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_후기] 타인을 이해하는 법 – 2차공모 선정단체 간담회에서


[편집자주] 6월21일에 마을미디어활성화사업 2차공모 선정단체 간담회가 있었다.  선정단체 간담회는 공모에 선정된 단체들이 모여 서로 인사를 나누고, 그 해 사업 진행 방법과 정산방법을 배우게 된다. 매년, 때로는 1년에 2번 하는 행사이지만 신규단체들에게는 새로운 경험이다. 올해 마을미디어에 새롭게 참여하게 된 신규단체들의 시선으로 선정단체 간담회를 돌아보고자 이번 기사를 기획하게 되었다.


문문 (창작집단3355)

 

 

▲ 2차공모 선정단체 간담회

 

간담회에 갔어

나와 내 친구는 2017 서울마을미디어활성화사업 하반기 선정단체 간담회라는 행사를 다녀왔다. 6월의 일이다. 우리는 창작집단3355 라는 이름으로 <골목영화 여름캠프>라는 프로젝트를 내가 사는 동네에서 하겠다고 지원서를 썼고 그것이 선정되었기 때문이다. ‘동네가 촬영장이 되고 내 가족과 친구가 배우가 되고 자기가 사는 집은 이 기간 동안 캠핑장이라고 생각하기’

창작집단3355는 서대문이라는 지역을 매개로 만나서 창작자들이라는 공통점으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올해 봄, 이 이름으로는 생전 안하던 행동을 했는데 지원사업에 공모한 것이다. 올 여름에는 매번 다른 지역 어린이나 청소년들하고 하던 걸 우리 동네에서도 하면 재밌겠다 라고 누군가 입을 열었고 나는 홍제천변과 안산이 촬영장이 되도 재밌겠는데 라고 맞받아쳤다. 그리고 수업이 끝나고나도 계속 오며가며 얼굴을 볼 수 있는 ‘동네 아는 어른’으로 남을 수 있다는 게 우리가 생각한 제일 매력적인 점이었다. 일회성 인간관계, 교육을 통해 매번 겪고 있는데 장단점이 모두 있다. 그런데 이거 계속 반복되니까 지겹다는 감정과 회의감이 누적되버렸던 것이다. 가뜩이나 모든 게 일회적이고 단절되있는 이 도시에서.

 

▲ 2차공모 선정단체 간담회

 

조금 다른 서울살이를 하고 싶었거든

 

모든 사람에게는 여러 겹의 정체성이 있다. 나와 내 친구들은 시대적인 요청과 출생년도를 가지고 ‘청년‘이라고 불리는 세대이다. 자, 그럼 서울에서 ‘청년’이라고 불리는 우리의 삶을 조금 들여다보자. 나와 내 친구들에게 내가 사는 동네란 택배를 받는 주소지 이상의 의미가 없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대체로 일찍 ‘방’에서 나와 밤늦게 들어간다. 부모와 함께 사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체로 우리는 집이 아니라 방에서 살고 있으며 그 방은 매우 열악하거나 비싸다. 한 달에 버는 수입 중 주거비용이 이토록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도시는 드문 일인데 안타깝게도 우리는 서울을 떠날 수가 없다.

우리는 청소년 시절에 서울에 살던 서울에 살지 않던 서울에 있는 대학을 가라는 요구를 받으며 자랐다. 가족과 학교를 비롯해서 온 세상이 우리에게 그렇게 가르쳤다. 그리고 대체로 얌전히 그것을 따랐다. 많은 비서울권 거주자 청소년들이 서울에서 20대를 시작하는 이유는 대학 입학과 함께 그것을 독립이요 통과의례라고 생각해서였다. 대학을 졸업하고 많은 시간이 흐르는 동안 우리에게는 줄지 않는 학자금 대출과 신념이라고 부를만한 어떤 취향과 함께 울고 웃는 친구들이 생긴다. 서울살이가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하면 돈을 많이 주는 직장에 취직을 하거나 서울을 떠나라는 조언을 하는 사람들도 생겨나는데 (대체로 나보다 나이가 많다.) 여기서 또 안타까운 표정을 한 번 더 짓자면 둘 다 매우 어렵다. (설명은 생략하는 걸로)

다시 말해보자. 우리는 서울에 사는 동안 학자금대출만 크고 깊게 남아 있는 게 아니라 사람과 시간이 쌓여 버렸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은 평소에 느끼기 힘든 만큼 완전히 삭제하기도 어렵다. 내가 사는 도시, 그 큰 도시 안에 어느 지역, 그 지역의 좀 더 작은 단위와 골목들에는 내가 아끼는 단골집이 있고 산책하는 천변이 있고 동네 놀이터가 있고 친구방이 있다. 거기서 열망이 생겨나는 것이다. 좀 더 진짜 관계망을 갖고 싶다는 열망. 주소지 너머의 어떤 것들을 원하게 된다.

 

 

▲ 2차공모 선정단체 간담회

 

여기 다들 그런 마음인가 봐

 

그렇다. 나와 내 친구들은 각자의 작업과 생존에 치여 살고 있고 그 와중에 다른 일상과 관계를 꿈꾼다. 선정단체 간담회에 와보니 다들 발화점이 비슷한 거 같았다. 형태만 조금씩 서로 다르고 (영상, 팟캐스트, 라디오, 잡지와 책 등등) 그 마음이 향하는 지점은 서로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걸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는 당연하게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운영 기간과 함께 쌓인 경험과 단체와 모임을 선정하며 생긴 직관들이 있었을 것이다. 이 간담회는 구체적이고 명확한 목표가 있는 자리이다. 선정 단체들이 본인들의 프로젝트를 서울마을미디어활성화사업이라는 하나의 틀 안에서 자유롭고 원활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 목표일 것이다. 우리는 그 정도를 기대하고 갔고 보조금집행방법과 주의사항, 협약체결 내용을 들을 거라는 건 예상하고 갔다.

그러나 간담회 장소에 갔을 때 우리를 맞은 첫 표정은 환대의 공기, 화면에 계속 재생되고 있는 이전에 진행된 마을미디어사업들의 영상(좀 더 집중해서 보고 싶었는데 소리가 작서 아쉬웠지만), 의욕에 찬 사람들의 표정이었다.

 

▲ 2차공모 선정단체 간담회

 

실무적인 이야기는 2부에 배치했고 1부에 진행된 건 내가 남을 소개해주는 시간이었다. 각 모임 및 단체들은 자신들을 설명하는 두 가지 키워드를 종이에 적는다. 그리고 그 키워드가 적힌 종이를 타인에게 건네고 왜 이런 키워드를 우리가 적었는가를 소곤소곤 조근조근 설명하는 것이다. 그리고는 하나 둘 일어나서 오늘 처음 본 다른 모임에 대해 설명해야 했다. 물론 내가 나를 설명하는 것이 가장 편하고 정확할 것이다. 다들 자신들의 머릿속에 비전과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들어있으니까 말이다. 생전 처음 본 사람에게 단 몇 분 만에 모임에 대한 설명과 우리 모임이 뭘 하려는지를 당사자만큼 알 수 있도록 전달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아예 스스로 설명하는 팀들도 여럿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간담회에서 가장 빛나고 흥미있던 시간은 바로 그 시도였다. 소통을 하겠다고 마을미디어 프로젝트를 자기 지역에서 실행하려는 당신들, 타인을 얼마나 믿고 이해하려고 하는가 보여 달라. 각자 그 순간 얼마만큼의 마음의 힘을 썼는지는 모른다. 나는 일단 그게 필요하다는 건 느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소통이 중요하고 그걸 위해 뭔갈 하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이라면 좀 부족하게 느껴지더라도 일단 상대방의 말을 더 많이 들어야한다, 기다려 줘야 한다, 이해하고 이해받도록 노력하고 그게 내가 원한만큼 안되더라도 실망하지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상대방이 잘 할 거라고 믿고 그 선의와 노력을 믿어야 한다고 다들 생각했겠지.

나는 즐거웠다. 나는 대체로 모든 시간들을 재밌어한다. 재미 의미 케미 셋 중에 하나라도 있어야 몸과 마음이 움직이는데 간담회 때 그 셋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모임들이 서울 도처에 깔려 있다는 걸 일단 확인은 했다. 올해 말에 우리를 비롯해서 선정된 모임들이 어떤 예상치 못한 고난과 결실들이 있었을지 알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는 걸로 알고 있다. 기대하고 있다.

 

▲ 2차공모 선정단체 간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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