2단계로 넘어가지 못하고 있어요. 이 시기가 길어지면 모두가 지치고, 기대치와 참여 열기도 낮아질 수밖에 없죠. 우선 최소한의 공간, 장비, 인력이 있어야 마을방송국이 지속적으로 방송을 제작하고 지역활동을 다양하게 벌이면서 지역사회에 자리 잡는 1단계를 진행할 수 있어요. 2단계는 지역사회 매체로서의 영향력과 이슈파이팅입니다. 제도적인 지원 없이는 절대 불가능해요. 드물게 이벤트 식으로는 해볼 수도 있겠죠. 하지만 일상성을 견지하면서 한 단계 도약하려면 주파수 문제나 신규 허가제도가 열려야 마을미디어가 커갈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될 때 참여자들도 마을미디어를 더욱 잘 활용할 수 있고, 나아가 일자리도 만들어집니다. 우리에게도 명확한 비전이 생길 수 있고요.

▲ 사람이 힘이다- 동작FM 양승렬 국장, 신소연 PD

  1. 난관 돌파 시도조직 내 원칙들

마을미디어 매체로 자리 잡기까지 과정에서 고비가 있었냐는 질문에 운영자들은 다양한 난관과 해결과정을 제시했다. 여기서는 조직 내 운영과 관련해 흥미로운 세 가지를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첫 번째는 방송 제작 관련 약속이 잘 지켜지지 않는 것에 대한 대처이다. 참여자가 사정을 말하고 어려움을 토로할 때 참여 기준을 낮춰주는 경우가 많은데, 오히려 기준을 선명히 하고 타협 없는 운영을 하는 방법으로 효과를 보는 사례가 있다.

방송은 매주, 격주 꾸준히 하지 않으면 효과가 없어요. 한 달에 한 번 할 거면 하지 말라고 해요. 취미 생활로 하시려거든, 죄송하지만 강서FM에서는 허용해 드릴 수가 없어요많은 운영자들이 이 점을 간과하는 것 같아요. ‘자원활동가들에게 어떻게 지속가능을 강조하고 요구할 수 있지?’라고 생각하시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걱정하면 평생 얘기할 수 없지 않을까요? 판을 깔아주고, 방송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우리의 역할에 대해 당당함을 가졌으면 좋겠어요.(강서FM, 김지혜)”

방송을 개인의 자율과 재량에 맞기고,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모집하니 흐트러질 때가 많더라고요. 결방이 잦으면 방송국이 돌아가기 어렵고, 1회 총회에 불참하는 분들이 많아서 시스템을 재편하자고 뜻을 모았죠. 총회 빠지면 벌점 0.5점이고, 결방해도 벌점이고요. 총 벌점이 3점이 되면 퇴소해야해요. 그렇지만 운영진을 소집해서 회의하고 동의를 구하면 벌점을 리셋할 수 있어요. 어디까지나 다 같이 풍성하게 방송을 만들어가자는 의미로 도입한 제도니까요.(노원유쓰캐스트, 장재석)”

강서FM은 운영자의 확고한 입장이 양질의 방송을 원하는 지역참여자들의 필요와 맞아떨어져 짧은 시간 큰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노원유쓰캐스트는 3진아웃제를 도입한 뒤 진통이 있었으나 이를 통해 기반을 다질 수 있었고, 2017년 방송PD 공개모집에 109명이 지원하는 놀라운 기록을 남겼다.

▲ 왼쪽부터 조은형 국장, 강서FM 김지혜 국장

 

두 번째는 일의 전문성과 능률을 높이는 조직 운영방식으로, 운영진과 PD의 명확한 역할분담이다. 운영진은 수시로 만나 정기회의를 하고, 홍보물 제작, 이벤트 진행 등으로 방송제작자를 써포트 한다. 한편 기수별로 선발된 PD는 월간총회에 참석하고, 정해진 시간에 맞춰 방송을 제작 한다. 노원유쓰캐스트는 2017년 지원자 109명 중 15명만을 PD로 선발했는데, 이 방식으로 운영진이 커버할 수 있는 최대 규모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 한다.

세 번째는 조직 운영 구조에 따라 생기는 ‘입장차이로 인한 갈등’의 대처법이다. 마을미디어 매체로 자리 잡는 과정에서 필요한 인력을 배치하면서 조직구조가 생겨나고, 조직원들의 참여 방식과 내용에 차이가 발생한다. 방송제작 참여자, 운영진, 상근활동가, 뉴딜청년일자리 활동가 등 다양한 활동참여방식에 따라 활동비 지급 여부, 활동 동기, 관심의 초점, 단체에서의 영향력 등에 차이가 생기고 이는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특히 대부분 사회초년생인 뉴딜 일자리 청년활동가들은 시스템이 잘 갖춰지지 않은 근무 조건에서 혼란을 겪고, 수평적 관계 활동에 익숙한 운영진은 동료가 아닌 고용주로 보는 시선에 어리둥절하기도 한다. 프로젝트로 활동비를 받는 사람은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서비스 업무를 하고 그에 길들여진 참여자들은 자발성이 떨어지기도 한다. 한편 현안에 대한 의견이 달라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 차이에 따른 갈등은 인간사회에서 필수 불가결한 것이므로 ‘정보는 투명하게 공개하고 차이는 선명하게 드러낸다’는 원칙에 맞게 대응하는 것이 좋겠다. 각자 살아온 과정과 처한 위치가 다른데, 갈등을 그냥 덮어버리면 마을미디어가 원하는 다양성은 꽃피울 수 없을 것이다.

참여자와 갈등도 겪었어요. 예민한 지역의 이슈를 다루며 의견이 충돌할 때도 있었고요위계적인 시스템이 아니잖아요. 우리 모두 주인이니까, 어떻게 중재를 해야 할지 훈련이 필요하죠. 어떤 원칙에 따라 이견을 조율할지 체계를 세워나가고 있어요작은 일이라도 의논하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조직에서 배제된다는 느낌이 들면 가장 위기죠. 사실 급한 사람 입장에선 물어보고 하나, 내가 판단해서 하나 (어떤 면에서는) 똑같거든요. 급하고 바쁠수록 쉬운 방법을 찾게 되지만, 뜻을 함께한다면 일도 나누고 의견도 나누면서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자꾸 기회를 줘야 합니다. 그런 자리를 수시로 마련해야 해요. 내 목소리가 의미 없는 목소리라고 느끼면 서운해지고, 이 일이 의미가 없다고 느끼는 순간 여기 있을 이유가 없어지거든요.(은평시민신문, 박은미)”

 

▲ 창신동라디오덤에서 인터뷰 중인 조은형 국장

 

  1. 난관 돌파 시도조직 밖 영향력 확장

일부 방송국에서는 들쑥날쑥한 방송콘텐츠에 대한 보완책으로 지속할 가치가 높은 콘텐츠를 시즌제로 운영하기도 한다. 시즌에 따라 사람이 바뀌어도 콘텐츠는 유지되므로, 참여자는 부담을 덜고 콘텐츠의 인지도는 높아질 수 있다.

중간에 사람이 나가도 지속할 수 있는 기획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개 기획자가 나가면 방송도 사라지는데, 다른 사람이 와도 방송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가재울라듸오는 대부분 실무자가 방송을 기획하고 PD나 진행자를 모집하는 구조에요. 구성원 개인이 관심 있는 주제로 직접 기획하기도 하고요. 이 두 축으로 기획되고 있습니다음악방송이나 이야기 중심 방송을 배치해요. 사람이 바뀌어도 남을 수 있는 방송을 고민하죠. 지역 밀착형 방송에 대한 고민도 끝이 없지만, 역시 사람과 기획, 지속가능성이 중요하다고 봅니다음악방송은 사람이 바뀌어도 가능해요. <가재울 음악수다방>도 길게 가고 있어요.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월간지를 기반으로 방송을 제작하기 때문에 사람이 바뀌어도 제작이 가능합니다. 사실 진행하는 분이 관두시면 사라질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지속가능한 구조를 목표로 삼고 시스템을 갖춰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가재울라듸오, 황호완)”

 

한편 지역 단체의 행사에서 공개방송과 라디오체험 교육을 응용 결합하여, 행사의 질을 높이고 방송국 인지도를 넓혀나갈 뿐 아니라, 수익사업을 시도하는 경우도 많다. 강북FM, 가재울라듸오, 동작FM, 마을미디어뻔, 라디오금천, 창신동라디오 덤 등은 다양한 시도를 통해 노하우가 축적되어 왔다. 또한 페이스북 생방송, 팟빵 생방송 등 기존의 팟캐스트 송출 시스템의 한계를 넘어 실시간 반응을 통해 방송의 소통기능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시도도 주목할 만하다.

그리고 미디어 생태계 조성을 위해 다른 단체의 미디어 활동 지원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두 단체의 활동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두 눈이 번쩍 뜨이는 큰 안목의 대승적 활동이었다.

마을미디어는 주민들, 그러니까 미디어 환경에서 배제된 분들을 불러내서 어떻게 미디어에 노출시키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마을미디어의 본령입니다저희의 기본 목표는 지역의 유일한 마을방송국, 또는 대표적인 마을방송국이 아니예요. 마을미디어뻔처럼 작더라도 꾸준히 이어나갈 수 있는 방송국이 많이 생기면 좋겠어요. 중랑구 전체의 방송 환경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미디어 네트워크 사업을 하거나 지역에서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지원도 할 생각입니다.(마을미디어 뻔, 박수영)”

동네 터줏대감이 없으면 다양한 미디어가 활성화되기가 어려워요. 맨땅에 헤딩해야 하니까요. 기기나 기술을 서포팅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계속 갈 수 있어요. 훈련하고 방송을 할 수 있게 하는, 기본 역할을 라디오금천이 했다고 봐요마을미디어가 늘어나야 하는 건 맞고, 라디오금천이 성장하려면 협력자이자 경쟁자가 필요해요. 필요를 느끼는 사람이 점진적으로 정책을 바꿔나가야겠지요우리만 크는 게 아니고 타 단체의 성장을 돕는 건 분산이 아니라 힘을 키우는 방식이에요. 미디어의 힘이 커지지 않으면 라디오금천도 클 수 없어요. 미디어에 관심 있는 분들이 늘어나야 감시자도 늘어나고, 질 높은 미디어가 생산되고 만족도도 높아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것입니다.(라디오금천, 이성호)”

▲ 성북실버IT센터 김금순 선생님 인터뷰 중

 

반짝이는 단서들을 남기고

인터뷰를 하며 반짝거림을 느낄 수 있었던 땀 묻은 경험의 조각들. 다양한 수익 사업, 터한 지역의 특성에 따른 전략들, 매체에 따른 특성, 공간에 따라 변화한 활동 내용들… 이해하고 싶었지만 깊이 들여다보지 못한 내용들이 많다. 아쉽지만 다음 연애를 위해 남겨두기로 한다.

전망이 절박했던 6년차에 만난 마을미디어 운영자 동료들. 이들과 동시대에 비슷한 꿈을 꾸며 활동하는 것이 자랑스럽다. 그리고 이들의 반짝이는 이야기 조각들로 퍼즐을 맞춰 현안다루기와 조직운영의 변화를 전망해본다. 그리고 함께 돌파해야 하는 지점에 와있음을 절감하며 연대활동에 힘을 모으기로 한다.

독자 여러분들도 자신의 경험에 따라 반짝이는 조각들을 모아 퍼즐을 맞춰볼 것을 권한다. 마을미디어 활동의 현황과 나아갈 방향의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땀 묻은 향기 짙은 경험이지 않은가.

하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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