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_이슈대담] 도시재생과 마을미디어<2편>


[편집자주] 서울시는 ‘함께 만들고, 함께 잘살고, 함께 행복한’ 도시를 만든다며 서울시 곳곳에서 도시재생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사업 정보가 충분히 주민들에게 알려지지 않거나 주민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문제가 되기도 한다. 마중 이슈대담에서는 도시재생 사업 지역에서 마을미디어를 운영 중이거나 운영 예정인 활동가들과 함께 도시재생 지역에서의 마을미디어의 역할에 대해 토론해봤다. 토론 내용은 창신동라디오덤, 용산FM, 동작FM에서 방송되기도 했다. 마중에서는 대담 전문을 1, 2편에 나눠 싣는다.


▲ 창신동라디오방송국덤

 

 

방송 다시듣기

창신동라디오 덤 http://www.podbbang.com/ch/4565?e=22319894
용산FM http://www.podbbang.com/ch/7604?e=22328588
동작FM http://www.podbbang.com/ch/6160?e=22319734

 

 

 

 

<1편에 이어 계속>

 

▲대담 진행중인 창신동라디오덤 스튜디오

 

 

마을미디어, 도시재생에 대한 주민들의 다양한 생각 드러내는 역할

조은형 (창신동라디오 덤, 이하 조) : 지금까지 마을미디어가 도시재생과 어떻게 결합했는지 이야기 나누었는데요, 이제 진짜 중요한 세 번째! 도시재생 지역에서 마을미디어가 필요할까, 그리고 그 활동의 의미가 무엇일까요. 어때요, 필요한 거 같으세요?

황혜원 (용산FM, 이하 황) : 필요한 거 같아요. 소통이 원활하지 못했던 해방촌의 경우엔 더 필요한 거 같아요. 도시재생에 대한 생각이 제각각인데 터놓고 얘기할 기회가 부족했던 거 같아요. 그런 측면에서 마을미디어가 매개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조 : 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건 저희 지역도 마찬가지에요. 그건 사람들이 여유시간이 적기 때문인 거 같아요. 주거지역이 노후한 곳에 사업이 들어가는 데, 대다수의 주민들이 생계활동을 하는 상황에서 동네 문제에 관심가지기 어려운 건 당연한 거 같아요. 사당4동처럼 활동가들이 초기에 결합되면 가장 좋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 소통이 더 원활하지 못한 거 같아요. 잘못된 소문이 돌기도 하고요.

황 : 중요한 부분인 거 같아요. 저희 지역의 경우 홍보 좀 제대로 하라는 이야기 많았어요. 주민센터 앞에 현수막만 걸어도 알 수 있는데 뭐하는지 모르겠다고. 센터 분들이 소식지를 발행하는 등 나름 열심히 활동을 하지만 부족한 부분도 많고, 물리적으로 눈에 보이는 게 없어서 답답하다는 의견이 많았어요.

오명화 (까치둥지 마을미디어, 이하 오) : 그런 측면에서 라디오가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조 : 이번 방송 준비하면서 센터 코디네이터와 이야기 나누어봤는데, 코디네이터가 하고 있는 역할 중 일부를 마을미디어가 맡아주는 게 건강한 형태일 거 같다고 하더라고요. 홍보와 아카이빙 기록은 마을을 잘 아는 사람이 하면 좋고, 이후 활동과 이어질 수 있는 부분이 많으니까요. 코디네이터들은 행사 중심의 기록 이상을 하기엔 어려운 측면도 있고요. 홍보 정도는 마을 미디어가 맡을 수 있을 거 같아요. 마을미디어가 할 수 있는 게 또 뭐가 있을까요?

 

 

▲왼쪽부터 조은형, 황혜원

 

황 : <해방촌이다> 방송이 하고자 했던 것은 주민, 센터 관계자, 담당 주무관님의 이야기를 듣는 것, 말을 하게 하는 거였어요. 그 분들이 살아온 이야기, 동네에서 했던 일들을 나누는 거요.

오 : 의제 발굴이 중요한 사업인데, 마을미디어가 통로가 되었겠네요.

황 : 그런데 공무원들은 굉장히 말조심을 하셔요. 궁금한 게 많았는데 대본에 없는 건 절대 이야기 안하더라고요. 잘못 전달되면 주민들 간 분란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하시는 건 이해하지만, 많이 답답했죠.

조 : 마을미디어가 홍보 역할도 하지만 주민들의 다양한 생각을 드러나게 하는 효과가 있는 거 같아요. 마이크를 사이에 두고 이야기하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는 이야기들이 나오잖아요. 공감대도 형성되고 어떤 분을 만나도 사랑스러운 면모를 보게 되는 거 같아요. 마이크가 중간 안전장치를 해주니까요. 공적인 자리에서 발언하는 느낌을 주니까 안전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거 같아요. 그러나 마을이 작기도 하고 기록으로 남으니까 갈등을 다룰 땐 어려워요. 자칫 뒷담화가 될 수 있는 한계가 느껴지기도 하고요. 작은 규모에서 갈등을 해결하는 건 공론이 더 왕성하게 이루어지는 상태일 때 가능할까요? 아무튼 정리하자면 마을미디어의 역할은 홍보와 더불어 다양한 생각을 드러내고 알게 하는 거네요.

황: 마을미디어를 하다보면 덤으로 많이 친해져요. 방송 이후 다른 사업을 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형성되는 게 있는 거 같아요.

오 : 만든 방송은 마을 주민들과 어떻게 공유하시나요?

황 : 팟빵을 통해서 방송이 나가는데, 게스트에겐 CD로 전달할까 고민 중이에요. 역사 방송의 경우엔 어르신들 인터뷰를 많이 따게 되는데 어른들에게 ‘팟빵으로 들으세요’라고 하는 건 예의가 아닌 거 같아서요. 주변에 많이 퍼뜨려 달라고 하지만 아쉬운 부분이 많죠. <10대 별곡>도 아까워서 책으로 내볼까 했는데 생각보다 어렵더라구요. <해방촌이다> 방송도 책이나 다른 것들로 엮어서 하면 좋을 거 같아요.

조 : 전 마을미디어는 만능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마을미디어에 매체 파워나 홍보력을 논하는 건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사람이 와서 이야기하면 공적으로 발언했다는 기쁨이 생기고 마을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생기게 되잖아요. 그리고 관계가 생기는 데 이게 마을미디어 본연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무엇보다 조직화와 연결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오 : 조직화와 연결된다는 게 어떤 건가요?

조 : 마을미디어를 통해 개인의 변화는 일어날 수 있어요. 그렇지만 마을의 변화가 일어나는지에 대해선 회의가 들어요. 살맛나게 살려면 문화나 우리의 삶이 변화해야 하는데, 단지 마이크를 들이대는 것만으로 안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도시 재생 교육 중 조직화가 주민역량강화의 수단으로 이야기되더라고요. 자신이 절실하게 생각하는 주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이들끼리 엮어주는 거예요. 조직가가 전면에 나서지 않고 주민들끼리 리더를 뽑고 조직해서 자신의 문제를 작은 것부터 해결하면서 힘이 생겼다고 느낄 때. 그 때 삶이 바뀐다는 주장이에요. 혼자 똑똑해지고 좋아지는 게 아니라 힘을 합쳐 문제를 해결하고 성찰하는 과정에서 지역에 변화가 생긴다는 거예요. 어마어마한 일이죠. 방송국에서 직접 조직해 내면 좋겠지만, 이미 조직되어 있는 곳에 찾아가 지금 하고 있는 활동에 대해 물어볼 수 있을 거 같아요. 이미 하고 있는 활동이라 생각 안해봤어도 갈무리 한 번 해주는 것만으로도 역량이 커져요. 이게 미디어 역할인 거 같아요. 이제 마지막 주제로 넘어가보겠습니다. 도시재생 지역에서 마을미디어 활동의 한계는 무엇일까요?

 

 

▲왼쪽부터 오명화, 조은형, 황혜원

 

마을미디어+도시재생, 돌아보고 내다보기

황 : 활동의 한계 많죠. 라디오를 통해 도시재생에 직접적으로 개입을 하거나 방향에 영향을 마치지 못했던 것이 가장 큰 한계죠. <해방촌이다> 방송을 통해 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모아내고자 했던 게 한계이자 이후 과제가 될 거 같아요. 이 전엔 이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앞으로 하고 싶은 활동은 무엇인지 이야기 하는 게 기조였다면 앞으로는 우리가 원하는 의도를 가지고 방송을 진행할 수 있을 거 같아요. 필요하다면요. 해방촌 도시재생에 다양한 사업 분야가 있는데, 최근엔 마을 규약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있어요. 마을 규약 관련해서 <해방촌이다> 방송이 어떤 사람들을 참여시키고 어떤 식으로 규약을 만들 것인지 기틀을 마련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조 : 이전엔 다양한 의견을 드러내는 수준이었다면, 이젠 원하는 방향을 확립해서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준까지 고려하시는군요. 그러려면 공부가 많이 필요하겠어요. 전 개인적으로 언론의 역할이 마을미디어의 역할인지에 대해선 의문인데 다양한 쟁점을 도출해내서 사람들의 사고를 풍부하게 하는 게 언론의 역할이죠. 그러나 저의 내공으론 한계가 있더라고요. 그것도 차차 힘을 키워나가야겠죠? 전 돌아봤을 때 반성이 많이 됩니다. 도시재생에 대해 공부가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냉정하게 마을미디어가 큰 역할 못했다고 판단해요. 그러나 기회일 수 있어요. 마을 공동의 현안이 생기고 마을이 들썩이게 되니까요. 그리고 도시재생사업은 주민들이 준비만 되어있으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조에요. 저는 올해 서울시에서 주민 활동가 교육을 받았는데, 지금까지 도시재생 사례를 보면서 한계를 돌파할 수 있는 해법으로 기승전-주민역량강화를 주장하더라고요. 그리고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은 다른 입장에 대해 손가락질 하기 전에 ‘왜 그런 이야기를 할까?’ 고민해보고 대화하는 힘을 키우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다름에 대해 소화하는 힘 있는 시민이 되려면 긴 흐름으로 보면 인문학적인 소양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지금 철학 세미나를 하는데 많은 부분에서 뚫리는 느낌을 받아요. 공부를 해도 다들 활동하면서 부딪히는 문제들을 이야기해요.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생각이 정리 되고 콤플렉스들이 정리되는 거 같아요. 동네에서 건강하고 힘 있는 시민으로 성장하는 게 중요한데 행사와 사업 위주로 움직였다는 반성을 해요.

오 : 후발 주자로서 감사해요. 희망지 사업을 하면서 서울시에서 절대로 행사 많이 하지말라고 강조했어요. 한 명이라도 오래 만나고 관계 맺는 게 중요하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은형씨 이야기를 들으면서 만남도 중요하지만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주로 제 또래와 교류하다 연륜이 있는 분들과 교류하게 되면서 조언을 받으며 내가 못봤던 나의 모습을 보게 되었어요. 다양한 분들과 만나며 성장할 수 있겠다고 기대합니다.

조 : 그게 공부네요. 도시재생 사업은 계속 확장될 예정인데, 앞으로 마을미디어가 도시재생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일까요?

황 : 많은 주민들을 만나며 이야기를 들었다면, 앞으로는 그 분들과 생각을 나누는 방송을 하고 싶어요. 특정한 주제가 있다면 방향을 가지고 좀 더 깊게 이야기 나누고 싶어요. 주민들과 이야기 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닌 거 같아요. 3년 내내 같은 질문 하는 분들도 계셔요. 어떤 지점이 막혀있으니까 그렇겠죠? 서로가 대화하는 법을 배우는 것도 중요할 거 같아요.

오 : 방송의 기능이 많은데 대화법을 배울 수 있는 장도 되겠네요.

조 : 전 도시재생 지역에서 마을미디어를 한 축으로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형태가 어떻게 될 진 모르겠지만, 행사 중심의 기록이 아니라 마을의 속살을 기록할 수 있는 건 마을미디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방송 자체보다도 지역 사회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중간 갈무리를 하고 자신을 잘 드러낼 수 있게만 해도 엄청난 역할인 거 같아요. 도시재생에서 마을미디어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개인들, 모임들이 드러나게 해주고 대화 방식에 균열을 내는 역할까지 하면 좋을 거 같아요.

 

▲윗줄 왼쪽부터 김푸른, 정은경, 박준만, 아랫줄 왼쪽부터 오명화, 조은형, 황혜원

 

대담을 마치며

황 : 많은 것을 배워갑니다. 해방촌 도시재생 사업에 대해 아쉬움이 많은데, 사당4동 이야기를 듣다보니 이렇게 시작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창신동 은형씨는 동네와 주민에 대한 애정이 많다는 생각이 들어요. 주민들의 역량강화라는 결론이 났는데, 결국 사람이 어떻게 성장했느냐가 남는다는 것을 은형씨가 잘 정리해주신 거 같아요.

오: 저의 경우엔 아직 시작하는 단계라 할 말이 없었는데 많이 배우고 가요. 시행착오를 귀담아 듣고 줄여나갈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마을미디어와 도시재생을 연결해보려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네요.

조 : 저는 네트워크의 힘을 느꼈어요. 각자 현장에서 고독하게 활동하시잖아요. 도시재생이라는 공통분모로 애쓰던 사람들이 모인 건 처음인데, 미디어활동이라는 공통분모까지 있으니 힘이 납니다. 그럼 다음에 또 만나요. 감사합니다.


정리: 김푸른

사진: 이혜진

녹음·편집: 박준만

진행·구성: 조은형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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