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_스케치] 내가 할 수 있는 미디어를 찾아서 – 2017 마을미디어 기본이해교육 후기


이연수(호박이넝쿨덩쿨)

 

누군가 삶이 우연의 연속이라고 했던가. 정말 우연히 마을잡지를 만드는 교육에 참가하게 되었고 10주간의 교육이 어느새 끝나가고 있었다. 우리가 받는 교육은 일방적 지식전달이 아닌 상호교류 방식의 교육이어서 무척 재미있고 흥미로웠다. 서로가 쓴 글을 낭독도 하고 이런 경험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이런 교육 과정이 재미있는 건 내 생애 처음이었다. 마을잡지 교육시간에 자신의 글을 낭독하다 울컥하는 사람도 있었고, 다른 이의 낭독을 듣다가 눈시울이 젖기도 하였다. 늘 별 생각 없이 지나던 마을의 골목길을 다니며 서투르지만 진심을 다해 카메라 셔터를 눌러보기도 했다. 그렇게 찍혀진 사진은 그냥 내 새끼처럼 소중하더라.

그런 과정을 지나고 교육의 마무리쯤에서 마을미디어지원센터 이주훈 센터장의 수업이 있었다. 다소 지루할 것을 각오하고 참여한 수업은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게는 뼈와 살이 되는 지식전수의 과정이었다.

 

▲ 2017 마을미디어 기본이해교육-호박이넝굴덩굴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나의 권리!

 

미디어에 대한 시민 권리

  1. 미디어를 읽을 수 있도록 교육받을 권리
  2. 미디어를 뜻대로 쓸 수 있는 능력을 전수받을 권리
  3. 만들어진 미디어를 사람들과 공유하고 나눌 권리

 

나는 그동안 얼마나 무지했던 것일까? 한 번도 이런 것들이 나의 권리라고 인지하지 못했다.

그냥 배우고 싶으면 스스로 배우는 선택옵션이라고만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그동안 ‘미디어 문맹인’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싶다. 더구나 미디어는 기록과 가공의 과정을 거치면서 전혀 다른 의미를 전달할 수도 있는 속성이 있으므로 그 속성을 이해하고 잘 가려서 받아들이는 능력이 꼭 필요하다.

때때로 개인이나 소수의 구성원을 가진 단체들이 만든 영상이나 인쇄물을 접하기도 했지만,

나도 그런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 보지는 못했다. 그리고 참으로 불행했던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 주는 미디어가 얼마나 우리에게 소중하고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 생생하게 보고 느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모두 각각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스피커를 동등하게 가질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말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외국에서는 이미 시민들이 소유하고 운영하는 미디어들이 꽤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 2017 마을미디어 기본이해교육-호박이넝굴덩굴

 

외국의 시민미디어 운영사례

 

캐나다는 1960년대 지역문제 해결에 비디오를 활용하였고, 2012년 7월에는 공동체 라디오에 대한 기금지원을 결정하여 실행하고 있다. (매년 1백만 달러-한화 약 11억 원 규모)

또한 상업방송사의 이익금 일부를 캐나다콘텐츠발전기금(CCD)으로 납부하고 이를 공동체라디오 지원기금으로 활용하고 있다.

미국은 공동체 채널을 가진 케이블방송국이 3000여개에 이르며, 1972년 전민상위 100순위 내에 있는 케이블TV 중 3500가구 이상의 가입자를 갖고 있는 케이블회사의 매출액중 5%내외를 지자체에 납부하도록 하여 이 기금으로 퍼블릭엑세스 채널을 운용하도록 하고 있다.

남미 지역은 새로운 미디어법을 통해 공동체 및 비영리 영역에 주파수와 채널의 33%를 할당하고 있다.

일본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때 공동체라디오의 재난방송이 재난극복에 큰 역할을 하였다.

다양한 언어로 방송하여 재난 당한 사람들에게 정보를 전달하고, 트라우마 치료를 위한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정부와 NGO구호활동을 모니터링을 담당했다.

공동체라디오는 이런 활약을 통해 재난상황에 초기경고-긴급대처-재건 및 복구-미래재난의 피해완화와 대비를 이루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강의를 들으면서 상상해보았다. 장맛비가 쏟아질 때 우리 동네 정릉라디오가 정릉천의 상황이나, 아리랑시장 방향 배수로 상황 같은 걸 알려주면 전국방송보다 훨씬 알차고 소중한 정보가 될 것임에 틀림없었다.

또한 정릉에서 성신여대로 넘어가는 도로의 정체상황과 문제점을 의논한다면, 모두 귀 기울여 듣게 되고 각자가 생각하는 해결방안을 전달하기도 훨씬 쉽지 않겠는가!

신청곡 하나 선곡되기가 힘든 공중파방송에 비하면 말이다.

그러니 당연히 우리도 공동체미디어를 만들고 활성화시켜야 할 것이다.

이 지당한 명제를 나는 이제야 알았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이것을 알고 실천하려고 노력해 주신 분들이 계셨다.

그 움직임의 역사를 대충 정리해보면


우리나라 공동체미디어의 역사

– 1980-1990년대 시청자운동

YMCA등 시민단체중심으로 아동 청소년 중심으로 주로 보호주의적 관점에서 실행

– 2000년대 방송법개정

퍼블릭엑세스 개념이 도입

시민방송국 RTV 개국

– 2002년 미디어센터 설립

2002년 미디액트 설립

계층별, 세대별 미디어교육 및 활동지원

현재 전국 30여개 미디어센터 설립

– 2004년 공동체라디오 시범사업

1W 범위로 주파수 소유

전국 8개 사업자 선정

지역/마을 단위 방송 운영

– 2009년 공동체라디오 정규사업

전국 7개 사업자로 축소-관악, 마포, 성남, 성서 등

– 2012년 마을미디어 사업시작

우리마을미디어 문화교실 1,2기

교육이후 마을미디어 개국-구로FM, 와보숑TV 등

– 2013년 마을미디어 활성화사업

마을미디어 지원센터 개소

서울 50개 이상 마을단위 참여

교육 및 활동지원, 네트워크, 정책 등


이렇게 몇 십 년의 노력의 결과로 오늘날 내가 이 교육을 받는 혜택을 누리고 있는 거구나!

그동안 내가 주장해야 하는 건지도 모르고 있는 사이에 이렇게 나의 권리를 위해 애써주신 분들이 계시다는 사실에 새삼 감사를 드리게 된다. 알았더라면 크게 보탬이 되지는 못했을망정

작은 도움을 드릴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 데 말이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되새겨 알아야 할 우리의 권리가 있으니 바로 1999년에 개정된 통합방송법의 내용이다.

 

– 69조 7항-한국방송공사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시청자가 직접 제작한 시청자 참여프로그램을 편성하여야한다.

– 70조 7항-종합유선방송사업자 및 위성방송사업자는 미래창조과학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의하여 시청자가 자체 제작한 방송프로그램의 방송을 요청하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를 방송하여야 한다.

 2017 마을미디어 기본이해교육-호박이넝굴덩굴

 

내가 할 수 있는 미디어를 찾아서

 

정말 어마어마한 법조항이 아닌가 말이다. 이 법조항의 개정으로 인해 KBS1TV는 월100분 이상 시청자 참여프로그램을 편성하여야 하고, 위성방송에는 시민방송 RTV가 개국하였으며 케이블TV는 시민들의 프로그램을 방송하여야 하게 되었다. 이런 노력과 지원 속에서 마을미디어는 한걸음한걸음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라디오,TV, 잡지 등 매체의 종류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고, 참여자들도 연령, 성별, 직업, 계층을 넘어 그 폭이 점차 넓어지고 있다. 그럼으로써 이웃소통과 갈등해결의 중재자로서의 역할도 점차 커지고 있다. 또한 서울에서 처음 시작하였으나 이제는 점차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중이다. 마을미디어를 ‘호박이넝쿨덩쿨’을 통해 알게 되었는데 전국적인 추세라고 하니 우리의 걸음걸이에 좀 더 속력을 내도 좋을 것이다.

강의가 진행됨에 따라 나도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슴이 더워졌다. 이렇게 더운 날씨에 먼 곳까지 방문하여 알토란같은 지식을 알려주신 센터장님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다시 한 번 전하면서, 그의 노고로 또 한 명의 시민이 새로운 눈을 떴음을 알려드리고 싶다. 그리고 우리가 진행하려고 하는 마을잡지를 위해 나의 정성과 마음을 쏟을 것을 다짐해본다.

 

This Post Has 2 Comments
  1. 후기를 연수누닌께서 쓰신다 하셨을 때, 또 얼마나 정성 가득한 글이 나올지 궁굼하더니… 하효~
    역시 또 한자 한자 정성이 가득하네요^^
    연수누닌 정성 덕에 또 무언가 우리 눈 앞에 나타나겠죠?!^^ 마을 사람들의 열정과 재주, 연수 누닌의 정성으로 반죽되고 발효되어 곰삮은 맛 가득한 장과 같이 해주실 얘기 늘 가득한 시골집 할머니 할아버지같이 마을 사람 모두가 언제나 맛보보 찾아오는 잡지도 나오고 방송도 나오길 기대를 부풀이고 부풀입니다^^ 글 쓰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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